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함 날린 金' 황대헌 "깔끔한 전략? 아무도 손 못대게 하는 것"[베이징2022]

[베이징=뉴시스]김주희 기자 = 황대헌(23·강원도청)이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한국 선수단 첫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황대헌은 9일 베이징 캐피털 인도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2분09초219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준결승에서 어드밴스를 받은 선수들이 대거 나오면서 무려 10명이 펼친 레이스에서 황대헌은 독보적인 기량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림픽 데뷔전이었던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500m 은메달로 강렬한 데뷔를 알린 황대헌은 베이징에서 메달색을 금빛으로 바꿨다.

금메달까지 오는 길은 순탄치 않았다.

지난 7일 치른 남자 1000m 준결승에서 황대헌은 1조 1위로 레이스를 마치고도 페널티를 받아 실격 처리됐다. 곧바로 판정 논란이 일어날 만큼 납득하기 힘든 판정이었다. 황대헌이 빠지면서 개최국 중국의 선수가 결승에 올랐다.

황대헌은 실력으로 분풀이했다. 황대헌은 남자 1500m 준준결승부터 결승까지 1위의 압도적인 레이스를 펼쳤다.

"1000m 경기 때도 깔끔한 경기라고 생각했지만, 오늘은 더 깔끔하게 하려고 했다. 오늘 제일 깔끔한 경기로 전략을 세우고 나왔다"며 "체력적으로 힘들었지만 한 바퀴 지날 때마다 응원해주신 분들을 떠올리면서 힘을 냈다"고 말했다.

이어 "결과가 어떻게 되든 벽을 두드렸다. 절실하게 벽을 두드리면 안 될 건 없다고 생각했다. 남은 경기도 또 하나의 벽이라고 생각하고, 결과가 어떻든 계속 두드릴 생각"이라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단 의지를 드러냈다.

◇황대헌 일문일답

-앞선 경기와 오늘 경기의 판정은 달랐던 것 같나.

"1000m 경기도 깔끔한 경기라고 생각했지만, 오늘은 더 깔끔한 경기를 준비했다. 깔끔한 경기 중에 오늘 제일 깔끔한 경기로 전략을 세워서 나왔다."

-금메달 딴 순간 어떤 생각이 들었나.

"머릿속이 하얘지더라. 지금까지 노력했던 것들, 운동했던 날들이 주마등처럼 천천히 지나갔다. 그 다음은 저를 응원해주신 국민 여러분들이 감사하게 느껴졌다. 태극마크라는, 국가대표 자리가 무겁고, 대한민국 사람으로서 자부심도 느낀다. 안 좋은 상황 속에서도 태극마크를 달고 높은 자리에 있게 돼 영광스럽다. 국민 여러분이 너무나도 응원 많이 해주셔서 정말 든든하고, 따뜻해서 힘이 많이 났다. 앞으로도 지켜봐주시고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

-앞선 두 경기가 잘 안 풀렸고, 판정 논란도 있었다. '괜찮다'고 말했는데 속마음은 어땠나.

"물론 나도 사람이니 안 괜찮다.(웃음) 사람이 '괜찮다, 괜찮다'하면 괜찮아지지 않나. 결과가 어떻게 되든 벽을 건 없다고 생각했다. 남은 경기도 또 하나의 벽이라고 생각하고, 결과가 어떻든 계속 두드렸다. 절실하게 벽을 두드리면 안 될 건 없다는 생각이다. 좋은 컨디션으로 최고의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

-깔끔한 전략이라는 건 어떤 내용인가.

"아무도 나에게 손을 못 대게 하는 거다."

-체력적으로 힘들텐데 자신있었나.

"자신도 있었고, 또 정말 힘들긴 하다. 힘들 때마다, 한 바퀴 지나갈 때마다 계속해서 응원해주신 분들이 떠올랐다. 조금씩 힘을 냈다."

-남자 1000m 준결승 실격 후 SNS에 마이클 조던의 멘트를 올렸는데.

"사람이 의도치 않게 벽에 부딪히면 자신감을 잃지 않나. 뒤돌아서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이 문을 두드리면 오늘처럼 이렇게 활짝 열리지 않을까. 좋지 않은 상황이 있지만 제 갈 길 가겠다는 마음으로 올렸다."

-끝나고 한국 선수들끼리 부둥켜 안았는데, 어떤 말을 나눴나.

"서로 '축하한다, 수고 많았다'는 말을 했다. 한국에서 대표팀 되기가 정말 힘들다. 이렇게 좋은 동료들이 없었으면 이런 좋은 성적도 없었다. 이런 좋은 환경에서 훈련 못했으면 이 자리에 없었을 지도 모른다. 동료들에게 고맙고, 함께 메달을 땄다고 생각한다."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 첫 금메달이다. 선수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안 좋은 상황에서도 해낼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다. 이렇게 좋은 성적을 내게 돼서, 이것을 보고 선수들이 더 힘을 냈으면 한다. 부담을 주는 건 아니지만(웃음) 정말 노력했던 것들을 다 보여줬으면 좋겠다. 그러면 결과는 알아서 따라온다고 믿고 있다. 대한민국 국가대표 모두 화이팅이다."

-결승에서 10명이 뛰었는데 부담스럽지 않았나.

"이런 꿈의 무대는 압박이 심하다. 그것보다 깔끔한 경기 중에 제일 깔끔한 경기를 어떻게 할까라는 생각을 많이 해서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 앞으로 또 최고의 컨디션으로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할 테니 많이 지켜봐주시고, 믿어주셨으면 한다. 팀 코리아 많이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

-제일 하고 싶은 건.

"치킨 먹고 마지막으로 아이스크림 먹고 싶다."

-결승에 중국 선수 없어서 판정 부담을 덜었나.

"중국 선수가 없다고 압박감, 그런 것보다 이제는 정말 다 상향평준화 됐다. 이제는 다 견제해야 하는 대상이기 때문에 중국 선수가 없다고 해서 그런 건 없다. 다 모두가 나와 동등한 실력 가지고 있고, 실수 안 나오고 전략 수싸움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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