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리한 법 해석" 원심 파기 환송

[서울=뉴시스] 김재환 기자 = 재건축 조합의 임원이 회의 속기록과 자금의 수입·지출에 관한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았다고 처벌해선 안 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현행법상 공개해야 하는 건 회의록과 결산보고서일 뿐이며, 속기록 등도 공개 대상으로 보는 건 피고인에게 불리한 법 해석이라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1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0일 밝혔다.
A씨는 재건축 조합의 임원으로서 조합원 등에게 사업 시행에 관한 자료를 공개하지 않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도시정비법은 조합 임원 등이 정비사업의 시행에 관해 조합원이나 토지 소유자, 세입자가 알 수 있도록 15일 이내에 인터넷 등으로 관련 서류를 공개하도록 규정한다.
수사기관은 재건축사업 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던 A씨가 과거 열렸던 주민총회 및 추진위원회의 의사록과 속기록을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봤다. 또 추진위의 결산보고서와 자금수지보고서 등을 공개하지 않은 혐의도 적용했다.
1심은 A씨가 속기록 등을 공개하지 않은 혐의를 인정해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다만 자금수지보고서 등에 대해선 위 법 조항상 공개해야 할 관련 자료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했다.
2심은 자금수지보고서 역시 공개대상이라며 1심과 판단을 달리했다.
구체적으로 "자금수지보고서는 추진위의 자금 수입 및 지출 내역이 정리돼 있는 서류"라며 "공개 의무가 있는 결산보고서가 진정하게 작성돼 있는지 판단하기 위해 해당 서류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속기록과 자금수지보고서는 도시정비법상 공개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도시정비법은 반드시 공개해야 할 서류를 명시하고 있지만, 관련 자료에 대한 판단 기준에 관한 규정은 없다는 이유에서다.
단순히 조합원의 알권리를 보장한다는 이유로 관련 자료의 범위를 확장한다면 형벌 규정을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확장해석한 것으로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게 재판부의 지적이다.
재판부는 "도시정비법은 속기록 등은 보관 대상으로 규정할 뿐 의사록과 같은 공개 대상으로 명시하지 않는다"라며 "도시정비법에서 정한 의사록의 관련 자료에 속기록이 포함된다고 보는 것은 A씨에게 불리한 확장해석에 해당해 허용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도시정비법이 공개 대상으로 명시한 월별 자금의 입·출금 내역 등에도 수입·지출 등이 포함돼 있으므로 반드시 자금수지보고서가 필요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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