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크로스로드'(강동혁 옮김)는 1970년대 미국 가족의 황폐한 단면을 그린 작품이다. 미국의 소설가 조너선 프랜즌의 여섯 번째 장편소설로, 붕괴 직전의 현대 가족과 함께 인간의 근원적 심상을 펼쳐보인다.
뉴프로스펙트라는 교외의 마을에서 부목사로 일하는 러스 힐데브란트는 이혼녀와 결혼하면서 가족과 절연한 인물이다. 아내 매리언과의 결혼 생활에서 권태를 느끼던 차에, 최근 남편을 잃고 고향으로 돌아온 프랜시스 코트렐 부인에게 남몰래 애정을 품고 있다. 겉으로는 평범한 교회의 사모이자 네 아이의 어머니로 살고 있으나, 과거에 겪은 엄청난 사건들로 인해 정신과 의사에게 상담받으러 다니는 매리언은 아들 페리의 문제로 깊은 고민을 안고 있다.
페리는 누나에 대한 묘한 질투와 열등감을 갖고 있으며 약물 중독의 위험에 빠져 있다. 작품에서는 마약 사용, 여성주의 운동, 인종차별, 빈곤 등 비교적 현대적인 주요 이슈들을 깊이 있게 다룬다. 질투, 자기 연민, 죄책감, 애정결핍, 인정욕구 등 인간의 보편적이고 근원적인 감정과 어우러진다.
프랜즌은 현대 미국의 삶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으로 작중 인물들의 내밀한 삶을 세밀히 들여다본다. 인물들 간에 서로 복잡하게 교차되는 관점들로 전개되는 이 소설은 도덕적 위기의 중추적인 순간에 서있는 한 가족의 이야기가 결코 우리 자신의 삶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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