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15일 외무장관 회의 열어 추가 제재 논의
러시아 "1939년 연상시켜"…폭격기 2대 급파
벨라루스, 이주민 대상 여행패키지 판매 의혹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벨라루스의 '난민 밀어내기'로 빚어진 동유럽 난민 갈등이 유럽연합(EU)과 러시아로 확산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폴란드에서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총리와 회담 후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사태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정권이 기획한 하이브리드 공격"이라고 규탄했다.
미셸 의장은 "권위주의 정권이 이주자들을 용납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비난했다.
모라비에츠키 총리는 "현 제재는 효과가 없는 것 같다"며 "벨라루스를 포함한 항공사들에 대한 제재 등 추가 조치를 원한다"고 촉구했다.
미셸 의장에 따르면 EU는 오는 15일(현지시간) EU 외무장관 회의를 열어 벨라루스 추가 제재를 논의할 예정이다.
도날트 투스크 전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트위터에 EU 지도자들에게 보내는 서한을 올려 "벨라루스 국경에서 커지는 위기에 맞서 폴란드, 리투아니아와 연대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면담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EU에 지지를 보냈으며, 다음달 초 벨라루스에 대한 제재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벨라루스 지원에 나섰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벨라루스와 폴란드의 현 대치상황은 (나치 독일과 소련이 폴란드를 침공한) 1939년을 연상시킨다"며, 폴란드의 러시아 비난에 대해 "무책임하며 용납 불가능하다"고 반발했다.
러시아군은 이날 벨라루스 영공으로 전략 폭격기 두 대를 보내며 압박을 가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는 "이웃 국가 방공망 시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EU와 미국 등은 지난 5월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반정부 언론인 체포를 위해 여객기를 강제 착륙시킨 데 대해 강력 규탄하며 제재를 가했다.
벨라루스는 이에 대한 보복 일환으로 중동 등 출신 난민들의 EU행을 막지 않겠다고 밝혔으며, 이후 폴란드·리투아니아 등 인접국으로 난민을 밀어내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독일 매체 포쿠스온라인은 이날 벨라루스 국영 여행사가 이라크 등 출신 난민들을 상대로 벨라루스 입국부터 폴란드 국경 이동까지 지원하는 여행 패키지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폴란드와 벨라루스 국경에는 난민 수천명이 몰려 폴란드로 진입을 시도하고 있고, 폴란드는 이를 저지하기 위해 국경 경비 병력을 강화하고 있다.
벨라루스가 민스크로 돌아가길 원하는 난민들의 재입국을 막으면서, 이들은 국경 지대에서 오도 가도 못한 채 갇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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