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층 곳곳 균열, 반죽질기 불합격 판정
배합 비율 불량 등 납품 업체 8곳 부적합
[광주=뉴시스] 신대희 기자 = 타설 작업 중 발생한 광주 서구 현대산업개발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와 관련해 불량 콘크리트 사용 의혹이 커지고 있다.
최상층 곳곳에 난 균열 정황, 콘크리트 납품 업체 다수의 품질 관리 부적합 판정, 반죽 질기 불합격 시험 결과 등을 종합하면 콘크리트 품질·강도가 떨어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콘크리트 성분·강도 분석 결과가 붕괴 원인을 밝히는 실마리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23일 건축·구조 전문가 자문단 등에 따르면, 붕괴 사고가 난 화정아이파크 201동 최상층인 39층 바닥 곳곳에는 사각 형태의 균열이 있다. 주로 철근이 배열된 곳의 타설 면이 침하하면서 일정한 수축 균열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39층 아래에 덧댄 요철 가공 구조 판(데크 플레이트)과 대형 거푸집(갱폼)의 변형이 있었고, 이 사이로 모르타르(시멘트 또는 석회에 모래를 섞어 물에 갠 것)가 새면서 균열이 난 것으로 추정했다.
이와 함께 물을 규정보다 많이 넣어 콘크리트가 굳는 기간이 오래 걸리고, 압축 강도가 떨어져 아래층이 받는 하중이 커져 균열이 생겼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건축·구조 전문가 자문단 소속 송창영 광주대 건축공학부 교수는 "39층을 직접 살펴본 결과 콘크리트가 철근 배근지마다 전부 균열이 나 있다. 이러한 균열 정황은 콘크리트에 섞은 물의 양이 많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봤다.
송 교수는 "점성이 낮아야 콘크리트를 최상층으로 쉽게 올릴 수 있는데, 콘크리트에 배합된 물의 단위 수량이 높으면 거푸집이 받는 압력이 커진다. 내구성을 확보하기 위한 재료·배합 규정을 제대로 지켰는지 정확한 시험을 통해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이 아파트 감리업무 보고서의 품질시험 현황표를 보면, '굳지 않은 콘크리트'의 슬럼프 시험 결과 올해 3분기까지 1단지는 10차례, 2단지는 3차례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슬럼프 시험은 반죽 질기를 검사하는 것으로, 물시멘트비 등 각종 재료 배합 비율 규정과 단위 수량 기준을 어기면 불합격 판정이 나온다.
산업현장교수단 최명기 교수는 "슬럼프 시험 불합격 판정을 고려하면, 물의 양이 많은 레미콘이 공급됐을 가능성이 있다. 사고 현장에 콘크리트 가루가 많은 점도 콘크리트와 철근이 제대로 붙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불량 콘크리트가 사고 현장에 쓰였을 개연성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나왔다. 국토부 점검 결과 해당 신축 현장에 콘크리트를 납품한 업체 10곳 중 8곳이 품질 관리 미흡으로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콘크리트에 들어가는 자갈·모래 등 골재를 잘못 관리했거나 배합 비율을 맞추지 않은 업체가 3곳, 콘크리트 강도를 높이기 위해 넣는 혼화제를 부적절하게 보관한 업체가 3곳이었다. 시멘트 관리가 부실한 업체도 3곳이었다.
아파트 콘크리트 공사는 2020년 3월부터 시작됐다. 국토부 점검이 2020년 7~11월과 2021년 5∼7월 이뤄진 만큼 부적합 공장에서 생산된 콘크리트가 사고 현장에 쓰였을 가능성이 높다.
국토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는 붕괴 현장의 콘크리트 강도 분석 작업에 착수했다. 다만, 실종자 수색·구조 작업과 안전 문제 등으로 시료 채취 장소와 시점을 조율하고 있다. 시험 결과에 따라 콘크리트가 완전히 굳은 상태에서 타설이 이뤄졌는지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관계자는 "콘크리트가 건물의 하중을 유지할 수 있는 강도인지, 앞서 설계했던 강도에 도달했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타설 당시 만들어진 콘크리트 견본(공시체) 27개를 확보했으나 38층 공시체가 사라진 점을 확인하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한편 지난 11일 오후 3시 46분께 201동 39층 타설 작업 중 23~38층 바닥 슬래브와 구조물 등이 무너져 내려 하청 노동자 1명이 다치고 6명이 실종됐다. 실종자 6명 중 1명은 지하 1층 계단 난간에서 수습됐으나 숨졌고, 5명은 실종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