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發 반도체 호황 끝물?…"속단은 이르다"

기사등록 2021/09/26 15:32:00

최종수정 2021/09/26 15:57:47

D램 현물 가격 급락에 비관론 확산되지만

수출 증가세 지속 등 수요 둔화 근거 없어

"반도체 '슈퍼 사이클' 종료 논하기는 섣불러"

[서울=뉴시스] 이인준 기자 = 우리나라 수출의 20% 이상을 책임지고 있는 반도체 산업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업체들이 강점을 가진 'D램' 시장이 올해 3분기(7~9월)를 고점으로 고꾸라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으나, 아직 속단은 이르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26일 반도체 업계 등에 따르면 반도체 호황 우려가 커지는 배경 중 하나는 D램 현물 가격 급락에 있다.

반도체 시장조사업체인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 24일 PC용 D램 DDR4 8Gb(기가비트) 현물거래가격은 개당 평균 3달러71센트다. 올해 고점인 3월 5달러30센트에서 내리 하락세다.

현물 가격은 주로 IT 업체나 PC 부품 도소매 업체가 수요 업체와 반도체를 거래할 때 책정한다. 매월 한 번씩 발표되는 고정 거래(기업 간 거래) 가격보다 실시간으로 시황을 먼저 반영하는 특성이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현물 가격이 하락하면 고정 거래 가격도 함께 하락할 것으로 보는 게 일반적이다.

여기에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도 "D램 공급은 3분기 정점을 지나 4분기(10~12월)부터 수요를 초과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비관적인 전망을 부채질하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4분기 D램 평균거래가격(ASP)이 전 분기 대비 3~8%가량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서버 D램도 올 들어 처음으로 0~5%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반도체 시장 전망을 비관하기에 아직은 이르다는 시각이 많다.

가격 하락이 근본적인 수요 둔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의 경우 일반적인 공산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수요 기업의 구매 결정에도 영향을 받는다.

일반적으로 애플, 구글, HP 등 수요 기업들은 D램 가격 수준에 따라 대량 구매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고 이들이 대량 구매하는 고정거래 가격이 반도체 업체들의 실적과 직결된다.

최근 일각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백신 접종이 점차 진행되면서 재택근무, 원격 수업이 사라지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시점이 가까워질 것이라는 낙관론이 나오고 있다.

반도체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에서 수요 기업들은 당장 구매에 나서기 보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재고를 먼저 소진하는 데 주력하게 된다.

하지만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는 데다, 전 세계적으로 재택근무가 늘고 있는 상황 등을 고려하면 반도체 수요 감소 예측이 섣부르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앞으로 수요 기업들의 재고 상황과 D램 제조사들의 공급 속도 조절 등에 따라 가격이 변동이 나타날 여지가 큰 이유다.

반면 D램 세대교체 시기가 도래하면서 반도체 가격의 하방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도체는 일반적인 공산품과 달리 출시 초기에 가격이 가장 높고, 점차 가격이 완만하게 낮아지는 것이 특성이 있다. 반도체 가격이 수급 상황과 수요 예측에 따라 등락을 나타내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상황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더구나 이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D램 제조사들은 데이터 전송 속도가 지금보다 2배가량 빠른 차세대 D램인 'DDR5'의 양산 체제 도입을 앞두고 있다. 고성능 전자기기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수요 업체들도 재고 관리에 나설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수요 둔화 우려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실제로도 우리나라 기업들의 반도체 수출은 여전히 견조한 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액은 최근 4개월 연속 100억 달러를 넘기며 호조세다.

월별로는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 기준으로 ▲5월 103억6119만 달러 ▲6월 113억5934만 달러 ▲7월 112억1856만 달러 ▲8월 119억3038만 달러 순으로 점증 추세다.

특히 이달 들어서도 9월1~20일 기준 66억6421만 달러 수준으로 나타나 전년 같은 기간(61억883만 달러) 대비 7.1% 늘었다.

전월 같은 기간(8월1~20일) 반도체 수출량(68억1054만 달러)에 비하면 2.1% 소폭 감소했으나 추석 연휴 등을 앞두고 물동량이 줄어드는 점을 고려하면 반도체 수출 둔화 가능성을 속단하기는 이른 상황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수출량이 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수요가 견조하게 뒷받침 되고 있다는 것의 방증"이라면서 "코로나19 이후에도 비대면 산업의 성장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장기적인 관점(20~30년)에서 이야기 하는 '슈퍼 사이클'(장기 호황)의 종료를 논하는 것은 이르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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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發 반도체 호황 끝물?…"속단은 이르다"

기사등록 2021/09/26 15:32:00 최초수정 2021/09/26 15:5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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