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6월 배민1 출시…쿠팡이츠와 경쟁
코로나19로 배달량 급증해 라이더 부족
프로모션 붙여…"강남에서 건당 2만원"
배달대행사 요금 인상 "생존 위해서"
플랫폼 할인 끝나면 음식점도 "폭탄"
자영업자 사이에 플랫폼 규제 목소리
[서울=뉴시스]김정현 기자 = 장바구니 물가도 버거운데 배달 음식값도 오른다. 플랫폼 '단건 배달' 경쟁이 본격화한 올해 하반기부터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플랫폼에 따라 많게는 주문 90% 이상을 도맡는 배달대행업체들이 최근 요금을 올리고 있다. 전에 없던 보증금을 도입하는 곳도 나온다. 단건 배달 서비스가 진출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벌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플랫폼에서 만원 받았다"…기사 이탈, 요금 인상
A사 대표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요금을 올린 후 가맹점주가 35% 이탈했지만 어쩔 수 없다"며 "단건 배달 업체들이 배달비를 건당 최소 6000원, 많게는 1만원까지 주다 보니 기사들이 많이 이탈했다"고 밝혔다.
배달대행업계 다른 관계자는 "서울 강남구에서 한 플랫폼 업체 기사용 앱을 켰더니, 프로모션 1만9000원에 건당 배달비가 2만원까지 올라가 있었다"며 "강남 지역 한 음식점에서는 고용하고 있는 배달 기사 시급을 1만3000원까지 올렸다고 한다"고 전했다.
소비자가 배달 앱에서 보는 배달요금(배달팁, 배달비)은 실제 기사가 받아가는 전체 '배달비'의 일부다. 기사 배달비는 음식점 점주와 소비자가 나눠 분담한다.
문제는 플랫폼 업체들이 지급하는 격려비 명목의 추가금이다. 악천후, 주문이 몰리는 점심·저녁 시간대, 지역 등 조건에 따라 '프로모션'을 때때로 진행한다.
쿠팡이츠는 기사들에게 기본 배달비 건당 2500~1만5000원을 지급하고, 거리에 따라 최대 1만원까지 할증한다. 배민1은 서울, 수도권에서 1.5㎞까지 3000~3500원을 주고, 추가 500m당 500원씩 올린다. 여기에 프로모션 배달비가 덧붙여지는 구조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배달 주문은 늘었고, 그만큼 기사 공급은 따라가지 못하면서 '기사 모시기' 경쟁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배달대행업체 입장에서는 플랫폼이 적게는 2배, 많게는 7배까지 높은 배달비를 주는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프로모션 끝나면 음식 팔수록 적자 커진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배달의 민족 앱 전체 주문 물량 95% 이상은 배달대행업체가 소화한다. 배달의 민족은 딜리버리히어로(DH)와의 합병 과정에서 시장 점유율이 78%에 달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업계 일각에서는 배달대행업체들이 플랫폼 업체들에게 책임을 떠넘긴다는 주장도 나온다. 자신들은 일정 액수 이상 배달비 부담은 플랫폼이 직접 부담하기 때문에 오히려 물가 안정에 기여한다는 논리다.
플랫폼들은 외형 성장을 위해 기사뿐만 아니라 입점업체를 늘리기 위한 '프로모션'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점주들 사이에서는 프로모션이 끝나면 오히려 '역마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배민1 기본 중개이용료는 음식값의 12%다. 여기에 결제정산 수수료 3%, 배달비를 부담해야 한다. 그런데 가입 후 90일 동안은 중개이용료를 1000원, 배달비도 최대 5000원까지만 받는다. 별도 안내가 없으면 매 90일마다 프로모션을 연장한다.
쿠팡이츠도 프로모션 동안 똑같은 요금을 책정했다. 주문 중개 수수료 1000원, 배달비 5000원, 카드 수수료 등 3%다. 기본 요금으로 '정상화'되면 주문 중개 수수료는 음식값의 15%로 바뀐다. 프로모션이 언제 종료될 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자영업자 커뮤니티에서는 '폭탄을 안고 산다'는 게시글이 다수 목격된다.
치킨전문점을 운영한다고 소개한 한 청원인은 지난 6월1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모 플랫폼은 프로모션 기간이 지나서 가격이 정상화 된 매장도 상당하다"며 "이 경우 2만원 치킨을 팔면 많게는 3700원을 손해보는 장사를 해야 하는 데 이게 맞는 거냐. 정말 이기적이고 신의칙에 반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실제 대형 프랜차이즈도 배달용과 매장용 가격표를 따로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5월 공개한 주요 5개 햄버거 프랜차이즈 제품 가격 조사 결과, 롯데리아·맥도날드·버거킹·KFC가 햄버거 세트 가격을 많게는 1000~1200원씩 배달 주문 시 더 비싸게 받고 있었다.
플랫폼에 뿔난 자영업자, 정부에 규제 요구
배민1은 지난달 경기 양주시를 비롯해 구리, 광주, 남양주, 이천, 의정부, 하남 등 지역에서 시범 운영을 개시하고 오는 21일 서비스를 공식 개시한다.
배달대행업계 한 관계자는 "해당 지역에서 점유율이 높았던 업체들이 많게는 1000원 넘게 가격을 올리고 있다"며 "3년 안에 대행사를 바꾸지 못하도록 100만원의 보증금을 도입한 업체도 나왔다"고 전했다.
배달대행업계를 중심으로 플랫폼을 규제해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도 등장했다. 자신을 배달대행 업체 사장이라 소개한 청원인은 지난 3일 "배달비를 5년 동안 동결하다 이번에 처음 올렸다"며 "시장 정상화를 위해 플랫폼 업체들의 과도한 프로모션을 법적으로 막는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 글은 하루만인 4일 기준 767명의 사전동의를 모아 공개 검토 기준 100명을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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