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평가 엇갈리지만 매우 눈에 띄는 정치인…산업화 성과"
"전두환, 경제 성과…국민 맡긴 총칼로 국민 해친건 중대범죄"
"이승만, 농지개혁 칭찬 받을 만…양극화 심할 때 배워야할 경험"
[서울·칠곡·구미·대구=뉴시스] 이재우 여동준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대구경북(TK)에서 이틀 연속 박정희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보수 표심 잡기에 나섰다.
이 후보는 12일 오전 경북 구미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설립한 금오공대를 찾아 '지역 대학생과 함께 나누는 대구경북의 미래 비전' 간담회에 나섰다.
그는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금오공대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설립한 것이죠"라며 "구미전자공단도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만든 것이죠. 과거에는 경북 대구 경제가 활력을 받았고 대한민국 경제의 축이었는데 지금은 수도권에 집중돼 활력이 잃어가는 것 같다"고 박 전 대통령을 언급했다.
성장 모멘텀(동력)에 대해 설명하면서 "우리가 겪고 있는 기후위기, 디지털 전환, 팬데믹을 활용해 국가의 대대적 투자를 통해 박정희 대통령이 한 것처럼 강력한 경제 부흥 정책을 취하는, 그를 통해서 새로운 산업을 대대적으로 창출해내고 그 속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는 것"이라고도 했다.
이 후보는 같은날 한국전쟁 당시 최대 격전지인 경북 칠곡군 다부동 전적기념관을 찾은 뒤 즉석연설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등 보수 진영 출신 대통령의 공과를 언급하면서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대구 경북이 낳은, 평가는 갈리지만 매우 눈에 띄는 정치인이 있었다. 박정희다. 모든 정치인은 공과가 병존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전두환도 공과가 공존한다"며 "전체적으로 보면 전두환이 삼저 호황(저금리·저유가·저달러)을 잘 활용해서 경제가 망가지지 않도록, 경제가 제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한 건 성과인 게 맞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러나 국민이 맡긴 총칼로 국민의 생명을 해친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용서될 수 없는 결코 다시는 반복돼서는 안 될 중대 범죄다"며 "그래서 그는 결코 존경받을 수 없다"고 했다.
이 후보는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도 엇갈린다"며 "6.25 전쟁 당시 자기만 먼저 기차타고 대구까지 도망을 갔다가 대전으로 되돌아와서는 서울에다 대고 '국민 여러분 제가 서울을 사수하고 있다'고 방송했다. 그걸 믿고 서울 시민은 피난을 못가서 인민군 치하에 들어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민군이 총 들고 협조하라고 하는데 안 할 도리가 있느냐. 참호 파라면 파고 노역하라면 하고 했는데 서울 수복한 다음에 부역했다고 전부 총살했다"며 "국가 지도자가 할 짓이냐 역시 용서할 수 없는 행위"라고 했다.
다만 "제가 볼 때 칭찬받을 만한 일이 하나 있다. 바로 농지개혁을 한 것"이라며 "농지개혁을 통해 당시 대한민국이 갖고 있는 가장 큰 생산수단인 논밭을 진짜 농사 짓는 사람들이 가지도록 만들었고 경자유전 법칙을 헌법에 썼다. 그래서 그 이후에 대한민국 경제가 정말 급속하게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우리가 지금처럼 양극화가 심하고 경제가 침체될 때 배워야 될 역사적 경험이다. 그 점에서는 인정을 할 만한 부분도 조금은 있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은 유능해야 한다. 국가 지도자가 무능하면 지탄받을 일이 아니라 용서받을 수 없는 중대범죄, 죄악이다"며 "민생을 챙길 제대로 실력을 갖춘 정치인, 과거가 아니라 미래로 갈 정치인, 보복이 아니라 희망을 만들 정치인이 누구라고 생각되느냐"고 물었다.
이 후보는 실용주의를 앞세워 외연 확장을 노리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초접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약체인 TK를 집중 공략해 승기를 잡겠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이 후보는 광주·전남에 이어 두번째로 3박4일 일정으로 TK 매타버스행에 나섰다. 그는 11일 금오공대를 방문한 것에 이어 오는 12일 경부고속도로 추풍령휴게소내 경부고속도로 완공 기념탑을 찾아 헌화하고 다음날에는 박 전 대통령의 측근인 고(故)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10주기 추모행사에 참여한다.
이 후보는 전날 부인 김혜경씨와 대구 동성로를 찾아서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산업화의 성과를 냈다"며 "물론 박 전 대통령이 인권을 탄압하고 민주주의를 지체시킨 것에 대해서 분명히 책임져야 한다. 그러나 산업화의 공도 우리가 인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난달 2일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경부고속도로를 만들어 제조업 중심의 산업화 길을 열었다"며 박 전 대통령의 경제 성과를 호평했다.
같은달 5일 대구를 찾아서도 "박정희의 고속도로가 산업화의 뿌리가 됐고, 산업화란 성과를 낸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우리가 김대중 정책이든, 박정희 정책이든 '좌 정책'이나 '우 정책'이나 따지지 않고 정말 국민에게 필요한 일을 해나가야 되지 않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후보는 같은날 28일 전남 나주를 찾아서는 "이승만 정부가 나쁜 짓만 한 게 아니다. 최대의 성과는 농지개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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