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개 혐의 중 투자자 사기 공모 등 4건에 대해 유죄 인정
각 20년씩 최대 80년 징역형 가능…홈즈 "항소할 것"
19세에 스타트업 창업, 가짜기술 들통나며 '사기꾼' 몰락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제2의 스티브 잡스'에서 희대의 사기꾼으로 전락한 엘리자베스 홈즈 테라노스 창업자가 3일(현지시간) 미국 법원에서 유죄 평결을 받았다.
뉴욕타임스(NYT) 등은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 산호세 지방법원에서 12명의 배심원단이 홈즈에게 적용된 11가지 범죄 혐의 중 투자자 사기 공모 등 4건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반면 환자 사기 공모 1건 등 총 3건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선고를 받았고, 1개 혐의는 기각됐다. 나머지 투자자를 기만한 3개 혐의에 대해서는 배심원단이 평결을 내리지 못했다.
이를 토대로 에드워드 다빌라 미국 지방법원 판사가 추후 최종 형량을 선고하게 된다. 유죄 평결이 내려진 4건의 혐의에 각 20년씩, 최대 80년 징역형이 가능하다고 외신은 전했다. 홈즈는 항소할 예정이다.
홈즈는 1984년생으로 미국 스탠퍼드대를 중퇴하고 19세에 바이오 스타트업 테라노스를 창업한 이력 때문에 한 때 '여자 잡스'로 불렸다.
테라노스는 피 몇 방울만 뽑으면 250여 가지의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획기적인 진단 기기를 개발했다고 발표했고 기업가치는 90억 달러(약 10조원)까지 뛰었다. 이를 통해 홈즈는 자수성가형 억만장자 반열에 오르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2015년 기준 홈즈는 포브스 선정 최연소 자수성가 여성 억만장자였고, 만 31세에 순자산이 45억 달러(약 5조원)에 이르렀다.
승승장구하던 홈즈는 해당 기술이 사실상 허구라는 내부고발자의 폭로가 나오면서 추락했다. 이후 월스트리트저널(WSJ)의 고발보도가 이어지면서 사기극이 들통났다. 실제로 테라노스 기술로 진단할 수 있는 질병은 16개에 불과했고, 나머지 200여 개 질병은 기존의 대규모 의학 장비로 확인한 것이었다.
이후 테라노스의 기업가치는 '0'으로 추락해 청산 절차에 들어갔다. 당시 홈즈는 "우리는 언젠가 그 많은 질병을 검사할 기술을 갖게 될 것이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발언해 공분을 샀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투자자들은 2018년 홈즈를 사기 혐의로 기소했다. 이후 코로나19와 홈즈의 임신·출산 등으로 3년간 미뤄졌던 재판이 지난해 재개됐다.
재판에서 홈즈 측은 당시 남자친구인 테라노스 최고운영책임자(COO) 라메시 발와니에게 심리적·성적 학대를 당해 그가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며 책임을 떠넘겨왔다. 홈즈의 변호인단은 "홈즈는 테라노스의 복잡한 기술적 단점을 이해하지 못한채 ‘선의’에 의해 사업을 추진했을 뿐, 고의로 거짓말을 하거나 사기를 저지르지 않았다"는 주장을 폈다.
검찰은 다량의 문서 증거와 증언을 확보해 홈즈가 고의로 혈액검사 기술 효과를 과장하고 보고서를 조작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데 주력했다.
NYT는 이번 유죄 평결과 관련 "투자자를 꾀려는 신생 기업의 속임수는 이따금씩 발생했지만 형사 기소로 이어지지는 않는 경우가 많았다"며 "바이든 정부의 법무부는 화이트칼라 범죄에 다시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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