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업계, 정부 '탄소중립' 정책 보조
2030년까지 유연탄 사용량 '제로' 목표
폐플라스틱 등 폐기물 부연료로 활용
폐열 발전설비 구축…온실가스 배출량↓
[동해=뉴시스] 홍세희 기자 = 지난 15일 오후,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강원도 동해시 삼화동 쌍용C&E 동해공장에는 폐기물을 잔뜩 실은 트럭들이 줄지어 있었다.
트럭들이 싣고 온 폐기물들은 세척 작업을 마친 뒤 공장 내부에 마련된 분쇄동에서 잘게 부셔지기 시작했다.
분쇄동 내부로 들어가 보니 작업을 마친 폐기물들이 작은 산더미를 이루고 있었다. 가까이서 보니 '이것이 폐플라스틱이 맞나?' 싶을 정도로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분쇄돼 있었다.
이렇게 잘게 분쇄된 폐기물을 연료제품 투입구에 넣으면 시멘트 제조 시설인 소성로로 이동한다. 석회석과 규석, 점토 등을 섞어 시멘트를 만들려면 2000도에 달하는 고온의 소성 공정이 필요한데 분쇄된 폐기물은 소성로에 열을 내기 위한 부연료로 쓰인다.
그간 시멘트업계는 고온의 소성 공정을 위해 화석연료인 유연탄을 사용해왔다. 그러나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유연탄은 연소 과정에서 다량의 탄소가 발생하는 문제가 있었다.
시멘트업계가 유연탄을 대체하는 부연료로 폐플라스틱, 폐타이어 등 가연성 폐기물 사용에 나선 것도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특히 정부가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는 내용의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발표하는 등 탄소중립을 위한 노력에 나서고 있는 만큼 시멘트 업계도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순환자원 활용해 2030년 유연탄 사용량 '0' 달성
이를 통해 2019년 150만톤(t) 수준이었던 유연탄 사용량은 지난해 100만t까지 줄었고, 폐합성수지는 70만t 수준까지 확대 처리할 수 있는 설비를 갖췄다.
쌍용C&E는 더 나아가 2030년까지 유연탄 사용량 '제로(0)'를 달성해 탈(脫)석탄을 실현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시멘트산업에서의 탈석탄은 유럽의 소규모 공장 단위에서는 달성한 바 있지만, 시멘트 전문기업이 총괄적인 탈석탄을 목표로 한 것은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첫 사례다.
쌍용C&E는 2030년 탈석탄을 실현하기 위해 효율이 낮은 구형 쿨러를 개조하는 것은 물론 각 호기별 예열실과 메인 버너 등까지 탄소발생량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춰 설비를 보완할 계획이다.
이현준 쌍용C&E 대표(한국시멘트협회장)는 "시멘트업계의 현 상황은 '에너지 대변혁'이라는 혁명적 수행의 초입 단계로 볼 수 있다"며 "'유연탄 제로'를 구현하기 위한 시설투자가 공장 곳곳에서 전개 중이며 향후 3000억원 이상의 투자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폐열발전설비 구축해 온실가스 배출량도 감축
소성 공정에서는 소성로(킬른·Kiln)가 핵심설비인데 통상적으로 고온의 소성 공정을 거쳐 클링커를 생산하고, 생산된 클링커를 다시 급랭하는 과정을 통해 양질의 시멘트를 만들고 있다.
이같이 고온에서 생성된 클링커가 냉각과정을 거치면서 약 350도 수준까지 떨어지는데 지금까지는 고온의 열원 대부분이 그대로 대기로 배출돼왔다.
쌍용C&E는 그동안 대기로 배출됐던 열원을 활용해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기로 하고, 약 2년간의 공사 끝에 2018년 폐열발전설비를 완공했다.
폐열발전설비는 킬른의 전후 공정인 예열실과 냉각기에 별도의 보일러를 설치하고, 대기로 배출되는 열원을 회수 및 가열하는 설비를 구축해 증기를 생산하고, 이를 통해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설비다.
쌍용C&E 폐열발전설비의 연간 발전량은 28만1000MWh인데 이를 활용해 동해공장 전체 전력비의 33%에 해당하는 약 270억원을 절감하고 있다. 특히 폐열발전설비를 통해 매년 13만t 가량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저감 하고 있다.
한편 쌍용C&E는 추가적인 폐열발전설비 구축 및 친환경 발전을 통해 외부전력 사용 '제로(0)'에도 나설 계획이다.
현재 운영 중인 동해공장의 폐열발전설비는 공장 내 설비 전체에 확대 적용하고, 영월공장에도 추가 구축할 예정이다.
아울러 풍력이나 태양광 등 친환경 발전사업을 통해 외부에서 들여오는 전력을 전량 내부에서 생산하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도 확대해 추가적인 탄소배출량 저감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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