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날만 되면 '부릉~'…20년째 봉사하는 라이더들

기사등록 2021/11/20 09:58:00

바이크동호회 '모닝캄', 2000년 자원봉사 시작

올해 수능엔 전국 100여명 수험생들 긴급 수송

"고맙다, 시험 잘 쳤다" 전화 오기도…"보람 차"


[서울=뉴시스]정유선기자=지난 18일 오전 안국역 사거리에서 모터사이클동호회 '모닝캄' 회원 윤석현(오른쪽)씨와 또 다른 회원이 수험생 수송 전 대기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울=뉴시스]정유선기자=지난 18일 오전 안국역 사거리에서 모터사이클동호회 '모닝캄' 회원 윤석현(오른쪽)씨와 또 다른 회원이 수험생 수송 전 대기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울=뉴시스]정유선 기자 = "학생이 택시를 탔는데 세종문화회관 근처에서 차가 꼼짝도 못 하고 있대요."

수능이 있던 지난 18일 오전 안국역 사거리, 입실 마감 시간을 10여분 앞두고 무전을 받은 경찰이 근처에 대기 중이던 라이더에게 뛰어와 말했다.

주문을 받은 중년의 라이더는 곧장 시동을 걸고 세종문화회관으로 달렸다. 출근 시간 혼잡에 갇혀있던 수험생은 오토바이로 갈아탄 덕분에 교문이 닫히기 전 시험장에 무사히 들어갈 수 있었다.

전국 단위 모터사이클동호회 '모닝캄'은 매해 수능마다 '긴급 수송 작전'을 펼치고 있다. 이번 연도엔 서울·부산 등 대도시에서 70~80명가량의 회원들이 동원돼 100여명의 학생들을 태워 날랐다.

수능 날엔 경찰과 지자체 등이 지각 우려가 있는 학생들을 위해 수송 인력을 투입한다. 그러나 신고가 몰릴 땐 운송수단이 부족한데, 그럴 때 모닝캄은 든든한 지원군이 된다.

이들의 수송 활동은 일종의 자원봉사다. 기동성이 좋은 바이크로 난처한 상황에 놓인 수험생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활동의 유일한 목적이라고 한다. 2000년께부터 전국 동호회 지부의 임원들이 합심해 시작했다.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앞에서 한 수험생이 전국모터사이클동호회 모닝캄 회원들의 오토바이를 타고 시험장으로 향하고 있다. 2021.11.18.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앞에서 한 수험생이 전국모터사이클동호회 모닝캄 회원들의 오토바이를 타고 시험장으로 향하고 있다. 2021.11.18. [email protected]

앞선 활약상의 주인공인 윤석현(64)씨도 이러한 활동 목적에 공감해 연례행사처럼 봉사에 참여했다. 그렇게 매년 수능 날 새벽 거리에 나선 지 어느새 20년이 넘었다.

윤씨는 가장 기억에 남는 사례로 7년 전 일을 꼽았다. 입실 마감이 10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종로구 덕성여고로 잘못 찾아온 학생을 동작구 보라매공원 인근 학교까지 데려다준 때였다.

윤씨는 "뒤에 앉은 여학생이 울면서 계속 가능하냐고 묻는데 최선을 다해 가야지 싶었다"며 "버스 전용차선도 타고 사이렌까지 울리면서 막힌 길을 뚫었다"고 말했다.
 
전력 질주에도 지각을 면치 못했지만, 다행히도 학교 앞에 있던 교사가 교문을 열어줘 교실 코앞에서 학생을 내려줄 수 있었다. 윤씨는 "도착하니까 긴장이 풀려 기진맥진했다"면서 "그래도 나중에 그 학생한테 전화도 왔다. 시험 잘 쳤고 고맙다고 하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윤씨는 지각생들이 과거보다 줄었지만 한동안 활동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바탕하고 나서 회원들이랑 해장국 한 그릇 하고 나면 기분이 정말 보람차다. 다른 회원들도 그렇게 얘기한다"며 "앞으로도 힘닿는 대로 하고 싶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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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날만 되면 '부릉~'…20년째 봉사하는 라이더들

기사등록 2021/11/20 09:58:0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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