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곳간이 시민단체의 ATM전락...피라미드, 다단계"
"서울시 예산은 구청 통해 동 단위로 집행하는게 정상적"
"일부 시민단체 중간지원조직 끼어 다른 단체에 보조금 지급"
"마을공동체 사업 예산 중 인건비 비중 절반 넘어"
"시민단체 출신이 서울시 해당사업 부서장으로, 특정 단체 지원"
[서울=뉴시스] 조현아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박원순 전 시장 재임기간 추진된 시민사회 민간보조금·위탁금 사업에 칼을 빼들었다. 지난 10년간 이들 사업에 투입된 서울시 예산이 1조원 가량인데 그 과정에서 시민 혈세가 '눈먼 돈'처럼 낭비된 사례가 많았다는 지적이다. 오 시장은 해당 사업에 대해 "서울시의 곳간이 시민단체의 ATM으로 전락했다", "시민단체의 피라미드, 다단계"라고 강력 비판하면서 대대적인 손질을 예고했다.
오 시장은 13일 서울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서울시가 지난 10년간 민간보조금, 민간위탁금이라는 명목으로 직접 또는 자치구를 통해 시민사회와 시민단체에 무려 1조원에 가까운 금액을 지원했다"며 "그 액수가 모두 낭비됐다는 것은 아니지만, 집행 내역을 일부 점검해보니 안타깝기 짝이 없다"고 맹비판했다.
그는 "보조금이든 민간위탁이든 처음에는 선한 의도로 시작했으리라 믿고 싶다"며 "하지만 시민사회 분야 민간위탁 사업 구조나 사업자 선정 과정, 예산 집행내역 등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니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서울시 감사위원회가 들여다보고 있는 민간위탁 사업 등은 모두 27건이다. 박 전 시장 재임 때 추진된 노들섬 복합문화사업, 사회주택, 태양광 보급, 청년활력 종합공간 무중력지대, 플랫폼창동61 등의 사업에 대해 감사를 벌이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회주택의 경우 오는 30일까지 감사를 마치고, 10월께 감사결과 도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시민단체 중간지원조직 만들어 다른 단체에 보조금 지급"
오 시장이 밝힌 사례에 따르면 일부 민간위탁 사업은 일부 시민단체들을 위한 중간지원조직을 만들어 다른 시민단체에 보조금을 지급했다.
처음부터 서울시와 자치구 공무원이 직접 사업예산을 집행하고 정산하면 되는데, 일부 시민단체들이 만든 중간지원조직 이른바 '중개소'를 끼어 다른 시민단체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기발한 사업구조를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오 시장은 "중간지원조직 창구를 각 자치구에도 설치하고, 이를 다시 또 다른 시민단체에 위탁해 운영토록 했다"며 "이것이야말로 시민단체의 피라미드, 다단계"라고 비난했다.
그는 "서울시 예산이 구청을 통해 동 단위로 집행하는 것이 정상적인 예산집행"이라며 "꼭 필요한 경우 시민단체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고유업무를 수행할 조직이 있는데 다른 조직이 있으면 비용이 증가하고, 그 비용이 세금으로 지출되고, 결국 정책 수혜자가 받을 수 있는 몫이 줄어든다"고 꼬집었다.
인건비 등 행정비용이 사업예산 비중의 절반을 넘어서는 사례도 나타났다. 서울시에 따르면 마을공동체 사업의 경우 인건비 비중이 절반을 넘었다. 자치구별로 설치된 주민자치사업단 단장의 인건비는 연간 5000만원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오 시장은 "마을공동체 사업의 중간지원조직에 예산 50% 이상의 비중이 지출되면 그 사업은 재구조화하는게 맞다"고 지적했다.
청년사업의 경우 시민단체 출신이 서울시 해당 사업의 부서장으로 발탁돼 특정 시민단체에 대한 지원을 집중했다. 이들 단체는 또 다시 다른 시민단체에 연구용역을 집중 발주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사회투자기금 운용을 특정 단체에 맡기면서 위탁금 명목으로 40억원을 지급했거나, 협치 사업인 NPO지원센터가 유관 시민단체에 용역을 발주하는 등 특혜 지원 사례도 조사됐다. 한 시민단체 출신 인사는 서울시 임기제 공무원으로 들어와 과거 몸담았던 시민단체에 재정을 지원하기도 했다.
사회주택 사업과 관련해서도 서울시에 대한 융자금 상환 지연, 임차보증금 미반환 사례 등이 지적됐다. 오 시장은 "SH가 할 수 있는 일인데도 '사회경제적 주체'라는 조직이 끼어들면서 서울시가 토지도 빌려주고, 이자도 지원하고, 사업자금 융자까지 해줬다"며 "정작 이들은 서울시 융자금 상환을 반복적으로 연기했고, 임차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아 세입자에 직접적인 피해를 준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시에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SH라는 조직이 있는데, 사회경제적 주체라는 다른 조직이 끼어 원가를 상승시키는게 바람직한 것이냐는 주장이다.
시민단체 반발 거셀듯…"위기의식으로 집단저항, 올바른 길 아냐"
시민단체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 일각에서는 사실상 오 시장이 '시민단체와의 전쟁'을 선포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많다. 앞서 오 시장이 사회주택 사업에 대한 법적 대처를 예고하자 한국사회주택협회는 즉각 기자회견을 열어 "날조된 비방"이라며 민사 책임을 묻겠다고 맞선 바 있다. '박원순 흔적 지우기'라고 비판하고 있는 서울시의회와의 갈등이 커질 수도 있다. 서울시의회 110석 중 101석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오 시장은 이와 관련해 "지난 10여년 간 아무런 견제없이 팽창된 시민사회 분야 민간보조위탁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올바른 길로 이끄는 것은 저뿐만 아니라 시의회에도 주어진 견제와 균형의 사명"이라며 "위기의식을 느껴 집단저항을 한다면 이는 결코 올바른 길이 아닐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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