김일성-시아누크 국왕 관계 기반 무제한적 활동 허용
북한 정보원이 여행사 등 설립해 해외기업과 익명 거래

【프놈펜(캄보디아)=뉴시스】전신 기자 = 캄보디아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5일 프놈펜 시아누크 전 국왕 추모동상을 찾아 헌화한 뒤 나서고 있다. 2019.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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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북한 공작원이 2020년 중반까지 캄보디아에서 호텔과 카지노, 여행사, 식당, 술집 등을 운영하도록 캄보디아 정부가 허용함으로써 북한의 정보 활동과 불법 경제 활동을 방조했다고 유엔이 미공개 보고서에서 지적한 것으로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NK뉴스(NK NEWS)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들 업체 운영자는 북한 정찰총국 소속 김철석으로 '석하'라는 가명을 사용했다. 유엔 전문가 보고서 초안에 따르면 김철석이 운영한 업체가운데 C.H.월드여행사는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여행 상품을 전문 취급하는 여행사다.
캄보디아 당국은 유엔 제재위원회에 C.H.월드여행사와 은행계좌를 폐쇄했다고 밝혔으나 NK 뉴스가 검토한 기록에 따르면 이 회사가 아직도 합법적으로 운영중이다. 팔로워가 20만명이 넘는 이 회사의 페이스북 홈페이지에는 2주전에 올린 포스트가 담겨 있다. 이 회사의 공식 웹사이트는 접근이 되지 않았으며 정지된 웹사이트에 올라 있는 전화는 응답하지 않았다.
한편 캄보디아 상업부 기록에 따르면 리홍만이라는 사람이 회사 이사로 등재돼 있다. 이름으로 보아 리홍만은 한국계지만 유엔 보고서에는 등장하지 않는 인물이다.
캄보디아는 유엔에 김철석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으나 그의 이름은 2020년 11월 이후 유엔 제재위원회 전문가 보고서에 등장하지 않는다. 한편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 있는 리홍만의 것으로 보이는 캄보디아 여권 사본에는 그가 2025년까지 캐나다에 입국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캄보디아 당국은 유엔에 김철석이 가짜 외교여권을 가진 것으로 보고했다는 보도가 있었으나 김철석과 캄보디아 정부 사이의 연관이 깊어 캄보디아 정부가 가짜 문서를 만들어줬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캄보디아 탐사보도 언론인인 네이트 타예르는 석하의 활동이 북한이 수십년 동안 캄보디아를 광범위한 불법활동의 "작전 기지"로 활용한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이 제조한 100달러 위조지폐를 캄보디아에서 세탁했다며 북한 공작원이 캄보디아 신분증과 여권도 보유했다고 밝혔다. 그는 "캄보디아 여권은 돈만 많이 주면 사탕처럼 살 수 있다. 북한이 산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김철석은 2019년 유엔 제재를 받은 악명높은 캄보디아 벌목업자 트리 핍과 동업자 관계다. 트리 핍은 훈 센 캄보디아 총리와 긴밀한 사이로 캄보디아 군대가 불법 상품을 운송토록 할 수 있었다고 미 재부무가 밝혔다.
타예르는 북한과 캄보디아 사이의 범죄 및 정치적 관계는 김일성시대 노로돔 시아누크 국왕 사이의 관계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의 국왕인 시아누크의 아들 노로돔 시하모니는 1970년대 북한에서 영화를 공부했다.
이처럼 긴밀한 관계 덕분에 북한 공작원들은 프놈펜 주재 북한 대사관에서 일하면서 아무런 제한도 받지 않고 활동해 왔다.
타예르는 캄보디아가 북한 공작원들에게는 "금광"이라면서 "캄보디아는 북한인들이 업체를 설립해 국제사회와 합법적으로 거래할 수 있게 하는 몇 안되는 북한의 주요 허브 중 한 곳"이라고 말했다. 캄보디아에서 무역회사를 설립해 북한이 북한 소속임을 밝히지 않고 다른 나라와 거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캄보디아의 해상 단속이 매우 허술해 북한 정부 등이 총류탄부터 코카인까지 모든 것을 밀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캄보디아 정부는 지난 2020년초 유엔에 첫 제재 이행보고서를 제출, 북한의 업체와 은행계좌를 폐쇄했다고 주장했었다.
유엔 제재 위원회 보고서는 김철석이 여행사업무를 확대해 귀금속 광산 진출도 시도한 것으로 밝혔다. 2019년 캄보디아에 설립된 헹 석하 머티리얼 트레이딩사는 김철석의 다른 가명을 사용한 것으로 보이며 도매, 제약, 환전, 나이트클럽, 여행 등의 업무를 취급하는 것으로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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