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왕릉뷰 아파트', 58m 나무 심어 가린다?...또 논란

기사등록 2021/11/15 15:19:40

최종수정 2021/11/15 15:22:32

문화재청, 시뮬레이션 안 제출안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김포 장릉 인근 인천 검단 아파트 불법 건축과 관련해 논란이 계속된 21일 오후 경기 김포시 장릉(사적 제202호)에서 문제의 검단 신도시 아파트가 보이고 있다. 2021.10.21.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김포 장릉 인근 인천 검단 아파트 불법 건축과 관련해 논란이 계속된 21일 오후 경기 김포시 장릉(사적 제202호)에서 문제의 검단 신도시 아파트가 보이고 있다. 2021.10.2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세계문화유산인 왕릉 앞에 아파트, 어떻게 해야할까. '아파트를 철거하라'는 여론 속 이번엔 '58m 나무를 심어 가린다'는 안까지 나와 다시 논란이 일고 있다.

왕릉의 경관을 훼손해 논란이 불거진 곳은 인천 검단신도시의 아파트들이다. 앞서 문화재위원회는 김포 장릉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서 문화재 당국 허가 없이 건설돼 논란에 휩싸인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안건을 심의한 뒤 '보류' 결정을 내린 상황이다.

2019년 착공한 인천 검단신도시의 한 아파트는 내년 6~9월 입주를 앞두고 있다. 이 단지 근처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김포 장릉'이 있다.

새로 지어지는 검단 신도시의 아파트들이 20층을 넘어가고 김포 장릉에서 바라보는 경관을 가린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현행법상 문화재 반경 500m 안에 높이 20m 이상의 건물을 지으려면 문화재청 심의를 사전에 받아야 하는데, 건설사 3곳은 이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문화재청은 지난 7월 김포 장릉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내에서 허가받지 않은 공사가 진행됐다며 3개 건설사가 진행하고 있는 44개동 아파트 공사 중 19개동에 대해 공사 중지 명령을 내리고,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해당 건설사들과 인천시 서구청을 고발했다. 문화재청이 내린 공사중단 명령에 건설사들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법원이 이를 기각했고 공사도 중단됐다.

지난달 28일 문화재위원회 세계유산분과, 궁능문화재분과는 합동분과 회의를 열어 김포 장릉 주변 아파트 건설에 따른 현상 변경을 2차 심의했다.

이날 문화재위는 "3개 건설사가 제안한 방안으로는 김포 장릉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유지하기 어렵다"며 심의를 보류했다. 문화재위원회는 별도 소위원회를 구성해 단지별 시뮬레이션 등 보다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방법을 검토하기로 했다.

문화재청, 시뮬레이션 제출...58m 나무 심어 가려 vs 실효성 떨어져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실이 공개한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는 관련 용역을 발주해 받은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문화재 심의 기준인 최고 높이 20m 기준에 맞추기 위해 문제가 되는 동을 모두 4층으로 만들거나 최소 30m~최대 58m의 나무를 심어 가리는 방법이 담겼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는 높이 20m와 김포 장릉이 위치한 산의 능선, 인근 아파트 높이 등을 기준으로 아파트 최고 높이와 최고 층수를 분석했다.

최소 30m~최대 58m의 나무를 심어 가리는 방법에 전문가들은 당장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은 "이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화재청 국정감사때 나무를 심어 아파트를 가리는 방안을 제안했고, 이와 관련한 시뮬레이션이 이뤄진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큰 나무를 심어 아파트를 가리는 방법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나무가 오대산 상원사에 있다"며 "상원사 침엽수가 제일 높은 게 45m인데, 200년 정도 기른 것이다. 40m 이상 크기의 나무를 옮겨와 심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또 황 소장은 "문화재청이 공사 중단 명령을 내린 것은 건설사의 불법행위가 명백했기 때문"이라며 "건설사는 모든 자산을 팔아서라도 입주민들에게 대토보상 등 빨리 보상을 해줘야 한다. 입주민들을 철저히 보호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화재청은 소위원회에서 추가 검토를 진행해 최종안을 도출한다는 방침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김포 장릉 아파트 안건은 비공개로 진행 중이라 현재 이야기해줄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김포 장릉은 조선 16대왕 인조가 부모인 원종과 인헌왕후를 모신 능으로,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조선왕릉 40기 중 하나다.  능침(봉분)에서 앞을 바라봤을 때 계양산을 가리는 고층 아파트 공사가 문화재청 허가 없이 이뤄졌다는 갑론을박이 벌어진 뒤 법적 다툼이 진행 중이다.

만약 아파트 건설이 중단되지 않을 경우 나머지 조선왕릉 39기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서 일괄 등재 취소가 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김포 검단신도시 아파트 건설사들은 아파트 외벽 색상, 마감 재질 등만 교체하겠다는 내용의 개선안을 제시했다. 이 안엔 철거, 층수 변경 등의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왕릉 뷰 아파트'  논란은 지난 9월 문화재청의 허가 없이 올라간 아파트를 철거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오면서다. 현재 21만 6000여명의 동의를 얻고 있다.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김포 장릉 인근 인천 검단 아파트 불법 건축과 관련해 논란이 계속된 21일 오후 경기 김포시 장릉(사적 제202호)에서 문제의 검단 신도시 아파트가 보이고 있다. 2021.10.21.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김포 장릉 인근 인천 검단 아파트 불법 건축과 관련해 논란이 계속된 21일 오후 경기 김포시 장릉(사적 제202호)에서 문제의 검단 신도시 아파트가 보이고 있다. 2021.10.21.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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