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서울서 연이어 기자간담회…그간 성과·계획 밝혀
"이공계 학사교육 새로 짜야…과거에 머물러선 안돼" 소회
실전 '격투기형' 학사교육 도입…챌린지융합관 조성에도 박차
미래 인재상으로 알파고의 아버지 '데미스 하사비스' 박사 꼽아
[울산=뉴시스]구미현 기자 = "이공계 학사교육은 여전히 50년 전에 머물러 있습니다. 과거의 교과서로는 ‘과학기술계 BTS 육성’은 어렵습니다. 과거의 지식을 답습해서는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혁신을 따라잡을 수 없습니다."
25일로 취임 2주년을 맞은 이용훈 UNIST(울산과학기술원) 총장은 그간의 소회를 이 같이 말했다.
이 총장은 24일~25일 울산과 서울에서 각각 기자간담회를 열고 UNIST에 부임한 이후 지난 2년은 대한민국 과학기술 교육의 틀을 새롭게 짜기 위한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른바 '격투기형' 학사교육을 도입해 최신 분야에 강점을 가진 실전형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국가 과학기술의 미래를 준비하는 과기원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장은 지난 2019년 11월 UNIST에 부임하면서부터 학사교육 혁신에 나섰다. 이 총장은 실전을 강조하며 ‘과학기술계 BTS’를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먼저 전통 산업 시대에 맞춰 설계된 기초교과목을 개편하고 인공지능 디지털 시대에 맞는 과목을 개설해 학생들의 선택의 폭을 넓혔다.
이용훈 총장에게 그간의 성과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 봤다.
다음은 이 총장과 일문일답.
-총장 취임이후 이공계 교육 혁신에 주력해 왔는데, 그 배경은.
"우리나라 연구중심대학은 대학원 중심의 인재육성 체계를 갖고 있다. 학사과정 교육보다는 대학원 진학 이후의 연구과제 중심의 인재육성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1971년 개원한 카이스트(KAIST)가 정립한 방식이다. 대학원 과정에서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하는 것은 늦었다. 이공계 교육은 더 이상 과거에 머물러선 안 된다.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혁신의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 학생들이 좀 더 빠르게 새로운 지식을 접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분야에 흥미를 갖고 도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이공계 학사교육 혁신에 주력해왔다"
-수직형 교육, 이른바 ‘격투기형’ 학습을 강조해 왔는데, 이는 어떤 종류의 학습인가.
"지금까지 우리 교육은 수평형 강의, 쿵푸형 학습의 형태였다. 기초를 탄탄히 하고, 심화학습을 거친 뒤, 응용으로 넘어가는 단계적 학습의 방식이었다는 의미다. 품새와 기본자세를 철저히 익히고 난 뒤에야 겨루기를 할 수 있는 쿵푸의 방식인 것이다. 한 분야를 익히기 위해서는 그만큼 오랜 시간과 인내가 필요했다. 반면 격투기형 교육은 기본기만 익히고 바로 실전에 오르는 방식을 말한다. 기본스텝과 잽만 익히고, 바로 실전에 나서며 스파링을 통해 배우는 방식이란 의미다. 어떤 분야에서 연구에 나선다고 하면, 그 분야 전반의 지식을 모두 익히기는 것이 아닌, 기초부터 응용에 걸친 지식 중 핵심만을 배운 후 직접 문제에 도전하며 필요한 부분을 채워나가는 것이다. 기초, 심화, 응용 중 핵심만을 꿰뚫는 수직형 교육은 새로운 분야를 좀 더 빠르게 익히고, 흥미를 가질 수 있는 방법이다."
-향후 육성하고자 하는 이공계 미래 인재상은.
"알파고의 아버지, 데미스 하사비스 박사를 좋은 모델로 꼽는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천재 게임개발자였고, 이세돌과 세기의 대결을 펼친 구글 딥마인드를 창립한 인물이다. 그러나 주목할 것은 그의 업적이 아닌 새로운 문제 해결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그의 학습 스타일에 있다. 게임개발자 시절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던 그는 인공지능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에서 인지과학을 전공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스스로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찾았고, 이를 위해 즉시 필요한 공부를 찾아 뛰어들었다. 주체적으로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혁신가. UNIST가 키워내고 싶은 인재상이다."
-과학기술계 BTS 탄생을 위해 앞으로 집중할 분야는.
"BTS의 성공비결로 두 가지를 꼽는다. 첫째는 자기주도적 마인드를 키운 것이다. 자신들이 성장하며 느낀 고민과 깨달음을 바탕으로 직접 곡 작업에 참여했던 과정이 팬들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두 번째는 최고의 육성 시스템을 갖췄던 것이다. 재능 있는 젊은이들이 각 분야의 대가로부터 수년에 걸친 지도를 받으며 인내했던 과정이 있었다. UNIST가 미래사회를 선도할 과학기술계 BTS 육성을 위해 노력할 부분도 이와 같다. 학생들이 스스로 관심을 갖고 문제를 설정할 수 있도록 돕고, 그 과정에서 최고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다. 학생들이 스스로 관심 갖는 주제에 대해서 연구동아리를 결성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매년 100개의 동아리를 설립, 운영하는 게 목표다. 이들 동아리가 맘껏 연구하고, 창업할 수 있는 장소로서 ‘챌린지 융합관’을 조성하는 작업에도 박차를 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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