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적 시각에서 보면 제가 거칠어서 멀게 느껴질 가능성"
"타인 인권 침해에 매우 감수성 있는 편…미투 두려움 없어"
성소수자 당원 만나 "홍석천, 전 괜찮던데…오래전 커밍아웃"
[서울=뉴시스] 김형섭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19일 "2030은 남성이든 여성이든 사실 다 똑같은 위치에 처해 있는데 기회 부족에 따라서 너무 상황이 어렵다"며 "미래가 없고 도전할 기회조차도 없다는 똑같은 피해자들이다. (그 안에서) 여성이란 추가의 피해를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날 유튜브 채널 '닷페이스'에 2030 여성을 주제로 출연한 자리에서 "지금 청년 세대들은 이 잘못된 사회구조, 특히 불평등 구조와 저성장 구조 때문에 그 피해를 가장 온몸으로 받는 세대"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후보는 "그런 구조를 좀 고쳐서 기회가 많고 일자리도 많은 미래,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게 진짜 해결책인데 약간 뜬구름 잡는 얘기처럼 느껴지기는 하잖냐"며 "그런데 이 좁은 둥지 안에서 얼마나 합리적으로 경쟁하게 할 것이냐는 근본적 해결책이 못 된다. 누가 둥지 밑으로 떨어질 것이냐를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보다는 둥지를 키우는 게 정치가 할 일"이라고 했다.
2030 여성들이 보기에 이 후보는 청년층 여성을 유권자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선입견이 아마 많이 작동했을 것이다. 아마도 제가 살아온 방식과 행태 때문일 가능성이 많다"며 "(제가) 일단 거칠고 반항적으로 보이고 폭력적으로 보이고 욕 했다고 그러고 여성적인 시각에서 보면 매우 거칠어서 좀 멀게 느껴질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 후보는 "그런 것은 대개는 오해다. 정치 기득권과 싸우다보니까 많이 부딪혔고 언론으로부터도 매우 나쁜 사람으로 많이 이미지화된 것도 있다"며 "제가 약간 가부장적인 분위기가 남아 있다. 남자이고 경상도 출신의 독특한 문화도 남아 있고 제가 바꾸려고 하지만 여전히 남아있다"고 했다.
반(反) 페미니즘 성향의 남초 커뮤니티와 주로 소통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제가 지금 계속 인터넷 커뮤니티는 접근 가능한 곳은 다 올리고 있는 중"이라며 "그런데 여성 커뮤니티는 남자가 가입이 금지돼 있는 것이 많더라. 못 들어가서 (인사를) 못 올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저는 나름 자신감 같은 게 있는데 우리가 나쁜 방향, 나쁜 의도를 갖는 게 아니라면 진지한 대화를 통해 대부분 오해가 해소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그래서 저는 적대적 진영에 대해서도 두려움 같은 것은 없다. 얘기나 한번 뭐하는지 들어보자는 차원이지 편들고 지지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나 안희정 전 충남지사 등에게 제기된 성폭력 문제와 관련해서는 "저는 다른 사람들이 보는 것과는 다르게 (그런 문제를) 조심했다기보다 타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에 대해서 매우 감수성이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제가 성남시장과 경기지사를 할 때 직원들에게 한 얘기가 '여자니까, 여자라서, 여자가' 이런 표현은 아예 하지 말라고 많이 얘기했고 저도 실천하려고 노력했다"며 "그런데 소위 상급자들의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 강제 추행이 논쟁이 되는 것을 보면서 대체 이것을 근본적으로 어떻게 해결해야 되느냐는 생각을 했다. '펜스룰'을 적용해야 하나 했는데 그것 또한 인권침해이자 차별 아니냐"고 했다.
그러면서 "나름은 조심을 한다고 생각했고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그러지 못하게 해야 될 입장이었기 때문에 십 수년 동안 저는 그런 위험 자체는 없었던 것 같다"고 답했다.
미투 정국에서 자신이 가해자일 수도 있다는 두려움은 없었냐는 질문에는 "저는 누가 그렇게 느꼈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은 없었다. 진짜 그런 일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다만 왜곡 공격을 당할 여지가 있지 않을까 그런 우려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페미니즘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는 "페미니스트나 페미니즘에 대한 생각을 저는 단 한 개로 명확하게 규정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노동'이라고 하면 옛날에는 '빨갱이'라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노동은 정말 신성한 것'이라는 생각도 있고 양측이 공존하지 않냐"고 했다.
그는 "성불평등은 여전히 개선해야 될 중요한 사회적 과제인데 청년 세대에게 기회가 너무 많이 줄어들어서 모두가 어려운 상황인데 어려운 사람끼리 충돌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게 제일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청년 문제는 '이대남'과 '이대녀' 모두에게 해당되는데도 이 후보가 유독 이대남에게만 쩔쩔매는 것 같다는 지적에는 "이대녀한테도 쩔쩔맨다"고 답하기도 했다.
여성 유리천장 문제와 관련해서는 채용시 합격자 성비 공개와 성별임금공시제 등의 도입 필요성에 공감했다.
이 후보는 "동일한 직급에 동일한 노동을 하는데 남녀 성비가 어떻게 되느냐, 채용 성비도 응시자 비율 대비 최종합격자 비율 등을 공시할 필요가 있다"며 "성비 뿐만 아니고 임금도 공개하자"고 했다.
그러면서 "제일 중요한 과제가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확립하는 것이다. 같은 일을 하고 같은 성과를 내면 남녀든 정규직·비정규직이든 어느 지역이든 같은 임금을 주자"고 말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성소수자임을 커밍아웃한 민주당 당원이 출연해 이 후보에게 "제가 후보님의 첫 성소수자 친구가 되겠다"며 성소수자 연대의 상징인 무지개색 밴드를 선물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그 누구지 머리 깎고 다니는 홍석천, 저는 괜찮던데. 꽤 오래 전부터 커밍아웃했잖냐"며 "사실 본인이 선택할 수 없는 일로 차별 받으면 억울하다. 억울한 게 없는 세상 만드는 게 내 꿈"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가 출연한 닷페이스는 소수자 인권, 젠더이슈, 취약계층, 기후위기 등 기성 언론에서 관심을 갖지 않았던 분야를 조망해온 진보성향 미디어 스타트업이다.
이와 관련해 닷페이스를 페미니즘 성향 유튜브 채널로 보는 일부 여권 지지성향의 남초 커뮤니티에서는 이 후보 출연 소식에 반발이 거셌으며 당내 일각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 후보도 방송을 시작하면서 "이거 오늘도 '나가지 말자', '취소하자'고 난리였다"고 말했다.
방송을 마친 소감으로는 "(2030 여성들과) 상당한 거리가 느껴지기는 했다. 제가 좀 더 많이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되겠다고 생각했다"며 "청년세대들이 겪는 기회 부족 문제를 어떻게든지 구조적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됐다. 좀 처참하고 미안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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