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드 강화 지지…청와대, 쿼드 참여 원하는지 확신 안 돼"
"싱가포르 공동 성명 좋은 시작점…北, 하노이에서 엄청난 기회 놓쳐"
"北 협상 테이블 앉히기 위해 제재 완화하거나 연합 훈련 축소 안 돼"
"美, 北 협상 테이블 복귀 위해 할 수 있는 것 다 해…北에 달렸다"
[워싱턴=뉴시스]김난영 특파원 = 해리 해리스 전 주한 미국대사가 지난해 9월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종전 선언에 관해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해리스 전 대사는 4일(현지시간) 워싱턴타임스재단이 주최한 쿼드(Quad) 관련 화상 세미나에서 "종전 선언과 관련해 우리는 스스로 종전 선언 서명 다음 날 무엇이 바뀔지 물어야 한다"라고 발언했다.
해리스 전 대사는 종전 선언을 두고 "이건 평화 조약이 아니다"라며 "휴전 협정은 계속 존재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의 한국 방위 조약 의무는 계속 존재할 것"이라며 "북한의 미사일·핵·화학·재래식 전력도 계속 존재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나는 항상 우리가 휴전 협정이라고 불리는 종전 선언을 보유했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현재의 휴전 협정이 사실상 종전 선언에 해당하며, 이미 수십 년 동안 잘 작동해 왔다는 것이다.
다만 지난 2018년 북·미 싱가포르 정상회담 공동 성명을 두고는 "완벽한 합의는 아니지만 한반도 평화 추구를 위한 좋은 시작점"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슬프게도 북한은 하노이에서 엄청난 기회를 놓쳤다"라고 강조했다.
해리스 전 대사는 현시점에서 북한이 원하는 바로는 ▲제재 완화 ▲핵 유지 ▲한·미 동맹 분열 ▲한반도 지배 등 네 가지를 꼽았다. 그는 아울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당분간은 핵무기를 포기할 것 같지 않다고 지적했다.
북한과의 협상을 두고는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는 역량을 대가로 북한과의 대화를 모색해선 안 된다"라며 "대화와 군사 대비 태세는 함께 가야 한다. 이상주의는 현실주의에 뿌리를 둬야 한다"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단지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오기 위해 제재를 완화하거나 연합 훈련을 축소해서는 안 된다고 확고하게 믿는다"라며 이런 방식을 "실패로 가는 길"이라고 규정했다.
향후 대북 전망에 관해서는 "장밋빛 시나리오가 아니다"라며 "어두운 시나리오고, 계속 어두워지고 있다"라고 했다. 이어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와 트럼프 행정부의 '전부 아니면 전무' 대북 접근법을 거론한 뒤 바이든 행정부의 '조정되고 현실적인 접근법'이 북한에 맞는 접근법이라고 평가했다.
해리스 전 대사는 이어 "내 생각에 우리는 북한의 전제 조건 없는 협상 테이블 복귀를 독려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라며 "이제는 그들(북한)에 달렸다"라고 했다.
중국 견제 목적으로 평가되는 미국, 일본, 호주, 인도 간 협의체인 쿼드에 관한 언급도 나왔다. 해리스 전 대사는 "나는 쿼드 강화를 매우 지지한다"라며 역내 쿼드 사무국 본부 설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쿼드 사무국 본부를 통해 쿼드 회원국이 각 이슈를 조정할 수 있고, 새로운 회원국 합류에 관한 질문도 다룰 수 있으리라고 기대를 표했다. 쿼드가 꼭 4개국으로 이뤄져야 할 필요는 없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같은 맥락에서 그는 "쿼드에는 게이트키퍼가 없다"라며 어떤 국가도 다른 국가의 가입 자격을 논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국은 미국과의 동맹과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에 균형을 맞추려 한다"라며 "그게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변화가 일어나는 지점)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다만 "쿼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아니고, 나토가 되지도 않을 것"이라며 "이는 이 지역의 운명과 도전, 위험에 관한 전망을 공유하는, 같은 생각을 가진 민주주의 국가의 무리지만, 방위 세력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아울러 한국이 중국의 인권 유린 문제에 책임을 묻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또 "한국은 미국과 다른 국가가 외교적 보이콧에 동참했듯 (베이징) 올림픽을 보이콧할 수 있었다. 그들은 공개적으로 중국을 비판할 수 있었다. 북한을 규탄하는 유엔에 동참할 수도 있었다"라고도 했다.
해리스 전 대사는 같은 맥락에서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은 약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한국이 쿼드에 참여하기를 원하는지 모른다"라며 "한국에는 (쿼드 가입을) 촉구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국가적 관점에서, 청와대의 관점에서 그들이 원하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라고 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도 거론됐다. 해리스 전 대사는 인도·태평양 지역 안정·평화를 위해서는 미국의 이 지역 동맹 네트워크가 중요하다며 "그게 미국과 한국, 일본의 삼각 협력이 매우 중요한 이유"라고 했다.
그는 이런 맥락에서 "이 지역 내 어떤 중요한 안보·경제 문제도 한국과 일본 양측의 적극적인 관여 없이는 다룰 수 없다"라고 했다. 아울러 "한국 대통령이 카운터파트를 만나려 올림픽 기간 도쿄를 방문하지 않은 점에 실망했다"라고도 했다.
지난해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당시 한·일 양자 회담이 열리지 않은 점에도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나는 손가락질을 하는 게 아니다. 단지 이런 일들이 기회를 놓친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했다.
아직 공석으로 남은 주한 미국대사 자리에 관한 아쉬움도 표했다. 해리스 전 대사는 "내 자리를 채울 대사 후보자가 아직 없다"라며 "나는 서울에 있는 내 동료들로부터 거의 매주 전화와 메일을 받는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대선 종료 이후 현재까지 주한 대사 후보자도 지명되지 않은 원인을 2020년 미국 정치 지형 분열에서 찾았다. 아울러 이미 지명된 인사 다수도 여전히 상원 인준을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리스 전 대사는 한국을 "핵심 안보 동맹, 중요한 경제 파트너,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가진 국가"로 평가하고, "우리에겐 지금 누군가 지명자가 필요하고, 조속한 인준이 필요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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