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기후서밋' 제안한 文…"또 들러리 세우나" 우려도

기사등록 2021/11/02 16:33:35

COP26 기조연설서 청년기후서밋 정례 개최 제안

청년활동가 "좋은 영향 주지만 형식적 행사 우려"

국내서도 청년 참여…"실제 의견 반영까진 안 돼"

"청년 입장 진지하게 받아들여야…후속조치 필요"

[글래스고=뉴시스] 김진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일(현지시간) 영국 글래스고 SEC에서 열린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2021.11.02. bluesoda@newsis.com
[글래스고=뉴시스] 김진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일(현지시간) 영국 글래스고 SEC에서 열린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2021.11.0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정성원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기후위기 대응에 미래세대 목소리를 반영하자는 내용의 '청년 기후 서밋'을 제안한 가운데 소통 플랫폼보다 청년의 의견을 진지하게 들을 수 있는 환경과 이를 반영할 수 있는 구조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런 지적을 반영하듯 전 세계 청년 기후활동가들은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열리는 영국 글래스고 회담장 밖에서 대규모 시위를 예고했다. COP26이 각국 정상들의 '말 잔치'로 끝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3일 환경부 등에 따르면 전 세계 197개국이 참여하는 COP26는 오는 12일까지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최된다. COP26에서는 온실가스 감축, 기후위기 적응과 같은 90여개 의제를 논의한다.

지난 1일(현지시간)부터 이틀에 걸쳐 특별정상회의가 개최됐다. 이 자리에는 문 대통령을 비롯해 각국 정상이 참여했다.

주목되는 부분은 문 대통령의 '청년 기후 서밋' 정례 개최 제안이다. 문 대통령은 1일 스코티쉬이벤트캠퍼스(SEC)에서 열린 COP26 특별정상회의 기조연설에서 "기후위기 당사자인 미래세대와 기성세대가 함께 기후위기의 해법을 찾는다면 지속가능한 세계를 향한 인류의 발걸음도 한층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청년 기후 서밋 개최 제안은 각국 청소년과 청년들이 기후위기 대응 논의에 참여시키자는 취지로 읽힌다. 스웨덴 출신의 그레타 툰베리와 같은 청소년·청년 기후활동가의 목소리를 듣고, 미래세대와 기휘위기 해법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청년 기후활동가들은 문 대통령의 제안을 환영하면서도 일부 우려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현유정 기후변화청년모임 빅웨이브 플래너는 "이런 행사로 청년들이 기후위기에 대해 더 많이 관심 갖고 공부하는데 도움이 된다. 행사로 인해 지속해서 기후위기가 언급되면서 청년 외 다른 주체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도 "형식적으로만 청년이 참여하는 행사가 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글래스고=AP/뉴시스] 스웨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운데)가 지난 1일(현지시간) 영국 글래스고에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열린 가운데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 집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툰베리 등 청년 환경 운동가들은 세계 지도자들이 지구 온난화 문제와 관련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을 비난했다. 2021.11.02.
[글래스고=AP/뉴시스] 스웨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운데)가 지난 1일(현지시간) 영국 글래스고에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열린 가운데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 집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툰베리 등 청년 환경 운동가들은 세계 지도자들이 지구 온난화 문제와 관련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을 비난했다. 2021.11.02.
앞서 툰베리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은 이후 국내에서도 미래세대인 청소년·청년의 참여가 필수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정부에서도 P4G 서울정상회의 당시 '글로벌 청년 기후 챌린지'(GYCC)를 개최한 데 이어 2050 탄소중립위원회에 청년협의체를 구성해 청년들을 참여시켰다.

그러나 청년 기후활동가들은 이 같은 행사가 형식에 그쳤다고 바라봤다.

사실 기후위기 해결에 청년층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지적은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 5월 열린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에서 기후위기비상행동 등 시민단체 회원들은 정부가 미래세대인 청소년·청년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고 항의한 바 있다.

현 플래너는 "우리나라는 청년이 참여하는 행사나 협의체를 많이 운영해왔는데, 사실 이런 자리에서 청년의 의견이 반영돼 실제 후속조치가 이뤄졌다고 하긴 어렵다"며 "큰 규모의 새로운 행사가 생기더라도 청년의 이미지만 소비되는 형식적인 자리가 돼버릴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플랫폼 구성보다 청년의 목소리를 진지하게 들을 수 있는 조건부터 만들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청년단체 '1.5도 클럽'에서 활동 중인 노건우 활동가는 "청년들도 발언권이 있지만, 발언한다고 해서 바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을 기대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청년들이 목소리를 냈을 때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이냐의 문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청년 기후활동가는 "청년들이 '2050 탄소중립', '석탄발전 전면 폐지' 등을 언급하면 아무런 근거 없이 주장하는 것처럼 인식하는 분들이 있는 것 같다"며 "청년들도 기후위기에 관심을 가지고 대학원에 진학하는 등 열심히 활동한다"고 전했다.

이 같은 인식은 COP26 현장에서도 나타나는 모양새다. COP26 상황을 지켜보기 위해 글래스고로 향한 청년 기후활동가들은 각국 정상들이 청년들의 기후위기 극복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툰베리를 비롯한 청년 기후활동가들은 공개서한을 통해 COP26에 참석한 정상들이 기후위기를 직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COP26에서 탄소 배출량 감축 결정을 이끌어내지 못할 경우 대규모 시위를 진행하겠다고 예고했다.

현 플래너는 "청년 기후 서밋과 같은 행사를 개최하는 것은 좋은 접근이지만, 기후위기 당사자인 청년들의 의견을 듣고 실제 후속조치가 잘 이뤄질 수 있는 구조를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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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기후서밋' 제안한 文…"또 들러리 세우나" 우려도

기사등록 2021/11/02 16:33:35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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