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 신작 개인전
연필로 긁어낸 '유화 드로잉' 100여 점
대형 '장미' 연작도 공개...21일부터 2월28일까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마치 박수근의 '고목'같아 보이는 이 그림은 문성식의 신작 '겨울나무'다. 두터운 물감이 그대로 발려 벽화같은 그림은 화강암 같은 울퉁불퉁한 질감이 특징인 박수근의 작품이 고와 보일 정도로 거친 분위기다.
물감을 두텁게 칠해서 최대한의 질감과 입체적인 효과를 나타내는 '임파스토(Impasto)' 기법. 16세기 르네상스 시대 티치아노(Titian)와 틴토레토(Tintoretto)가 처음 사용했다.
'임파스토' 기법이 도드라져 보이지만 문성식이 이 기술(?)을 내세운 건 아니다. '드로잉'에 천착하고 있는 그는 이번 신작에도 연필과 유화 간의 마찰에 주목했다.
신작 대부분 두껍게 바른 유화 위에 연필로 그 바탕을 긁어내는 그림을 그리는 ‘유화 드로잉’이다. 마티에르가 두껍게 발리는 표현법인 '임파스토' 기법을 닮은 이 방식을 통해 작가는 연필과 유화 사이의 저항을 이겨내고 캔버스 위에 마치 부조와 같은 형태로 ‘그리려고 하는 의지’, 즉 ‘삶’을 고착한다.
문성식의 신작 개인전이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 열린다. 'Life 삶'을 주제로 21일부터 여는 이번 전시는 2011년, 2019년에 이어 국제갤러리에서 선보이는 작가의 세 번째 개인전이다.
“연필은 회화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재료로, 즉흥적이며 소박하다. 이는 과장 없고, 꾸밈이 없는 제 성격과 닮은 것 같다."
대학 시절부터 연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온 문성식은 이 재료를 단순한 도구로 쓰기보다는 그 특성을 고유한 회화언어 일부로 발전시켰다.
'삶'이라는 방대한 주제 안에서 '지금, 여기', 우리가 살아가는 풍경의 소소한 기록들을 제시한다. 일상의 장면들, 주변 동물과 식물 등의 모습을 표현한 약 100여 점의 유화 드로잉 신작을 중심으로, 2019년부터 진행해온 대형 장미 연작 '그냥 삶'의 신작, 지난 2021년 전남 수묵 비엔날레에 선보인 '그저 그런 풍경: 땅의 모습' 연작 중 10여 점도 공개한다.
그림은 작가의 습성과 닮아 있다. 연필의 매력은 의식의 명령을 손이라는 매개를 거쳐 왜곡 없이 솔직하게 보여준다. 전시는 2월28일까지.
작가 문성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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