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경제·에너지학회 'NDC 상향과 韓경제' 세미나
손양훈 교수 "NDC 상향에 따른 파급효과 고려해야"
정은미 박사 "실현 가능하고 구체적 경로 수립해야"
유승훈 교수 "무리한 목표…중국은 2060 탄소중립"
[세종=뉴시스] 고은결 기자 = 에너지 전문가들이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수준에 대해 우려를 드러내며 현실적 경로를 고민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우리나라 산업 부문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파급효과를 고려해 논의를 진행하며 대응하기 위한 옵션을 균형 있게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자원경제학회와 한국에너지학회는 2일 '2030년 NDC 목표 상향과 한국경제'를 주제로 온라인 공동 세미나를 개최했다. 최근 2030년까지 NDC를 2018년 배출량 대비 35% 이상 감축한다는 내용의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와 관련해 산업계에서는 정부가 세운 감축 목표가 선진국보다 제조업 비중이 높고, 온실가스 배출량 피크 여부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날 손양훈 인천대 교수는 현재 무리한 NDC 목표가 작성되고 있다며 우리나라 에너지와 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손 교수는 "NDC는 파리협정에 따른 불가역적 특성을 가져 한 번 보고되면 바로 우리 에너지 정책의 유연성에 심각한 제약으로 작용한다"며 "성급한 NDC는 미래 기술 발전이나 시장 변화에 대처하는 자유도를 상실하게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11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 총회(COP26)에 제출할 2030년 NDC에 대해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같은 기조로 접근해 작성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손 교수는 또한 "9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서는 2030년 신재생에너지 보급 목표가 58GW인데, 상향된 NDC 안에 맞게 전력 부문에서 배출량을 줄이려면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태양광 125GW, 풍력 34GW 수준까지 확대해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는 비현실적 목표로, NDC 상향을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NDC 상향에 따른 파급효과를 고려해야 하며, 막대한 비용 상승과 대규모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할 수 있다"며 "전력 부문의 온실가스 감축은 신재생에너지 확대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전기요금 인상을 통한 수요관리, 원자력 수명 연장 등을 균형 있게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박사는 에너지 집약적 산업 구조를 지닌 우리나라의 NDC 목표 달성에 대한 현실적 방안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정 박사는 "선진국과 동일한 수준으로 온실가스를 줄이라는데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을 증산하는 상황에서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에 대한 대비책은)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 NDC 목표를 설정했다"며 "주요국의 탈탄소 전략은 어느정도 인프라를 갖췄지만 우리는 전력 안정성도 보장할 수 없고 산업 안정성도 위험 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2050 탄소중립 비전과 함께 실현 가능하면서도 구체적인 달성 경로를 수립하고 산업 전환과 재부흥 전략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전했다.
박호정 고려대 교수는 2030년 NDC 목표는 선언적·권고적인 성격이 아니므로 구체적인 기술 로드맵이 제시돼야 하며, 이런 분석에 근거해 NDC 목표의 적절성에 대해 산업계 의견이 반영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경우 NDC와 관련해 최적의 시점에 대한 고민, 산업 생태계에서 어떻게 가져가야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에서 참가자들은 NDC 목표에 대한 현실성을 반영한 숙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10월 중 NDC 상향 계획을 확정해 10월 말 국무회의 의결을 거치면 구속력을 갖게 되는데, 기업의 경우 확실한 기술이 없어 2030년 이전에 산업 부문 (목표치를) 이행할 방법이 없다"며 "국민과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커 교감이 필요한데 실제 논의는 하향식으로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재생에너지 보급은 비용이 높고 주민 수용성 확보도 어려워, 'RE 3020'을 'RE 3040' 수준으로 변경하는 NDC 상향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며 "국가기간산업에서 우리와 경쟁하는 중국은 2060 탄소중립 선언을 했는데 우리가 무리한 목표를 세워 우리 공장이 해외로 가거나 문을 닫으면 불리하다. 우리에게 맞는 경로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동규 서울시립대 교수는 "우리나라가 온실가스 배출 총량이 세계 9위 수준이지만 전체로 보면 1.7% 정도뿐"이라며 "상위권의 중국, 미국, 인도 등 3개국이 제대로 (온실가스 감축을) 이행하지 않으면 지구온난화 완화라는 궁극적인 목표 달성 자체가 어렵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론 온실가스 저감 노력이 필요하지만 국익도 생각하면서 접근해야 한다"며 "더 큰 양을 배출하는 나라들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달렸고 우리나라 입장을 고려해 더 합리적인 선에서 (NDC 목표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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