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코로나 이후 비대면 의료 허용 여부 놓고 찬반 대립
의약계 "의약품 오남용 등 부작용 많아…허용 중단해야"
산업계 "국민 편익 커…재택치료 도입시 비대면의료 필요"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단계적 일상회복(위드코로나)' 전환을 앞두고 그동안 한시적으로 허용됐던 비대면 진료와 약 배달 서비스를 놓고 이해 관계자들의 간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의약계는 비대면 의료가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한시적으로 허용됐던 서비스인 만큼 위드코로나 이후에는 중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업계는 위드코로나가 코로나19 종식을 뜻하는 것은 아니고, 소비자들이 얻는 편의를 고려할 때 서비스를 금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한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비대면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들은 코로나19 이후 정부의 한시적 규제 완화에 따라 급성장 중이다.
대표적인 비대면 진료, 약 배달 서비스 업체인 닥터나우는 지난해 11월 출시 이후 10개월 만에 앱 이용 누적 30만명, 월간 활성 사용자 수 10만명을 달성했고, 150여곳의 병원·약국과 제휴를 맺었다. 이 밖에도 솔닥, 엠디톡, 닥터콜, 메디버디, 올라케어 등의 업체들이 정부의 규제 완화 이후 비대면 의료 서비스를 시작했다. 대부분 가벼운 진단, 약 처방, 배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정부가 위드코로나로 방역 체계 전환을 준비하면서 비대면 의료 허용 문제는 논란거리로 부상했다. 지난 7일 열린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장에서는 비대면 의료 허용에 대한 찬반 의견이 충돌했다.
의약계 측에서는 비대면 진료, 약배달 서비스 도입이 국민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의약품 오남용, 처방전 위변조, 개인 의료정보의 상업적 이용 가능성 등이 있다는 것이다.
김대업 대한약사회장은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 진료가 보건의료체계 근간을 흔든다. 약은 필요한 경우 적절히 사용해야함에도 그간 힘들게 막아온 의약품 오남용을 극대화한다. 전세계적으로 처방전을 보안 없이 그림파일로 전송하는 곳이 없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은 "비대면진료시스템이 급박한 상황에서 진행됐기때문에 진료한 사람이 의사인지 아닌지 확인어렵고 허위진료, 대리진료 여부도 확인이 어렵다. 팩스 전달에서 처방전 위변조 여부도 확인어렵고 조제장소가 약국인지도 확인 어려운 상황으로 비대면진료가 보건의료체계에 미치는 영향 파악도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비대면 진료 서비스의 순기능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신현영 민주당 의원은 "유니콘 기업 육성 차원에서 상황을 바라봐야 한다"며 "자영업자나, 아이를 가진 직장맘 등 감염병 시대에 도움을 받은 국민도 있다. (위드코로나 전환 이후에도) 재택치료 확대로 일부 구청·보건소는 닥터나우와 업무협약(MOU)을 맺는 등 정부가 해소하지 못한 의료사각지대를 닥터나우가 메꾸는 현상도 나타났다"고 했다.
장지호 닥터나우 대표는 "내부에서 철저한 관리 감독으로 오남용, 배송 등과 관련된 의료사고를 방지하고자 최선을 다했다"며 "우려되는 주요 부작용에 대한 대책 마련을 위해 동종 스타트업 13곳과 협의체를 개설했고 보건 당국에서도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주면 안전체계 구축 위해 따르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비대면 진료에 대한 한시적 허용 방침을 당분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위드코로나 전환 이후에도 재택치료 등으로 비대면 의료 수요가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국무조정실은 지난 28일 '규제챌린지'를 통해 건의된 15개 과제 중 비대면 진료 및 의약품 원격조제 규제 개선 등은 국민적 공감대와 사회적 합의 필요성을 고려해 현행 제도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또 정치권에서는 비대면 진료의 법적 근거를 만드는 법안도 잇따라 발의되고 있다.
산업계는 정부와 정치권이 위드코로나 이후에도 비대면 의료 서비스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산하의 원격의료산업협의회는 당국의 이번 발표에 대해 "비대면 진료 제도화의 출발선이 될 것"이라며 "당국에서 비대면 진료∙의약품 배송에 대해 적극적인 정책을 발표한 만큼 더욱 안전한 지원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협의회를 통해 모든 기업이 함께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닥터나우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진료와 처방약 약 배송이 한시적으로 허용이 됐는데 그 부분을 위드코로나 때도 연장을 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며 "현행 서비스는 유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의약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대한치과의사협회(치협)·대한약사회(약사회)는 지난 25일 공동 성명을 내고 "최근 여당 의원들이 연이어 발의한 ‘비대면 진료’ 합법화를 담은 의료법 개정안과 정부의 비대면 진료 플랫폼 처방약 배달 허용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고,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이유로 한시적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과정에서 그 허용 범위와 제재 방법을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은 탓에 수많은 영리기업이 플랫폼 선점을 위해 앞다퉈 진입해 과도한 의료이용을 조장하고 불법적인 의약품 배송을 일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사실상 이를 외면하며 방치하고 있다"면서 "국민건강을 위협하고 지역보건의료를 붕괴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보건의료분야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한 채 국민의 건강권을 위협할 원격의료 확대 법안들을 사회적 합의 없이 졸속 추진하려고 하는 여당은 법안을 즉시 철회하고, 정부는 과도한 의료이용과 의약품 오남용을 조장하는 비대면 진료 플랫폼 허용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비대면 진료와 약 배송은 산업적 측면에서만 볼 문제가 아니라 국민 건강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국민 건강은 민감정보인데 그것을 제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 있지 않다. 마약류 등의 오남용 부작용도 확인됐다. 위드코로나는 일상으로 넘어가는 체계를 만드는 것인데 이런 서비스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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