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여러분 고맙습니다 송해' 연출한 문석민 PD
"송해 인생사, 우리나라 근현대사이자 방송문화 산역사"
"송해母 역 박애리 열연 감동…부모님께 전화 한통 하길"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송해 선생님의 95세 나이를 감안하면 대형 공연을 진행하기 힘들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기적처럼 녹화를 마무리해 감사하다."
'국민 MC' 송해(95)가 설연휴 시청자를 울고 웃겼다. KBS 2TV 대기획 '여러분 고맙습니다 송해'를 통해서다. KBS는 나훈아·심수봉·임영웅 단독쇼에 이어 1TV '전국노래자랑' MC 송해의 95년 인생사를 다룬 쇼를 마련했다. 처음으로 트로트 뮤지컬이라는 새로운 형식을 시도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전날 오후 7시50분부터 120분간 방송한 이 쇼는 전국 시청률 12.7%를 찍었다.
문석민 PD는 1일 뉴시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아무래도 송해 선생님 연세 때문에 대형공연을 하기 힘들다. 공연이 크고 연습도 많이 해야 하지 않느냐"면서 "준비기간 동안 선생님이 몸이 좀 불편해서 병원에 자주 왔다갔다 했다. 여러가지 어려운 상황이 있었는데, 선생님 의지로 끝까지 녹화를 했다"고 밝혔다. "시청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게 말보다도 건강이었을 것"이라며 "녹화할 때도 계속 선생님 건강을 체크하면서 진행했다. 힘드신데도 기적과 같이 녹화를 마쳤다. 공연을 마치고 나서 모든 출연진들이 경례로 존경하는 마음을 표했다"고 덧붙였다.
송해는 전국나라자랑을 진행하며 매년 최소 관객 5000명에서 최대 1만명까지 만났다. 34년간 만난 관객수만 1000만명에 달했다. 이들 중 전국 각지에서 200여 명을 관객으로 초대했다. 제목을 '여러분 고맙습니다 송해'로 정한 이유도 있다. 문 PD는 "선생님이 수많은 세월, 수많은 사람과 희로애락을 같이 했다. 95세가 된 지금도 자신을 아껴주고 사랑해주고 버팀목이 돼 준 시청자, 관객, 국민들에게 선생님이 하는 인사말"이라며 "'고맙습니다'라는 말 한마디에 선생님이 하고 싶은 말을 다 담았다"고 설명했다.
송해는 1955년 창공악극단을 통해 데뷔했다. 1988년부터 34년간 전국노래자랑을 진행하고 있다. 최고령 MC로 국내 방송계에 업적을 남겼는데, 세계적으로도 최고 기록이다. KBS와 함께 송해는 기네스 세계기록에 '최고령 TV 음악 탤런트 쇼 진행자'로 도전할 계획이다.
문 PD는 송해와 10여 년간 전국노래자랑을 함께 했다. 옆에서 본 송해 인생사는 "우리나라 근현대사이자 방송문화 산역사"라며 "준비기간은 6개월 정도 걸렸다. '선생님 삶을 하나의 뮤지컬로 만들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여기에 대중가요를 결합, 트로트 뮤지컬이라는 새로운 형식의 쇼를 준비했다. 산역사인 송해 선생님 스토리를 연결해 시청자에게 전달되는 감동의 깊이가 달랐을 것"이라고 짚었다.
송해쇼는 실화를 바탕으로 상상력을 가미해 재구성했다. 전국노래자랑 출신 가수들이 대거 출연했다. 트로트가수 정동원은 어린시절, 이찬원은 청년, 영탁과 신유는 성년 송해 역을 맡았다. 정동원은 황해도 출신인 송해 역을 맡아 북한 사투리 연기 욕심을 내기도 했다. 설하윤은 송해 첫사랑으로 분해 화려한 퍼포먼스를 선보였고, 창공악극단장 역의 태진아는 영탁과 호흡하며 애드리브로 웃음을 줬다. 김연자와 국악인 송소희 무대도 시선을 끌었다.
문 PD는 "트로트 붐이 일면서 젊은 가수들이 방송계 스타로 떠오르지 않았느냐. 공교롭게도 정동원, 이찬원, 영탹 등이 모두 전국노래자랑 출신"이라며 "이들이 선생님 어린시절, 청년, 성년 시절을 맡으면 스토리가 더 재미있을 것 같았다. 모두 흔쾌히 섭외에 응했다"고 귀띔했다. 물론 "연기가 처음이라서 약간 어색한 분들도 있었다"며 "연기를 잘 하고 못 하고를 떠나서 노래 만큼은 감동 전달이 잘 됐다"고 덧붙였다.
특히 송해 어머니 역의 국악인 박애리 열연은 시청자를 눈물짓게 했다. 청년 송해(이찬원)는 6·25전쟁으로 어머니(박애리)와 헤어지고, 부산으로 향하는 피난선에 혼자 올라탔다. 송해는 객석에서 두 사람이 애타게 부르는 장면을 보며 먹먹한 표정을 지었다.
"박애리씨가 연기를 정말 잘했다. '송해야~'라고 부르는 한 장면만으로 모든 이야기를 했다. 설하윤씨는 에어리얼 후프 퍼포먼스를 보여주기 위해 오랫동안 연습했다. 처음에는 '후프에 앉아만 달라'고만 부탁했는데, 욕심을 내 시간을 많이 투자했다. 덕분에 멋진 퍼포먼스가 나왔다. 정동원, 영탁씨를 비롯해 태진아 선생님까지 모두 좋았다. 출연가수들이 직접 연기하고 송해 선생님 인생사를 버무려 우리가 익히 아는 대중가요지만 다르게 느껴질 수 있었다."
문 PD는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TV에서 구현하기 위해 초대형 이동 세트를 설치했다. 송해는 무대를 가로지르며 거대한 판옥선을 타고 나왔다. 특히 송해는 한국전쟁 당시 흥남부두에서 피난민을 태운 미군 피난선 '메러디스 빅토리'(MEREDITH VICTORY)호가 무대에 등장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송해가 즐겨 타던 지하철을 무대에 실사처럼 만든 점도 눈에 띄었다. AR특수효과를 이용해 망망대해, 한국전쟁, 흥남부두 등도 재현했다.
"뮤지컬과 TV는 완전히 다른 장르라서 퓨전화했다. 뮤지컬처럼 대형 이동세트를 만들고, 처음에 나오는 배는 AR특수효과를 썼다. 뮤지컬처럼 새로운 곡을 만들지 않고 기존 대중가요, 트로트, 일반가요까지 적절히 활용했다. 노래 가사와 송해 선생님 인생사가 100% 들어맞지는 않지만 상황과 느낌에 맞게 선곡했다. 선생님이 지하철을 즐겨 타고 다니지 않았느냐. 실제로 지하철에서 촬영하려고 했지만, 선생님 건강과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무대에 실사로 재현했다."
송해는 단독무대도 선보였다. 오프닝 무대에서 전주 판소리 합창단과 함께 '뱃노래'와 '자진 뱃노래'를 불러 흥을 달궜다. 이후 송해는 "전국노래자랑은 운명같은 프로그램"이라며 '나팔꽃 인생'을 열창했다. 끝으로 "땡과 딩동댕 중 뭐가 더 소중하냐고 하는데, 땡을 받아보지 못하면 딩동댕 정의를 모른다. 나 역시 전국노래자랑에서 내 인생을 딩동댕으로 남기고 싶었던 사람"이라며 '내 인생 딩동댕'을 불러 감동을 줬다.
문 PD는 "선생님 마음 속 깊은 곳에는 어머니가 자리하고 있다. 이번 쇼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 의식"이라며 "한 인간의 삶을 통해 현대사를 돌아보는 것은 물론 처음부터 끝날 때가지 모든 극 흐름이 어머니로 이어졌다"고 짚었다. "송소희씨도 펑펑 울었다"며 "코로나19 시대에 공연을 보기 힘든 상황 아니냐. 설 연휴에 부모님과 꼭 같이 보길 바랐다. (고향에 못 내려갔거나 송해쇼를) 못 봤다면 부모님께 전화라도 한 통 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