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곳중 1곳만 신고 완료…ISMS 획득 사업자는 21곳
42곳은 ISMS 확보 못해…이중 24곳은 사실상 '폐업'
당국 "기한연장 없다…코인마켓으로 운영하다 추후 변경 가능"
[서울=뉴시스] 정옥주 기자 = 암호화폐 거래소(가상자산사업자)들의 특정금융거래법(특금법)에 따른 신고 유예기한 만료가 2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금융당국이 이미 수차례 신고기한 연장이 없다는 점을 못 박은 만큼, 이변이 없는 한 오는 24일까지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를 하지 못하는 사업자들 중 상당수가 결국 문을 닫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4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오는 24일까지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과 은행 실명 입출금 계좌 등 일정 요건을 갖춰 FIU에 신고를 마쳐야 한다. ISMS 인증과 실명 입출금 계좌를 모두 확보한 거래소는 원화를 기반으로 하는 암호화폐거래 중개업을 할 수 있다. 하지만 ISMS 인증만 획득한 거래소는 금전과 암호화폐간 교환 서비스를 하지 않는 코인마켓으로만 운영할 수 있고, ISMS 인증마저 확보하지 못한 거래소는 오는 25일부터 문을 닫아야 한다.
현재까지 63곳의 암호화폐 거래소 가운데 FIU에 신청서를 접수한 사업자는 업비트(두나무) 단 한 곳. ISMS를 획득한 사업자는 21개사다. 다시 말해 원화로 암호화폐 거래 중개를 할 수 있는 곳은 업비트 뿐이고, 21개사는 코인마켓 영업만 할 수 있단 얘기다.
ISMS 인증을 받지 않고 운영 중인 곳은 무려 42개사에 달한다. 이 가운데 18개사는 ISMS 인증을 신청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지만, 나머지 24개사는 아예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 통상 ISMS 인증을 획득하려면 신청 이후 3~6개월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청한 18개사들이 기간 내 모두 인증을 받을 것이란 보장도 없다.
이미 ISMS 인증을 획득했더라도 안심할 수는 없다. FIU 심사과정에서 신고불수리될 가능성이 있고, ISMS 인증 신청을 한 사업자의 경우에도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심사과정에서 심사 탈락될 수도 있다. 신청조차 하지 않은 24곳을 포함해 3분의 2 정도가 폐업 수순에 들어갈 수도 있단 뜻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도 최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24개 업체들은 어려운 상황인 걸로 알고 있다"며 "ISMS 신청과 함께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확보해야 하는데 그 부분에서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신고기한을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금법 개정안 자체는 지난 3월 마련됐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정부의 가이드라인은 지난 4월에서야 나와 사실상 준비할 시간은 5개월 정도로 턱없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또 암호화폐 거래소가 무더기로 폐업하면, 그만큼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게 되므로 이에 대한 대책을 우선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야당을 중심으로 신고기한을 연장하는 방안이 추진되고는 있지만, 앞으로 20일도 채 남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실화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현재 국민의 힘 윤창현 의원과 조명희 의원 등은 거래소들의 신고를 6개월 연장하는 내용 등이 담긴 특금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다만 법안이 개정되려면 상임위 심사부터 법안소위,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 등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기한 내 법이 개정되기란 물리적으로 희박하다.
더군다나 금융당국과 여당 측은 이미 신고 유예기간을 충분히 부여한 데다, 연장을 할 경우 오히려 부작용만 키울 수 있다는 판단이다. 고 위원장도 "1년6개월이라는 시간이 있었고 또 연장을 하면 이용자 피해를 보호하는 측면이 있을 수도 있지만 오히려 거꾸로 이용자 피해자가 더 커지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어 당초 일정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누차 강조한 바 있다.
금융당국의 변함없는 강경 기조에 거래소들이 그나마 기댈 수 있는 곳은 은행들 뿐이다. 하지만 은행들도 실명계좌를 내준 거래소가 추후 자금세탁 관련 사고를 일으킬 경우, 은행들까지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점 등을 우려해 발급을 꺼리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실명계좌 발급 심사 과정에서 중과실이 없으면 은행에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면책 기준이 마련되지 않는 한 신규 실명계정 발급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트래블 룰(Travel rule)'도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트래블 룰은 가상자산 이전시 송신을 담당하는 사업자가 이전 관련 정보를 수취인에게 제공해야 할 의무를 부과하는 것을 말한다. 금융당국은 내년 3월25일까지 트래블 룰 준수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란 입장인데, 오히려 NH농협은행이 신고기한이 끝나는 오는 25일부터 당장 적용할 것을 요구하면서 거래소들이 실명계좌 확보에 더욱 난항을 겪고 있다. 농협은행은 현재 '빅4' 중 빗썸과 코인원과 실명계좌 발급 협의를 진행 중이다.
정치권에서는 실명계좌 확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명계좌와 관련한 책임은 은행이, 자금세탁방지 관련은 거래소에서 지도록 해야 한다는 제안도 내놨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실명계좌 확보는 법적으로 정해진 사안인만큼, 당국이 개입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실명계좌 확보 문제는 법으로 정해진 것인데 법적 테두리를 벗어나 당국이 개입할 수는 없다"며 "다만 법이 정한 범위 내에서 여러가지 검토는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ISMS 인증을 받은 사업자들은 코인마켓을 운영할 수 있도록 돼 있으니 일단 코인마켓으로 운영하다가 추후 은행에서 실명계좌를 확보해 변경신청을 하라고 안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상당수 거래소들의 폐업이 예상됨에 따라, 금융당국도 시장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에 고심하고 있다. 그러나 특금법으로 이용자들을 보호하는데 한계가 있는 만큼 ISMS 미신청 암호화폐 거래소의 폐업, 영업중단 등으로 피해를 입지 않도록 거래에 각별히 유의할 것도 지속적으로 당부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필요한 경우 사전에 예치금·가상자산을 인출하는 등 선제적인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며 "FIU에 신고한 사업자의 경우에도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을 확보하지 못한 경우, 암호화폐-금전간 교환거래는 하지 못하게 되므로 각별히 유의해달라"고 재차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4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오는 24일까지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과 은행 실명 입출금 계좌 등 일정 요건을 갖춰 FIU에 신고를 마쳐야 한다. ISMS 인증과 실명 입출금 계좌를 모두 확보한 거래소는 원화를 기반으로 하는 암호화폐거래 중개업을 할 수 있다. 하지만 ISMS 인증만 획득한 거래소는 금전과 암호화폐간 교환 서비스를 하지 않는 코인마켓으로만 운영할 수 있고, ISMS 인증마저 확보하지 못한 거래소는 오는 25일부터 문을 닫아야 한다.
현재까지 63곳의 암호화폐 거래소 가운데 FIU에 신청서를 접수한 사업자는 업비트(두나무) 단 한 곳. ISMS를 획득한 사업자는 21개사다. 다시 말해 원화로 암호화폐 거래 중개를 할 수 있는 곳은 업비트 뿐이고, 21개사는 코인마켓 영업만 할 수 있단 얘기다.
ISMS 인증을 받지 않고 운영 중인 곳은 무려 42개사에 달한다. 이 가운데 18개사는 ISMS 인증을 신청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지만, 나머지 24개사는 아예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 통상 ISMS 인증을 획득하려면 신청 이후 3~6개월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청한 18개사들이 기간 내 모두 인증을 받을 것이란 보장도 없다.
이미 ISMS 인증을 획득했더라도 안심할 수는 없다. FIU 심사과정에서 신고불수리될 가능성이 있고, ISMS 인증 신청을 한 사업자의 경우에도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심사과정에서 심사 탈락될 수도 있다. 신청조차 하지 않은 24곳을 포함해 3분의 2 정도가 폐업 수순에 들어갈 수도 있단 뜻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도 최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24개 업체들은 어려운 상황인 걸로 알고 있다"며 "ISMS 신청과 함께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확보해야 하는데 그 부분에서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신고기한을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금법 개정안 자체는 지난 3월 마련됐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정부의 가이드라인은 지난 4월에서야 나와 사실상 준비할 시간은 5개월 정도로 턱없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또 암호화폐 거래소가 무더기로 폐업하면, 그만큼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게 되므로 이에 대한 대책을 우선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야당을 중심으로 신고기한을 연장하는 방안이 추진되고는 있지만, 앞으로 20일도 채 남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실화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현재 국민의 힘 윤창현 의원과 조명희 의원 등은 거래소들의 신고를 6개월 연장하는 내용 등이 담긴 특금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다만 법안이 개정되려면 상임위 심사부터 법안소위,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 등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기한 내 법이 개정되기란 물리적으로 희박하다.
더군다나 금융당국과 여당 측은 이미 신고 유예기간을 충분히 부여한 데다, 연장을 할 경우 오히려 부작용만 키울 수 있다는 판단이다. 고 위원장도 "1년6개월이라는 시간이 있었고 또 연장을 하면 이용자 피해를 보호하는 측면이 있을 수도 있지만 오히려 거꾸로 이용자 피해자가 더 커지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어 당초 일정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누차 강조한 바 있다.
금융당국의 변함없는 강경 기조에 거래소들이 그나마 기댈 수 있는 곳은 은행들 뿐이다. 하지만 은행들도 실명계좌를 내준 거래소가 추후 자금세탁 관련 사고를 일으킬 경우, 은행들까지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점 등을 우려해 발급을 꺼리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실명계좌 발급 심사 과정에서 중과실이 없으면 은행에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면책 기준이 마련되지 않는 한 신규 실명계정 발급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트래블 룰(Travel rule)'도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트래블 룰은 가상자산 이전시 송신을 담당하는 사업자가 이전 관련 정보를 수취인에게 제공해야 할 의무를 부과하는 것을 말한다. 금융당국은 내년 3월25일까지 트래블 룰 준수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란 입장인데, 오히려 NH농협은행이 신고기한이 끝나는 오는 25일부터 당장 적용할 것을 요구하면서 거래소들이 실명계좌 확보에 더욱 난항을 겪고 있다. 농협은행은 현재 '빅4' 중 빗썸과 코인원과 실명계좌 발급 협의를 진행 중이다.
정치권에서는 실명계좌 확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명계좌와 관련한 책임은 은행이, 자금세탁방지 관련은 거래소에서 지도록 해야 한다는 제안도 내놨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실명계좌 확보는 법적으로 정해진 사안인만큼, 당국이 개입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실명계좌 확보 문제는 법으로 정해진 것인데 법적 테두리를 벗어나 당국이 개입할 수는 없다"며 "다만 법이 정한 범위 내에서 여러가지 검토는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ISMS 인증을 받은 사업자들은 코인마켓을 운영할 수 있도록 돼 있으니 일단 코인마켓으로 운영하다가 추후 은행에서 실명계좌를 확보해 변경신청을 하라고 안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상당수 거래소들의 폐업이 예상됨에 따라, 금융당국도 시장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에 고심하고 있다. 그러나 특금법으로 이용자들을 보호하는데 한계가 있는 만큼 ISMS 미신청 암호화폐 거래소의 폐업, 영업중단 등으로 피해를 입지 않도록 거래에 각별히 유의할 것도 지속적으로 당부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필요한 경우 사전에 예치금·가상자산을 인출하는 등 선제적인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며 "FIU에 신고한 사업자의 경우에도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을 확보하지 못한 경우, 암호화폐-금전간 교환거래는 하지 못하게 되므로 각별히 유의해달라"고 재차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