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청 듣고 엘리베이터 앞서 흉기 휘두른 혐의
조현병 증상 치료…살해까지는 이어지지 않아
法 "의사결정 능력 상실 아냐…피해자 충격 커"
[서울=뉴시스] 옥성구 기자 = "사탄의 피를 뿌려라"는 환청을 듣고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리다가 문이 열리자 처음 보는 이웃을 흉기로 여러 차례 찌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남성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21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성보기)는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A(35)씨에게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했다. 또 치료감호를 명령했다.
A씨는 지난 6월27일 오전 4시18분께 서울 영등포구의 주거지에서 '사탄의 피를 엘리베이터 앞에 뿌려라'는 환청을 듣고 사탄을 살해하겠다며 엘리베이터 앞에서 대기하다 문이 열리자 B(67)씨에게 흉기를 휘두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 결과 A씨는 지난 2015년 9월부터 정신병 진단을 받고 대학 병원에서 조현병 등으로 치료를 받아 오고 있었다. 하지만 이 사건 당시에는 일주일 동안 약을 복용하지 않아 조현병 증상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A씨는 미리 준비한 흉기로 B씨를 여러 차례 찌르고 주먹으로 얼굴을 때렸지만, B씨가 저항하고 이 과정에서 흉기가 부러지며 살해 범행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
또 몸싸움 과정에서 흉기가 엘리베이터 안으로 떨어졌고,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며 1층으로 내려가 더 이상 흉기로 찌를 수 없게 되자 A씨는 비상계단으로 도주했다.
아울러 A씨는 이 사건 범행 후 혈흔이 묻어 있는 마스크를 창문 밖으로 던지거나 피가 묻은 옷을 벗어 세탁기에 넣은 후 갈아 입었으며, 집 안에 묻은 혈흔을 수건으로 닦아내 범행 흔적을 지우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를 당시 정신병적 상태로 인해 적어도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피고인이 범행 후 흔적을 지우려고 행동하기도 했고, 두뇌의 기질적인 손상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조현병이 완치되지 않은 상태에서 큰 어려움 없이 독자적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해온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어 재판부는 "피고인의 정신을 감정한 감정의는 이 사건 범행 당시 '조현병으로 인한 의사결정능력 등의 상실 수준은 아니고 저하된 심신미약 상태'라고 판단했다"면서 당시 A씨의 의사결정능력이 상실된 상태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얼굴에 자상을 입힌 상태에서 추가적인 실행행위로 나아가지 않은 것은, 칼이 부러져 사용할 수 없게 돼 추가 범행을 이어갈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A씨 측의 중지미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울러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해 피해자의 생명에 매우 중대한 위험이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피해자가 일상적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출근하던 중 갑자기 공격받아 공포와 정신적 충격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피해자는 처벌을 원하지 않는 의사를 표시했다"면서 "피고인이 조현병으로 인해 의사결정능력 등이 미약한 상태에서 범행에 이르게 됐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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