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이명수 기자와 7시간 통화 녹취록
열린공감TV·서울의소리 상대 가처분 신청
법원, 사생활발언 제외 "공공의이익" 기각
"유흥업소 및 동거 의혹 발언도 공공 이해"
"수사·재판 발언, 무속인 발언 공적 관심사"
[서울=뉴시스] 옥성구 기자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부인 김건희씨 측이 7시간43분 통화를 녹취한 유튜브방송 서울의소리를 상대로 방영을 금지해달라며 신청한 가처분 사건에 대해, 법원이 사생활 부분을 제외하고 공개해도 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유흥업소 출입 및 동거 의혹 관련 발언'도 이미 국민적 관심사가 돼 공공의 이해 사항이고, 수사 및 재판 관련 발언이나 김씨가 '내가 웬만한 무속인보다 더 낫다' 등 발언을 한 것도 모두 공적 관심사이자 검증 대상이라고 봤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김태업)는 21일 김씨가 서울의소리 백은종 대표와 이명수 기자를 상대로 낸 방영금지 및 배포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재판부는 대화 녹음 중 ▲공적 영역과 무관한 김씨 자신 또는 윤석열 후보자를 비롯한 가족들의 개인적인 사생활 관련 발언 ▲이 기자가 녹음한 것으로 '이 기자가 포함되지 않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 부분만 받아들였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공적 영역과 전혀 무관하게 채권자(김건희) 가족들의 개인적인 사생활 관한 내용을 방송·공개하는 것"이라며 "그런 내용의 방송·공개로 인해 채권자가 회복하기 어려운 중대하고 현저한 손해를 입을 우려가 있다"고 봤다.
또 공개되는 녹음 파일 중 사생활 발언과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 같은 내용이 존재한다면, 이는 통신비밀보호법이 규정한 '누구든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는 조항을 위반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를 제외한 나머지 가처분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채권자는 제20대 대통령선거 예비후보자 윤석열의 배우자로서 국민적 관심을 받는 공적 인물"이라며 "채권자의 정치·사회적 이슈 견해, 언론관 등은 유권자들의 광범위한 공적 관심사로서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이라고 봤다.
이어 "이 사건 녹음파일 중 '유흥업소 출입과 동거 의혹 채권자의 입장'에 관해 사생활이 일부 포함돼 있을 것으로 보이긴 하나, 이는 이미 각종 언론에 수차례 보도되는 등 국민적 관심사가 돼 단순히 사생활이라고 단정 짓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녹음파일의 취득 방식이 다소 부적절한 측면이 있더라도, 여전히 공적 관심사에 대한 검증, 의혹 해소 등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측면이 더 크다고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이 사건 방송이 이뤄짐으로써 채권자의 음성권·명예권·인격권·사생활 자유 등이 일부 침해될 우려가 있다고 해도, 얻게 되는 그보다 우월한 공공의 이익이 있다고 보는 이상 방송 자체 사전 금지가 허용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정치적 목적이 일부 내포돼 있고, 채권자 답변을 이끌어 낸 경위가 취재윤리에 어긋나는 측면이 있더라도, 조작되지 않은 것이 기술적으로 확인된 것으로 보이고 처음부터 기자 신분을 밝힌 상태에서 대화를 시작했다"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대화 내용에 관한 방송이나 공개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고 보이는 이상, 이 사건 방송이 언론·출판의 자유의 보호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수사 및 재판 중 사건에 대한 채권자 인식은 국민들의 공적 관심사이자 공론 필요성이 있는 사안이고, 이미 언론 보도를 통해 상당 부분 공개돼 현재 진행 중인 수사 및 재판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녹음 파일 중 김씨의 '내가 웬만한 무속인보다 더 낫다', '편향된 일부 언론사들을 가만 안 둘 것'이라는 발언에 대해 재판부는 "채권자의 평소 언론관, 정치관 등을 엿볼 수 있는 내용들로 모두 국민들의 공적 관심사이자 검증 대상"이라고 했다.
앞서 김씨는 지난해 7월6일부터 12월30일까지 유튜브방송 서울의소리 소속 이명수 기자와 53차례, 총 7시간43분 가량의 통화를 나눴고, 이 기자는 그 내용을 녹음해 MBC에 제보했다.
MBC '스트레이트'가 통화 녹취록 공개를 예고하자, 김씨는 MBC를 상대로 방송금지 가처분을 냈다.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21부(수석부장판사 박병태)는 지난 14일 수사 관련 발언 등만 인용하고 나머지는 "공익을 위한 것"이라고 기각했다.
이후 서울의소리와 또 다른 유튜브 방송 열린공감TV는 MBC에서 공개되지 않은 김씨의 통화 녹취록 추가 공개를 예고했다. 김씨는 서울의소리와 열린공감TV를 상대로 각 가처분을 냈고, 열린공감TV에 대한 가처분은 지난 19일 일부 인용됐다.
한편 MBC '스트레이트'가 오는 23일 김씨의 통화 녹취록 후속방송을 예고하자 김씨는 재차 가처분을 신청했다. 하지만 MBC가 전날 후속방송 취소를 밝히자, 김씨는 이날 가처분 취하서를 제출했고 이에 따라 심문은 열리지 않았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