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가상자산 규정에 따라 세금도 고민해야"
암호화폐 내년부터 '기타소득'으로 과세 시행
기타소득 비과세 250만원, 금융소득 20분의 1
투자자 "적용 시기 늦추고 공제 금액 증액해야"
학계 "암호화폐, 부동산 주식보다 불리한 과세"
"과세형평성 적절한지 재검토해 볼 필요 있다"
[서울=뉴시스] 김제이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가상자산(암호화폐) 양도차익 대한 과세방식을 재논의할 수 있다고 시사하면서 가상자산 과세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정부에서는 내년부터 과세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투자자와 학계에서는 가상자산의 양도차익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하는 건 무리라며 과세제도를 체계적으로 검토해 금융투자소득으로 분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불어민주당 가상자산태스크포스(TF) 단장인 유동수 의원이 지난 13일 5차 TF 회의 후 브리핑을 통해 가상자산 과세 규정에 대한 재논의 가능성의 뜻을 밝혔다.
이날 유 의원은 "세금 부과도 정해진 바가 없다. 법이 (가상자산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할 것이냐에 따라 (과세 방식도) 달라지는 부분이 있다"면서 "가상자산을 다루는 과정에서 규정을 어떻게 할지에 따라 세금 부분도 열어 놓고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금융자산의 공제금액(5000만원)을 언급하면서 이를 포함해 가상자산 과세에 대해 더 논의해볼 필요성을 언급하며 정부에게 입장을 명확히 해달라고 요구했다.
당초 정부는 내년 1월부터 암호화폐 거래를 통해 발생한 이익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하고 연 250만원까지 공제한 뒤 초과분부터 20%의 세금을 매기기로 한 바 있다.
주식 등 금융소득의 경우는 기본 공제액이 연 5000만원으로 기타소득 공제액보다 20배나 많다. 금융투자소득 공제액도 지난해 세법개정안 발표 당시 2000만원이었으나 이후 업계와 여론을 수렴해 주식뿐 아니라 주식형 펀드 등을 합산해 5000만원으로 상향 조정한 것이다.
유동수 의원의 발언에 대해 정부에서는 들은 바 없다며 선을 그었다. 같은 날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는 지금 정해진 대로 하는 것 외에 다른 이야기를 들은 바가 없다"고 답하며 당정의 입장이 서로 다름을 나타냈다.
하지만 정부와 달리 학계에서는 가상자산의 양도차익을 종합소득 중 하나인 기타소득으로 분류하는 것은 과세체계상 무리가 있다는 게 중론이다. 가상자산 거래는 상장주식 소액주주의 거래와 유사한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경제적 약자 보호측면에서 동일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입장에서다.
미국과 영국, 독일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일찍부터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에 대한 시세차익을 자본이득(양도소득)으로 분류해 과세하고 있지만, 우리정부가 가상자산 양도차익 과세에 적용하는 분류는 기타소득이다. 기타소득은 금융투자와 달리 거래빈도가 거의 없는 무형자산 성격의 광업권 등과 서화 및 골동품의 양도 등으로 인한 차익이 포함된다.
이런 거래들은 가상자산 거래처럼 사업자(암호화폐 거래소)를 통하지 않고 당사자 간의 거래로 이뤄지는 경우도 많기에 모든 거래내역을 정부가 알기 어렵다. 또 투자하는 금액이 일반적으로 고가인데다 투자기간도 길고 거래 빈도 역시 적다.
과세 시행까지 3개월 남짓 남은 상황에서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가장 주의 깊게 관심을 가지는 정책 이슈도 가상자산 과세 부분이다.
암호화폐 거래는 전체 투자자 중 20~30대가 63.5%를 차지할 만큼 투자자 연령층이 낮은 시장이다. 이는 주식시장에 대한 초기 비용과 정부 부족등의 진입장벽으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했던 젊은 세대가 신생 시장인 암호화폐 투자에 뛰어들면서 주류를 이뤘기 때문이다.
암호화폐 거래자들은 당장 내년부터 시행될 가상자산 과세에 대해 과중한 세부담과 부족한 준비기간으로 '세금만 있고 보호는 없다'며 시행 기간을 연장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가상자산(암호화폐) 과세 적용 시기를 미루고 비과세 기준도 증액해달라는 게시글도 수십 건에 달한다.
차동준 경복대 세무회계과 교수는 "가상자산의 양도차익을 종합소득 중 하나인 기타소득으로 분류하는 것은 과세체계상 무리가 있다"며 "새롭게 분류소득으로 신설된 금융투자소득으로 분류하여 과세하는 것이 가상자산의 특성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차 교수는 "(이용자 대부분이 2030세대인) 가상자산이 부동산과 주식 등 다른 투자대상에 비해 상대적으로 과세측면에서 불리한 적용을 받고 있다는 것이 문제의 중심이 되고 있다"며 "가상자산의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가 시행되기 이전에 다른 자산의 양도와 과세형평성 측면에서 적절한지를 재검토해 볼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암호화폐 거래에 대한 과세가 단순히 세수를 늘리가 위한 것이 아닌 소득 재분배가 목적이라면 이에 대한 효과가 무엇인지도 검토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가상자산(암호화폐) 과세에 대해 국회에서는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과세 시기 1년 유예 ▲양도차익 '금융투자소득' 분류 및 합산 5000만원까지 소득공제 등의 내용을 담은 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아울러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도 과세 시기를 1년 늦추자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제출한 상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