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도 못낸다. 현실적 보상책 달라"...뿔난 자영업자들 간판 불껐다

[수원=뉴시스]변근아 기자 = 코로나19 장기화로 벼랑 끝에 몰린 경기지역 자영업자들이 집단행동에 들어갔다.

27일 오후 5시30분 수원시 영통구의 한 먹자골목. 저녁 장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간인 만큼 평소라면 가게 간판들이 여기저기서 빛을 내고 있을 시간이었으나 오늘 하루만큼은 어둠이 가득했다.

식당들이 너도나도 간판 불을 소등하고 내부 조명만 켜놓고 영업을 진행하는 '소등 시위'에 나섰기 때문이다.

덕분에 지나가는 사람도 얼마 없는 골목길은 평소보다 더욱더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 곳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윤모(30)씨는 "지난달 위드코로나 시기와 비교해 매출이 3분의 1 정도가 감소했다. 가게 운영보다 배달알바를 뛰는 게 낫겠다는 심정"이라며 "차라리 문을 닫을까 생각도 했는데 직원들을 생각해 문을 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윤씨는 이어 "월세만 200만~300만원이 나오는데 100만원 지원금을 받는다해도 월세도 못 내는 상황"이라며 "홀 영업을 하는 가게, 배달하는 곳 등 가게마다 사정이 다 다른데 이에 맞춘 차별된 손실보상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인근 가게 대표 A씨도 정부의 지원이 전혀 와닿지 않아 소등시위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지역 자영업자 대부분 그냥 장사를 안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상황"이라며 "코로나 때문에 2년 넘게 이러고 있는데 손실보상 100%는 못 해주더라도 80%는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2015년부터 인근에서 가게를 운영 중인 대표 B씨는 정부 정책에 대해 "더는 할 말도 없다"고 허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B씨는 "가게 월세 300~400만원, 직원 월급 320여만원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다"면서 "업종마다 다르긴 하지만 저녁 장사부터 시작하는 업체는 그냥 아예 운영하지 말라는 소리다. 고정비만 나가고 빚만 늘고 있는 가장 힘든 시기"라고 말했다.

이어 "자영업자들이 상황 개선을 위해 노력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말을 줄였다.

한편 한국외식업중앙회 등 6개 단체로 구성된 코로나피해자영업총연합(코자총)은 이날 전국에서 오후 5~9시 간판 불을 끄는 '소등 시위'를 진행했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 대책 강화에 대한 항의와 실질적 대책을 내놓으라는 취지로 단체 행동에 나선 것이다.

이들은 소등 시위에 이어 다음 달 4일 집단 휴업에도 나서며, 그래도 정부 정책이 변화하지 않으면 방역지침에 따르지 않고 영업을 강행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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