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지적에 답변
[남원=뉴시스] 김종효 기자 = '가야 고분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과정에서 일본의 왜곡된 역사론이 반영됐으므로 이를 삭제하라는 시민단체의 요구에 남원시가 공식 답변을 했다.
6일 남원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문제가 제기된 '기문(己汶)' 명칭 사용과 관련, '가야고분군 세계유산등재추진단'에 검토를 의뢰해 놓은 상태라면서 결과가 나오면 문화재청의 '세계유산분과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문'은 남원시가 자체적으로 요청해 사용한 명칭이 아니라 국내 고고학, 문헌사, 가야사 등을 연구하는 역사학계에서 사용되고 있는 명칭이라고 전했다.
최근 남원에서는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 등 가야고분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추진과정에서 지명 문제로 논란이 일고 있다. 가야를 '기문국'으로 지칭해 등재를 추진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는 지역 시민단체의 주장에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에 한발 더 다가가며 고무돼 있던 지역사회 분위기가 급변했다.
'기문'이란 '일본서기'에 등장하는 지명이다. "다른 문헌에 유사한 지명은 나올지언정 같은 이름을 찾을 수 없고, 나아가 이를 남원에 비정하는 것은 일제강점기 일본학자들이 내세웠던 '정한론'을 계승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시민단체들은 "이를 그대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한다면 '임나일본부설'을 인정하는 것과 같은 결과가 된다"면서 신청서에 '기문'의 삭제를 요구했고, 이 요구가 불가하다면 "등재신청 자체를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문 학술적 요구사항이 많은 세계유산 등재 과정의 실무는 등재추진단이 했고, 시는 해당 유산의 보호·정비·관리를 추진하고 있다. 등재신청서의 평가·심사·검증을 비롯해 등재대상 선정 여부는 문화재청 세계유산분과위원회의 결정 사안이다.
시는 시민단체들의 문제 제기를 추진단에서 검토한 후 문화재청으로부터 다시 한번 재검토를 받아 우려되는 일이 발생치 않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역사학계 등 책임성 있는 전문가집단이 판단해 실무에 반영할 일이지, 행정이 앞서나가 결정 지을 성격의 일이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다만 등재신청서 작성경위 설명과 상호 이해를 돕기 위해 이른 시일 내 추진단 연구자들과 시민단체 간 대화의 장을 열 예정이며, 역사학자와 시민이 소통하고 함께 토론할 수 있는 공론의 장도 마련할 계획이다.
유네스코에 제출된 신청서 내용을 수정하는 것은 다소 어려움이 있지만 등재 후 '기문'을 포함한 다양한 관련 연구가 진행되고, 새로운 학설이 정립되면 문화재청 세계유산분과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변경할 수 있다.
가야고분군 세계유산 등재는 남원 유곡리·두락리 고분군을 비롯한 김해 대성동, 함안 말이산, 합천 옥전, 고성 송학동, 창녕 교동·송현동, 고령 지산동까지 7개 시군 지역 고분군이 대상이다. 앞으로 현지실사와 패널회의를 거쳐 2022년 6월에 최종 등재 여부가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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