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로 옮겨져 특 1호실에 안치돼
한때 응급실 코로나 발생으로 이송 지체
유언은…"북녘 보이는 고지 백골 남겠다"
[서울=뉴시스]신재현 옥성구 기자, 임하은 수습기자, 홍연우 수습기자, 최영서 수습기자 = 전두환 전 대통령이 23일 향년 90세로 사망한 가운데, 그의 빈소는 신촌 세브란스병원 특 1호실에 마련됐다. 유족 측은 전 전 대통령의 장례를 가족장으로 치를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 전 대통령의 시신은 이날 오후 2시50분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운구차를 이용해 신촌 세브란스병원으로 옮겨졌다. 부인 이순자여사와 장남 재국씨, 차남 재용씨, 민정기 전 청와대 공보비서관 등이 병원으로 향하는 그의 곁을 지켰다.
고인의 시신은 장례식장 지하 1층에 위치한 특 1호실에 안치된 상태다. 이날 오후 3시40분 전후로 특1호실 앞 모니터에는 '故 전두환님'이라는 문구와 함께 전 전 대통령의 사진, 유족들 이름을 담은 안내 화면이 띄어졌다. 이를 시작으로 현장은 빈소 마련에 한창이었다.
장례식장 내부엔 조화가 마련되었고 빈소 앞엔 '부의금은 사양합니다'라는 안내가 붙은 부의함도 놓였다. 코로나19 상황임을 감안해서 '상주와의 인사는 목례로 부탁합니다'는 안내 문구도 눈에 띄었다.
오후 4시35분께 전 전 대통령의 민정당 총재 비서실장을 지냈던 이영일 전 국회의원, 하나회에 속했던 고명승 예비역 육군 대장이 조문을 위해 빈소를 찾았다. 뒤이어 상복 위에 검은색 외투를 걸친 부인 이순자 여사가 고개를 떨군 채 빠르게 빈소 안으로 들어갔다.
빈소에는 정재계 인사들이 보낸 근조 화환도 하나둘씩 들어섰다. 오후 5시20분께 SK 그룹 최태원 회장,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강창희 전 국회의장이 보낸 근조 화환이 마련됐다.
직접 조문을 오는 정재계 인사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병원 근처에선 전 전 대통령의 죽음을 환영하지 못한다는 움직임도 있었다. 진보 성향 단체인 전두환심판국민행동은 전씨의 빈소가 차려진 신촌 세브란스병원 주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앞서 고인은 이날 오전 8시45분께 서울 연희동 자택에서 별세했다. 신촌 세브란스병원 응급실에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해 이송이 지연되는 동안 자택 내 머물던 전씨의 시신과 유족 등의 유전자증폭(PCR) 검사도 진행됐다고 한다.
임종 당시에는 부인 이순자씨만 자리를 지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화장실에 가는 중 쓰러졌다가 의식을 회복하지 못 했고, 응급처치를 할 틈도 없이 사망해 부인 이씨가 경호팀에 연락했다고 한다.
전씨는 악성 혈액암인 다발성 골수정 확진 판정을 받고 투병 중이었으며, 최근 건강이 악화돼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통원 치료 중이었다. 열흘 전까지만 해도 전씨는 거동에 불편함은 있지만 혼자 화장실을 가기도 했다고 한다.
전 전 대통령 측은 미국에 체류 중인 삼남 재만씨의 귀국 일정에 맞추려면 삼일장은 어려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유족 측은 가족장을 치른 후 전씨 유언에 따라 화장할 예정이다. 이날 민 전 비서관은 "회고록에 유서를 남겼다. 사실상 유서"라고 했다.
민 전 비서관은 "그 대목은 '건강한 눈으로 맑은 정신으로 통일을 이룬 빛나는 조국의 모습을 보고 싶다. 그 전에 내 생이 끝난다면 북녘 보이는 고지에 백골로라도 남아 있으면서 그날을 맞고 싶다'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민 전 비서관은 "평소에도 가끔 '나 죽으면 화장해서 그냥 뿌려라'는 말씀을 했다"며 "가족들은 유언에 따라 그대로 하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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