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탄소중립 산업·에너지 R&D 전략' 준비
산업·에너지 분야 기술개발 과제·지원 방안 포함
'기술혁신전략' 이어 원전 분야 포함 가능성 미미
[세종=뉴시스] 고은결 기자 = 정부가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기술 로드맵 마련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연구개발(R&D)을 지원하는 기술 부문에 혁신형 소형모듈원전(SMR) 등 차세대 원자력 기술은 제외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최종안에서 2050년 원자력 발전 비중이 6~7%대로 줄어드는 만큼 핵심 지원 분야가 될 가능성이 낮아서다. 이와 관련해 최근 국내외에서 원자력 발전의 탄소중립 기여도에 주목하는 추세와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7일 정부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다음 달 중 '탄소중립 산업·에너지 R&D 전략'을 수립해 발표할 예정이다. 이 전략은 정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 올해 3월 발표한 '탄소중립 기술혁신전략'에 이은 후속이다. 산업부는 산업과 에너지 분야에서 기술 개발 과제를 도출하고 지원 방안을 담을 계획이다.
특히 산업 부문의 핵심 기술 개발사업에만 6조7000억원 규모의 예비타당성조사를 신청한 상황으로 전체 예산 편성 규모는 수십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해당 전략은 연내 발표되는 범부처 '탄소중립 중장기 기술 로드맵'에 반영될 예정이다. 이번 전략과 관련, 지난 3월 발표된 탄소중립 기술혁신전략에서 지정한 10대 핵심기술 분야에 더해 소형원전모듈(SMR) 등 원자력 관련 기술이 추가될지도 관심이다.
앞서 탄소중립 기술혁신전략에서는 탄소중립 10대 핵심 기술 분야로 ▲태양광·풍력 ▲수소 ▲바이오에너지 등을 꼽았지만 무탄소 전원인 원자력은 포함되지 않았다.
11월 중 나오는 전략에서 에너지 부문에서 어떤 기술을 지원하는지 상세한 내용이 공개된 것은 아니다. 산업부는 "청정화력 등 무탄소 발전, 재생에너지, 수소 등 에너지 생산 및 전달 등을 분야별로 도출할 예정"이라고만 밝혔다.
다만 정부가 지난 18일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최종안에서 정부의 원자력을 주요 에너지원에서 배제하고, 탈원전 정책 기조를 감안하면 SMR 등 원전 기술이 R&D 핵심 기술로 추가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최종안은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발전 비중이 크게 높아진다. A안은 2050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70.8%로, B안은 60.9%로 설정했다. 반면 원자력 발전 비중은 A안에서 6.1%, B안에서 7.2%에 그쳤다.
이와 관련해 산업부 관계자는 "아직 (탄소중립 산업·에너지 R&D 전략이) 발표되지 않아 SMR이 (지원 대상 기술에서) 빠졌는지 말하기는 어렵다"며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정부가 세계적으로 개발 경쟁이 치열한 SMR 등 차세대 원전 기술을 아예 외면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부는 5800억원 규모의 혁신형 SMR 기술개발사업 예비타당성조사를 신청했다.
그러나 전 세계 공동 목표인 탄소중립을 놓고 해외 곳곳에서 원자력 발전의 기여도에 주목하며 국가적 차원에서 전면전에 나선 분위기와는 다소 동떨어져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미국 바이든 정부는 기존 원전과 SMR 등 차세대 원전을 탄소중립을 위한 핵심 대안으로 설정하고 청정에너지기준(Clean Energy Standard)에 포함하려 노력 중이다. 올해 1월 미국 에너지부는 기존 원전의 계속 운전, 차세대 원자로 도입 등 내용을 담은 '원자력 전략 비전(DOE-NE Strategic Vision)'을 발표하기도 했다.
캐나다는 기후대응 전략에서 SMR의 '탄소배출 저감' 및 '중공업의 탈탄소화 달성' 잠재력을 강조했다. 또한 SMR 개발·실증·도입을 위한 국가적 계획인 'SMR 액션 플랜'을 지난해 12월 발표했다.
유럽연합(EU)은 녹색분류체계(Taxonomy)에 원자력 포함 여부를 검토 중이다. EU 집행위원회는 산하 공동연구센터(JRC)의 기술보고서와 두 전문가 그룹의 검토보고서를 바탕으로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영국의 경우 노후 원전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신규 원전으로 대체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녹색산업혁명 10대 중점 분야에 '원자력 연구개발'을 포함했다.
일본은 '제6차 에너지기본계획' 초안에서 후쿠시마 사고 이후 낮아진 원전 발전량 비중을 2019년 6%에서 2030년 20~22%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수록했다. 중국도 제14차 5개년 계획에서 원전 설비용량을 2021년 48GW에서 2025년까지 70GW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밖에 러시아는 올해 3월 원자력 국영기업인 로사톰이 중장기 에너지 정책에서 원자력 발전 비중을 2019년 20%에서 25%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탄소중립 달성 과정에서 원전의 필요성에 주목하는 견해가 늘고 있다.
공기업인 한국수력원자력도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에서 2050년까지 원전을 9기만 남기자는 내용에 대해 "9기 + 플러스 알파(α)로 원전 확대를 검토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탈원전 기조에 맞춰 원전 건설 투자비를 줄였던 한수원은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회에 낸 의견서를 통해 "원자력의 역할을 제고해야 한다"고 전했다.
최근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등 원자력 전공 교수 10명은 '대통령을 위한 에너지정책 길라잡이' 책에서 "원자력은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무탄소 에너지를 전 세계에 가장 많이 공급했다"며 원자력이 가장 경제적인 탄소중립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국가 전력계통 안정성을 유지하며 재생에너지의 '탄소중립' 기여도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와 공존할 수 있는 원자력 비중을 찾아 적정 에너지 믹스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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