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아프리카 42개국 對中부채 GDP 10% 넘어
[서울=뉴시스]이재준 기자 =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주창한 실크로드 경제권 구상 '일대일로(一帶一路)'에 참여한 중저소득국의 숨겨진 부채
가 50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과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 등은 29일 미국 윌리엄 앤드 메어리 대학의 에이드 데이터(AidData) 연구소 보고서를 인용해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가세한 아시아·아프리카 국가들의 비공개 부채가 3850억달러(약 456조원)에 이른다고 전했다.
에이드 데이터는 중국이 일대일로 사업을 추진하면서 불투명한 융자를 통해 급속히 영향을 확대하는 과정에 이처럼 막대한 빚의 덫에 참가국들이 빠졌으며 대중 채무가 국내총생산의 10% 이상인 국가만 해도 42개국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2000년 이래 중국 정부와 국유기업이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165개국에 자금을 융자한 1만3000건, 총규모 8430억 달러 사업과 관련한 지출액과 부채액을 조사했다.
조사에서는 숨은 대중 부채의 GDP 대비 비율이 가장 큰 곳은 중국과 돈독한 관계를 맺어온 라오스로 35%로 나타났다.
라오스는 공식적인 정부채무와 합칠 경우 대중 부채가 GDP의 64%로 치솟았다.
중국이 발전도상국에 공여한 개발원조는 2013~2017년 사이에 연평균 850억 달러로 미국 370억 달러보다 2배를 훨씬 넘었다.
시진핑 지도부가 일대일로 구상을 제창하기 전인 2000~2012년 중국 개발원조는 320억 달러로 미국 340억 달러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일대일로와 연관한 채무의 내역을 확실하게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2012년까지 발전도상국 정부를 대상으로 하는 융자가 주류이던 중국의 개발원조가 근년 들어선 각국 국영기업과 금융기관을 상대로 하는 비율이 70% 가까이 확대했다.
대다수 차입처에서 정부의 공적채무로 보고하지 않는 숨은 부채가 팽창함에 따라 발전도상국은 재정 관리와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을 맞고 있다.
보고서는 일대일로 사업에서 중국이 자국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을 설정하고 있다며 정부개발원조(ODA) 이외 융자를 중심으로 하면서 대출의 60%에 담보와 신용보험, 제삼자 상환보증을 강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독일과 일본 등이 개발융자에 1.1% 정도의 낮은 이자율에 상환 기간도 28년 조건을 붙이는 데 반해 중국은 4.2% 이자에 상환 기간도 10년 미만이라고 한다.
에이드 데이터 연구소는 "중국이 중저소득국 대부분에게 제일 의존하는 융자선이라는 위상을 급속히 확립했지만 대출 실태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있다"며 중국이 자세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음에 따라 일대일로 사업의 리스크 판단이 사실상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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