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권력 승계 이래 외국 언론 방문 빈번했으나
펜데믹 전부터 외국 언론 초청 줄다가 완전히 중단
'북미관계 개선 도움 안된다고 판단하면 냉정해진다'
![[서울=뉴시스] 북한 조선중앙TV가 10일 오전 0시부터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조선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중 전투기들의 비행쇼 모습을 11일 오전 녹화 중계방송하고 있다. 이 행사에 외국언론인 취재는 허용되지 않았다. (조선중앙TV 캡처) 2020.10.11. photo@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0/10/11/NISI20201011_0016769361_web.jpg?rnd=20201011142917)
[서울=뉴시스] 북한 조선중앙TV가 10일 오전 0시부터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조선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중 전투기들의 비행쇼 모습을 11일 오전 녹화 중계방송하고 있다. 이 행사에 외국언론인 취재는 허용되지 않았다. (조선중앙TV 캡처) 2020.10.1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북한은 전세계에서 가장 언론에 대한 통제가 심한 나라 중 한 곳이다.
북한을 대표하는 노동신문은 북한 노동당의 기관지로서 당 선전선동부가 직접 제작에 관여하고 있다. 김정은 총비서도 종종 관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밖에 북한에 있는 모든 언론 매체들이 예외없이 당이나, 정부기관, 또는 지방 자치단체가 직영하는 형태다.
민간이 운영하는 독립 언론은 아예 없고 따라서 북한에선 언론 자유라는 표현은 전혀 의미가 없으며 언론은 당과 국가의 의도를 충실히 홍보하는 것만이 유일한 사명이다.
그런 북한에도 외국의 언론사 지국이 진출해 있다. 일본의 교도통신, 러시아의 이타르타스통신, 중국의 신화통신 등은 벌써 20여년 전부터 북한에서 취재활동을 펴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취재활동은 서방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에서의 활동과는 달리 제약이 매우 큰 것이 사실이다.
이런 북한에 미국을 대표하는 AP 통신이 2012년 평양에 지국을 개설했다. AP가 Associated Press(연합 통신)의 약자인 것처럼 AP 통신은 미국내 수천개의 언론사들이 가입해 운영비를 분담하는 비영리 민간통신이다. AP가 비영리 민간통신 형태를 띄고 있는 가장 큰 목적은 자유언론 본연의 사명에 충실한다는 취지에서다.
AP가 평양에 지국을 설치할 당시 캐슬린 캐롤 편집인은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지국을 운영할 수 없다면 지국을 개설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으며 2014년에는 "AP는 검열을 받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의 북한 전문 뉴스매체 NK뉴스(NK NEWS)가 4일(현지시간)가 AP 평양지국 개설 10주년을 맞아 지난 과정을 평가했다. 다음은 NK뉴스 기사 요약이다.
2012년 1월 AP가 평양에 지국을 개설하면서 독자들에게 "전세계 AP 지국과 동일한 기준과 관행에 따라" 운영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비록 독립언론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을 것이라는 비관론이 많았지만 AP 통신의 평양지국 개설은 외국 언론의 북한 취재활동이 개선되기 시작했음을 의미했다. AP통신 지국 개설과 함께 미국의 CNN방송이 김정은 취임 첫해 19번이나 북한을 방문하기도 했다. 프랑스 AFP 통신은 2016년에, 쿠바의 프레스나 라티나 통신은 2018년에 지국을 개설했다. 또 열병식이나 정치적 행사가 있을 때 다수의 외국 언론인들이 평양을 방문해 취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시작된 이래 외국 언론의 취재활동이 크게 위축됐다. 2018년 9월을 마지막으로 외국 언론인들의 평양 방문이 끝났다. AP통신이 평양지국발 기사를 마지막으로 내보낸 것도 2019년 11월이다. 현재 평양에 체류중인 외국언론인은 중국 신화통신 기자 몇 사람 뿐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팬데믹이 끝나 외국인의 북한 방문이 가능해지더라도 서방 언론의 평양 취재는 과거처럼 활발해지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서방 언론인들 사이에 AP의 평양지국 개설 10년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
한반도 등 동북아시아 전문가로 유명한 언론인 도널드 커크는 AP통신 평양주재원으로 발령난 기자가 평양에 상주한 적이 없고 모든 취재여행을 사전에 허가받아야 하며 취재 때 반드시 북한 안내원이 따라붙는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사실상 AP가 평양에 지국을 설치한다는 사실 자체가 말이 안된다"고 했다.
조슈아 스탠튼도 지난 10년 동안 AP가 내보낸 기사들이 "북한 국영 조선중앙통신과 맺은 비밀 합의"에 구속됐다고 말했다. AP가 평양에서 내보낸 기사들이 엘리트를 "미화"하고 "김정은을 미화해 환심을 사려는" 기사들이었으며 소재들도 모두 북한으로 되돌아온 탈북자의 강제 기자회견처럼 "노골적인 선전"이었다는 것이다.
스탠튼은 특히 평양에서 보도되지 않는 기사들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AP 통신 기자를 안내하는 사람이 결코 보거나 말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인륜범죄는 물론 평양 아파트 붕괴나 고려호텔 화재와 같은 사건들을 예로 들었다. 이들 사건은 평양시 AP지국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서 발생했다.
그러나 이같은 비판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미 LA타임스 기자로 "부러울 것 없어라: 북한 주민들의 일상(Nothing to Envy: Ordinary Lives in North Korea)"이라는 책을 쓴 바바라 데믹은 "AP가 전반적으로 잘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진 리 특파원이 쓴 평양 시장, 식량난, 생존을 위한 투쟁에 관한 기사들은 탈북자들로부터 들은 것과 흡사하다"고 말했다. 진 리는 초대 평양지국장이다.
데믹은 다만 "AP로서는 평양에 체류할 수 있기 위해 신중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진 리 지국장 본인도 "사정을 봐준다는 비판을 자주 받았지만 기사에 운명이 걸린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나를 돕는 북한 사람들부터 그렇다"고 말했다.
북한을 19차례 방문한 CNN의 윌 리플리 기자도 자신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 일반 주민들과 대화하는 것을 들키는 순간 대화가 끝나지만 대화를 한 북한 주민은 보고서를 써야 하고 심문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취재 대상에 대한 제한이 심한 문제도 있다.
진 리 후임으로 평양지국장이 된 고 에릭 탈매지는 2014년 평양 아파트 붕괴 사건과 2015년 고려호텔 화재 사건 당시 평양에 있었지만 이 사건을 현장에서 보도하지 못했다.
리 지국장은 "북한이 재난 사건을 북한 주민들은 물론 외국 언론과 해외에 알려지지 않게 한 대표적 사례"라고 말했다.
리플리기자도 북한 안내원으로부터 심하게 제지당한 경험이 있다. "저건 찍지 말고 이걸 찍으라"는 식이었다는 것이다.
이런 모든 제약에도 불구하고 평양에 외국 언론인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전체적으로 보면 긍정적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다수다. 특히 장기간 체류하거나 여러번 방문하는 경우 그같은 이점이 커진다는 것이다.
진 리 지국장은 "더 많은 언론인이 북한을 방문해 현장 취재를 많이 할수록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를 알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리 지국장은 평양에 정기적으로 몇 주씩 체류했었다. "(외국 언론이 체류하는) 장기간 내내 모든 것을 연출할 수는 없기에 일상 생활의 본 모습을 볼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CNN 리플리 기자도 "현장에 체류하면 국영 매체를 통해 보는 것 이상의 것들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CNN의 베이징 지국장이던 마이크 치노이 기자도 북한을 직접 방문하는 것은 "분위기만 느낀다"고 하더라도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보다 큰 안목에서 보면 AP의 평양지국 설치는 서방 언론이 북한을 더 잘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다.
리플리 기자는 "(평양을 현장취재한 기자들이) 보다 생산적인 방향으로 북한 소식을 전했으며 많은 세계 언론들이 손쉽게 상투적으로 보도하는 것을 줄였다"고 말했다.
2019년 6월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북한 방문을 맞아 서방언론사의 평양방문을 주선했다가 취소한 적이 있다. 시주석을 수행한 중국 국영언론사 기자들만 취재가 허용됐다.
이 사례는 외국 언론이 코로나 팬데믹 발생 이전에 현장을 취재한 마지막 사례다. 그러나 외국언론의 북한 취재가 줄어들기 시작한 것은 이보다 몇 년 전부터다.
2017년 한참 핵위기가 고조됐을 당시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의 기자가 방문한 뒤 몇가지 변화가 있었다.
2018년 2월 열병식에 외국 매체를 초청하지 않았다. 이는 김정은이 권력 승계한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다. 팬데믹이 시작된 뒤에도 세차례의 열병식이 있었고 열병식 연출이 훨씬 세련돼 볼 거리가 많았지만 외국 언론은 현장에 없었다.
2018년 북한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선전을 시도하기 시작하면서 해외 언론의 보도 내용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북한은 자체로 모든 정보를 생산하는데 자신감을 보였고 2018/2019년에 있은 여러 차례의 정상회담들도 해외 언론의 접근을 제한했다.
리플리 기자는 "북한이 워싱턴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을 가지게 된 만큼 외국 언론의 접근이 어려워졌다"고 했다.
외국 언론 매체와 선전 중심의 북한 매체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외국 매체들은 북한 소식을 수백만 해외 독자에 알릴 수 있다고 말하곤 하지만 북한은 그렇게 하길 원하지 않는다.
예컨대 북한은 외국언론이 북한과 미국의 관계 개선이 도움이 되도록 하기 위한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외국언론이 이에 도움이 되면 북한이 "마지못해서라도" 취재에 응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냉정하다"고 여러 차례 북한 취재 경험이 있는 소식통이 말했다.
지난 3~4년 해외 언론이 북한을 방문하지 않은 것에 대해 북한의 반응은 어떨까? "귀찮은 일에서 해방됐다"는 식이 아닐까 싶다.
조슈아 스탠튼은 "(외국 기자들이) 까다로운 질문을 해대기 시작하면 북한으로선 이용가치를 잃게 된다. 북한의 방식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은 환영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더해 중국에서 북한을 취재하는 기회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LA타임스의 데믹 기자는 2007년~2014년 베이징에 체류하는 동안 북한 국경지대에 가면 몇 분전에 북한에서 도망친 사람과 인터뷰할 수 있었다. 그들은 정말 좋은 취재원이었다"고 말했다.
데믹은 상황이 달라졌다면서 "최근 몇 년 동안 팬데믹이 시작되기 전부터도 강을 건너 중국으로 온 사람들이 크게 줄었고 중국도 탈북자들을 돕지 못하게 막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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