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조수미 "팬데믹 속 공연 매진 보답해야죠...이 무지치와 희망 노래"

기사등록 2021/12/16 05:01:00

세계 무대 데뷔 35주년...실내악단 이 무지치와 전국투어

오미크론 확산 당초 11일 공연 일정 변경

"취소 않고 늦춰...자가격리 감수하고 추진"

18일 부산 시작→서울~인천까지 8개 도시 공연

[서울=뉴시스]소프라노 조수미. (사진=Zo sun hi-1 제공) 2021.12.1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소프라노 조수미. (사진=Zo sun hi-1 제공) 2021.12.1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올해는 잊혀질 수 없는 인상적인 해죠. 이번 앨범과 한국 투어는 이 무지치(I Musici)나 제게 기대가 컸어요. 2021년 일정 중 1순위였어요"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와 이탈리아의 전설적인 실내악단 이 무지치가 뭉쳤다. 세계 무대 데뷔 35주년을 맞는 조수미와 창단 70주년을 맞는 이 무지치의 내한공연이 올 연말을 따뜻하게 장식한다. 오는 18일 부산을 시작으로 서울 예술의전당은 물론 세종, 음성, 성남, 천안, 익산, 인천까지 8개 도시를 방문한다.

지난 7일 입국한 조수미는 현재 자가격리 중이다. 코로나19 및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 여파로 3일부터 갑작스레 모든 입국자에 대한 열흘 격리 방침이 적용되면서 내한 공연들이 줄줄이 취소됐다.

당초 11일부터 공연이 예정됐던 조수미도 난감한 상황에 놓였지만, 한국 관객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투어 일정을 조정하고 입국했다. 17일 격리가 해제돼 다음날 공연에 나서며, 이 무지치도 18일 새벽에 격리가 끝난다.

공연을 앞두고 서면으로 만난 조수미는 "갑자기 격리 방침이 나왔을 때 좀 놀라기는 했다"며 "이 무지치와 매번 만나고 연락할 때마다 '빨리 가고 싶다'고 계속 이야기했다. 저희의 일순위였기 때문에 어떤 일이 있어도 꼭 될 줄 알았다"고 말했다.

그래도 확신은 있었다. 그는 "격리로 인해 공연을 취소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이 무지치가 이탈리아로 바로 돌아가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 제가 설득해서 남아있게 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도, 걱정은 됐지만 잘 정리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있었다"고 돌아봤다.

"공연이 다 매진됐어요. 그분들께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취소하지 않고 이 무지치와 끝까지 남아서 공연해야겠다고 결심했죠. 이 무지치도 충분히 이해해줬고, 그들도 원했어요. 서로 자신의 것들을 양보하면서 투어 일정을 변경해 진행할 수 있었죠."
[서울=뉴시스]소프라노 조수미와 실내악단 이 무지치. (사진=Alessandro Petrini 제공) 2021.12.1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소프라노 조수미와 실내악단 이 무지치. (사진=Alessandro Petrini 제공) 2021.12.1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 무지치 대표곡 비발디 '사계' 등 바로크 음악…"자유롭게 즐길 수 있을 것"

이번 무대는 1986년 이탈리아 트리에스테 극장에서 오페라 '리골레토'의 '질다' 역으로 세계 무대에 데뷔한 조수미의 35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이다. 전설적인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으로부터 '신이 내린 목소리'라는 극찬을 받은 그는 한국인 최초 20대 나이에 세계 5대 오페라 극장의 주역으로 섰다. 성악가 최고 영예인 황금기러기상과 동양인 최초 그래미상 수상 등 늘 최고의 자리를 지켜왔다.

이탈리아 로마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에서 수학한 공통점이 있는 이 무지치와 함께하는 무대라 더 특별하다. 이들은 지난해 6월 세계 음악의 날에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에서 열린 공연으로 처음 함께했다. "첫 연주였지만 오래전부터 함께 일했던 것 같은 편한 분위기에서 음악을 만들어 너무 좋았다"고 떠올렸다.

"(앨범을) 녹음할 때도 화기애애했어요. 이 무지치가 5월에 처음 녹음할 땐 제가 로마에 없었는데, 지인에게 부탁해 잘 챙기도록 했죠. 이분들이 처음 만나기 전엔 제가 생뚱맞고 깐깐하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오히려 친구 같고 다정하게 배려를 많이 해서 굉장히 인상적이었다고 하더라고요."

이번 무대에 올리는 음악은 '바로크'다. 이들의 특별한 한 해를 기념해 최근 발매한 바로크 앨범 'LUX3570' 수록곡 일부와 친근한 바로크 곡들을 선보인다. 바로크 스타일을 지키면서도 극적인 무대를 꾸미고자 고민했고, 이 무지치를 대표하는 곡인 비발디 '사계'를 비롯해 바흐의 커피 칸타타, 헨델의 오페라 '알치나'의 아리아 등 다채롭게 구성했다.
[서울=뉴시스]소프라노 조수미와 실내악단 이 무지치. (사진=Cristiano Riccardi 제공) 2021.12.15.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소프라노 조수미와 실내악단 이 무지치. (사진=Cristiano Riccardi 제공) 2021.12.15. [email protected]
그는 "바로크라고 하면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이미지가 있는데, 이 무지치는 고유의 것을 지키면서도 열려 있고 소통하려는 음악 단체다. 음악적인 표현의 자유를 충분히 주려고 노력하는 단체라서 즐기기 좋을 것"이라며 "경직된 바로크 음악이 아닌, 자연스럽고 활동적인 바로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사실 농담처럼 시작했던 앨범을 발매하기까진 쉽지 않았다. "3~4번 정도 녹음 일정이 바뀌었고, 굉장히 혼란스러웠다"며 "취소될 때마다 불안했다. 단원이 코로나19에 걸려 변경되기도 했고, 그 가족들이 아파도 또 중단됐다"고 떠올렸다.

"로마에 'RADIO TAXI 3570'이라는 콜택시가 있어요. 로마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이죠. 그걸 보고 서로 웃었어요. 제가 35주년이고, 이 무지치가 70주년이잖아요. 재밌게 앨범을 한번 내보면 어떨까 싶었죠. '사람들이 공연만 보는 게 아니라 하나의 추억처럼 기념품(앨범)을 가지고 갈 수 있지 않을까?' 농담하며 시작했는데, 이렇게 힘들게 진행될 줄은 몰랐죠."

캄캄한 어둠에서 한 줄기 빛(LUX)이 희망이듯, 조수미는 이번 앨범으로 위로를 건넨다. 마지막 곡으로 나디아 블랑제의 영원한 빛(Lux Aeterna)을 넣은 이유이기도 하다. 또 그동안 자주 부르던 바로크 레퍼토리 대신 평소 하고 싶었던 노래들을 택했다.

"지금 이 세상에 일어나는 팬데믹 속에, 희망적인 곡을 골라서 피날레로 하자고 했어요. 또 연말이니까 새 출발을 계획해보는 느낌으로 앨범을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곡을 들으면서 제 자신도 정신적으로 위안이 되고, 성찰하게 됐죠."

[서울=뉴시스]소프라노 조수미. (사진=크레디아 제공) 2021.12.1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소프라노 조수미. (사진=크레디아 제공) 2021.12.1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어머니와 5월에 마지막 인사…"최선을 다한 예쁜 딸로 남아 다행"

올해는 그에게 드라마틱했던 한 해였다. 좋은 일도 많았지만, 지난 8월 어머니가 세상을 뜨는 슬픈 일도 있었다. 당시 유럽에 머물던 그는 코로나19 상황에 그 곁을 지키지 못했다. 지금의 조수미를 키워낸 어머니였고, 그 역시 2019년 앨범 '마더'를 선물하는 등 각별한 애정을 보여온 모녀였다.

그는 "결국 부모님의 임종을 끝까지 못 지켰다. 성악가를 하면서 내가 사랑하고, 나를 필요로 하는 가족과 중요한 시간에 같이 있을 수 없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며 "한국에 와도 기댈 수 있는 분이 없다고 생각하니까 허전하고, 고아 같다는 느낌도 난다. 그래도 돌아가시기 전 어머니를 위한 앨범과 공연을 헌정할 수 있었다. 최선을 다한 예쁜 딸로 어머니께 남아있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5월인가 한국에서 잠시 어머니를 뵀어요. 그때가 마지막 인사라는 걸 알고 있었죠. 사람들이 세상을 떠난다 해도 몸만 떠나는 거지, 그 영혼은 늘 가슴이나 우리 머릿속에 남아있죠. 어머니가 지금 이 땅에 안 계셔도 바뀐 건 없어요. 항상 제 기도나 생각 속에 어머니가 계시죠. 단지 이제 전화를 했을 때 어머니 목소리를 더 이상 못 듣는다는 거죠."

지난 35년간 최고·최초 타이틀을 수없이 거머쥔 그는 내년에도 바쁜 공연 일정과 함께 후학 양성에 힘쓸 예정이다. 오스트리아 모차르테움, 미국 하버드대 등의 마스터클래스는 물론 내년엔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초빙교수로 강단에 선다. 2023년에는 조수미의 이름을 딴 국제 성악콩쿠르가 프랑스에서 열릴 예정이다.

"5년 후인 40주년에는 어떤 레퍼토리로 만나게 될지 모르겠네요. 위안이 되는, 한국어로 된 새로운 창작곡을 발표하지 않을까 싶어요. 장르를 떠나 노래로 만들어 발표할 수 있는 음반과 함께 투어를 하지 않을까, 그런 상상을 막연히 해봐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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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조수미 "팬데믹 속 공연 매진 보답해야죠...이 무지치와 희망 노래"

기사등록 2021/12/16 05:01:0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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