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 붙이고 따라간다…에어태그, 스토킹 범죄 수단으로

기사등록 2021/12/31 15:00:24

최종수정 2021/12/31 15:53:42

3㎝ 크기의 소형 추적 장치…美서 스토킹 범죄 수단으로 활용

현지 매체, 피해자 7명 인터뷰…자신도 모르는 사이 추적 당해

"좋은 의도로 출시했겠지만, 나쁜 목적으로도 사용될 수 있어"

애플, 추정 방지 위해 업데이트 했지만 여전히 사각지대 존재

[그래픽]
[그래픽]

[서울=뉴시스]전재훈 기자 = 애플이 잃어버린 물품을 찾는 용도로 출시한 에어태그(Air tag)가 미국에서 새로운 스토킹 범죄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3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최근 에어태그를 이용하지 않는 이용자의 아이폰에 '당신 근처에서 에어태그가 감지됐다'는 알람이 뜨는 사례가 늘어났다며 이같이 전했다.

에어태그는 애플에서 지난 4월에 출시한 약 3㎝ 크기의 소형 추적 장치다. 아이폰으로 에어태그의 위치 확인이 가능하다. 크기는 500원 동전보다 조금 더 크다.

뉴욕타임스는 에어태그를 통해 추적당했다고 주장하는 7명의 여성들과 인터뷰했다.
[서울=뉴시스] 애플의 액세서리 '에어태그' (출처=애플 뉴스룸)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애플의 액세서리 '에어태그' (출처=애플 뉴스룸) *재판매 및 DB 금지

에스트라다(24)는 지난 9월 로스앤젤레스(LA)의 친구 집에서 자신의 아이폰에 울린 에어태그 감지 알람을 발견했다. 에스트라다와 친구들은 모두 에어태그를 갖고 있지 않았다.
 
알람에 따르면 에어태그는 4시간 전부터 에스타라다 근처에 있었으며, 그녀가 심부름하기 위해 도시를 가로질러 운전한 경로를 모두 기록하고 있었다.

에스트라다는 "큰 모욕감을 느꼈다"며 "누가 어떤 의도로 나를 추적하려고 한 건지 무섭다"고 전했다.

당시 에스트라다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비상 상황이 아니라는 이유로, 신고를 하기 위해선 아침에 에어태그를 갖고 경찰서로 가라고 답변했다. 에스트라다는 결국 에어태그를 스스로 폐기했다.

뉴올리언스의 대학원생 에리카 토레스도 최근 자신의 아이폰을 통해 '알 수 없는 기기'가 감지된다는 알람을 받았다. 알람에 따르면 그녀가 술집에서 집으로 이동하는 두 시간 동안의 경로가 추적되고 있었다.

그녀는 경찰과 애플에 이 같은 사실을 알렸지만 에어태그를 찾지 못했다. 당시 애플 관계자는 에어팟(애플의 블루투스 이어폰) 등 다른 기기로 인해 알람이 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후 토레스는 자동차 번호판 뒤에 박혀 있는 에어태그를 발견했다. 그녀는 "애플이 좋은 의도로 에어태그를 출시했겠지만 나쁜 목적으로도 사용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다른 사람들이 스토킹 당하지 않길 바란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에어태그가 달린 분실물 위치를 지도에 표시한 아이폰 화면 (출처=애플 뉴스룸)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에어태그가 달린 분실물 위치를 지도에 표시한 아이폰 화면 (출처=애플 뉴스룸) *재판매 및 DB 금지

캘리포니아주에 거주하는 여성 클러프도 에어태그로 스토킹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피해 당시 경찰로부터 아이폰의 알람이 스토킹의 충분한 증거가 되지 않는다는 설명을 들었다. 경찰은 신고를 접수하려면 누군가 그녀의 집에 나타나야 한다고 말했다.

클러프는 애플 고객센터를 통해 에어태그와 자신의 아이폰을 분리시킬 수 있었지만, 에어태그를 찾지는 못했다. 그녀는 "무섭고 좌절스러웠다"며 "이후 일주일 동안 집에만 있었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틱톡, 레딧, 트위터 등 SNS를 통해 자동차와 소지품에서 에어태그를 찾아내는 방법에 대한 게시글이 늘어나고 있으며, 에어태그를 통해 새로운 형태의 스토킹 범죄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이에 애플은 원치 않는 추적을 방지하기 위해 에어태그가 기존에 연결돼 있던 아이폰과 멀리 떨어졌을 때 에어태그가 알람을 울리도록 업데이트했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이후에도 에어태그가 울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한국 기준 3만9000원에 출시된 애플사의 소형 도난 방지 장치인 애플태그의 모습이다. (출처 : Apple 공식 홈페이지 화면 캡처) 2021.12.31.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한국 기준 3만9000원에 출시된 애플사의 소형 도난 방지 장치인 애플태그의 모습이다. (출처 : Apple 공식 홈페이지 화면 캡처) 2021.12.31. *재판매 및 DB 금지

아이폰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은 에어태그를 감지하는 것이 더 힘들다. 에어태그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호환되지 않기 때문이다.

애플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위한 에어태그 추적 앱을 출시했지만, 애플 측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 에어태그를 자동으로 감지할 수 있는 기술에 대해 구글과 협력하고 있는지 밝히지 않았다.

뉴욕 서부 세네카 경찰국은 최근 자동차 범퍼에서 에어태그가 발견되자, 위치 추적 등 사생활 침해와 도난 위험성을 지역사회에 경고했다.

앞서 12월7일 미국 뉴욕포스트 등에 따르면 캐나다에서도 고급 차량에 에어태그를 부착해놓은 뒤 찾아가 도난하는 범죄로 약 2000대의 차량 피해 사례가 접수됐다.

당시 사법 당국은 범인들이 쇼핑몰 등 공공장소에 주차된 차의 주유구 등 발견하기 어려운 곳에 에어태그를 붙였다고 밝혔다. 태그를 부착한 차량이 절도가 용이한 곳에 주차되면 찾아가 절도하는 방식이다.

당국은 피해 차량이 대부분 야외에 주차돼있었다는 점을 들어, 도난 방지를 위해 차를 차고에 주차하고 문을 잠글 것을 당부했다. 또 주차 시 운전대(스티어링휠)나 데이터 포트도 잠글 것을 권고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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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래 붙이고 따라간다…에어태그, 스토킹 범죄 수단으로

기사등록 2021/12/31 15:00:24 최초수정 2021/12/31 15:5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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