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유족 고통 판결문, 어떤 표현으로도 담아 낼 수 없어"
"규범·윤리적 측면에서 비난 가능성 높아, 피해자 및 유족 엄벌 탄원"
유족 "아이 살아 돌아올 수 없어, 어떤 결과도 만족스럽지 않다"

[대전=뉴시스]김도현 기자 = 새벽에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귀가하던 20대 여성을 음주운전으로 숨지게 한 30대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대전지법 형사7단독(재판장 김지영)은 16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A(38)씨에게 징역 1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에 대한 구호 조치를 하지 않아 죄질이 나쁘고 공공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고 음주운전의 위험성을 현실화시켜 불법성이 매우 높다”며 “유족의 고통은 이 판결문 어떤 표현으로도 담아 낼 수 없음이 명백하다”라고 밝혔다.
이어 “차량이 정차한 후 블랙박스를 탈거하는 등 이런 행위는 규범적 측면은 물론 윤리적 측면에서도 비난 가능성이 높다”면ㅅ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지만 피해자들에게 용서받거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오히려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 범행 정황이 매우 나쁜 점 등을 고려해 책임에 상응하는 무거운 처벌이 불가피하다”라고 판시했다.
판결이 선고된 뒤 유족은 “판결이 만족스럽지 않고 검사가 구형했던 무기징역이 나와도 결과에 만족할 수 없다”며 “아이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살아 돌아올 수 없어 어떤 결과도 만족스럽지 않다”라고 밝혔다.
이어 “항소 여부는 조금 더 제 마음을 가다듬고 생각해봐야할 문제”라며 “블랙박스를 탈거했다면 사고를 인지했다는 얘긴데 용서를 구하지도 않다가 무기징역을 구형하니까 합의하겠다는 연락을 받았고 아직도 눈물이 마르지 않는다”고 했다.
앞서 A씨는 지난 10월7일 오전 1시27분 대전 서구 둔산동 문정네거리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횡단보도를 건너던 20대 여성과 30대 남성을 치고 구호 조치를 하지 않은 채 도주한 혐의를 받았다.
도주한 A씨는 사고 지점에서 약 4㎞ 정도 떨어진 유성구의 도로 옆 화단을 들이받고서야 멈췄고 지나가던 시민이 이를 발견, 경찰에 신고해 붙잡혔다.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준인 0.204%로, 횡설수설하고 비틀거리며 걷는 등 만취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제한속도 시속 30㎞를 위반하고 약 75㎞로 달린 A씨는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사고를 냈고 도주 후 차량이 멈추자 블랙박스를 빼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고로 20대 여성은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을 거뒀고 30대 남성은 전치 약 12주의 상해를 입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숨진 여성은 가족과 떨어져 혼자 대전에 살며 졸업을 앞두고 취업 준비를 하던 대학생으로 치킨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마친 뒤 귀가하던 중 변을 당했다.
한편 유족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음주운전을 가볍게 생각하는 것이 너무 속상하다”며 “처벌을 강화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되지 않았으면 합니다”라는 내용의 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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