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아프간 철수…주민들, 탈레반보다 경제난 더 두려워

기사등록 2021/08/31 07:11:43

돈 없는 주민들은 떠나지도 못해…일상 복귀 중

임금체불, 현금인출 제한 등 먹고 살기도 어려워

[카불(아프가니스탄)=AP/뉴시스]아프가니스탄 카불 주민들이 은행 앞에서 돈을 인출하기 위해 긴 줄을 서서 대기 중이다. 2021.08.31.photo@newsis.com
[카불(아프가니스탄)=AP/뉴시스]아프가니스탄 카불 주민들이 은행 앞에서 돈을 인출하기 위해 긴 줄을 서서 대기 중이다.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임종명 기자 = 아프가니스탄 주민들은 미국의 완전 철수 후 탈레반의 통치에 두려움을 나타냈다. 특히 일부는 탈레반의 폭압 통치보다 경제 붕괴를 더 두려워했다.

AP통신은 30일(현지시간) 아프간 수도 카불 주민들의 인터뷰를 통해 이같은 분위기를 보도했다. 긴 수염 기르는 것 등 탈레반이 집권했을 때의 관행보다 경제난으로 가족을 먹여 살릴 수 없게 될 것이 더 걱정된다는 입장이다.

카불의 한 패스트푸드점 웨이터인 무스타파씨는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도망쳐야 한다"고 말했다.

무스타파는 11명의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인접 국가 이란에서 일자리를 구할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탈레반이 카불을 장악한 뒤 월급을 이전의 75% 수준인 50달러 미만으로 삭감했다고 말했다.

피자집을 운영하는 모하마드 야신씨는 하루 매출이 급감했다고 토로했다. 이런 매출 규모로는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그는 "내가 떠나고 싶은 것이 아니라 내 아이들을 위한 것"이라며 해외 정착을 도와줄 지인을 찾고 있다.
[카불(아프가니스탄)=AP/뉴시스]무장을 한 탈레반 소속원들이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트럭 뒤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2021.08.31.photo@newsis.com
[카불(아프가니스탄)=AP/뉴시스]무장을 한 탈레반 소속원들이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트럭 뒤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email protected]

AP통신에 따르면 도시 곳곳에 경제난이 드리워져 있다.

월급이 체불됐고 탈레반이 복귀를 촉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 부처는 거의 가동되지 않고 있다.

아프간 국립은행 앞에는 5~6명의 주민이 줄지어 현금을 인출하려 하고 있다. 탈레반이 매주 인출액을 200달러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카불에서 11년 동안 철물점을 운영해온 누룰라씨는 "은행들은 문을 닫았고 돈을 가진 사람들은 이 나라에서 도망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떠날 기회가 없고, 떠날 수 있다고 해도 확신할 수 없다"며 "경제가 회복되면 탈레반이 집권하더라도 아프간에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며칠 동안 카불 공항에는 아프간을 탈출하기 위해 수천명이 몰리며 참혹한 상황을 그렸다. 또 탈출 현장에 폭탄 테러가 발생하고 인근에 로켓포가 쏘여지는 등 위기의 순간들이 이어져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프간 전역에서는 500백만명 이상이 경제 활동에 복귀하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카불의 많은 지역에서 과거처럼 교통 혼잡 현상을 찾아볼 수 있고, 시장들이 문을 열었다. 이전 아프간 정부에서 활동했던 경찰들이 교통 통제를 위해 근무 중이기도 하다.
[카불(아프가니스탄)=AP/뉴시스]30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한 남성이 탈레반 깃발을 팔고 있다. 2021.08.31.photo@newsis.com
[카불(아프가니스탄)=AP/뉴시스]30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한 남성이 탈레반 깃발을 팔고 있다. [email protected]

벌써부터 코란 구절이 새겨진 탈레반의 백기를 팔아 수익을 올리는 노점상도 있다.

한 노점상은 하루에 다양한 크기의 탈레반 깃발을 판다. 그는 교통체증을 뚫고 지나가는 차에 작은 크기의 탈레반 깃발을 들이대며 15달러를 벌어들인다. 그는 이전에는 자동차 청소용 옷을 팔았는데, 당시엔 하루 수입이 4달러 정도에 그쳤다고 밝혔다.

탈레반 소속원들의 경우 일부는 위장복을 입고, 다른 일부는 아프간 전통 의상을 입고 정부 부처 앞 등 도시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미국은 이날 기준 아프간 철수를 완료했다. 마지막 미 공군 C-17기가 31일 오전 0시께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이륙했다.

2001년부터 20년 동안 이어진 아프간 전쟁에 종지부를 찍은 셈이다. 하지만 당장의 생활고에 시달릴 아프간 주민들은 미군 철수에 대한 실망감을 앞세웠다.

누룰라씨는 "미국은 이곳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며 "그들은 아무것도 남지 않을 때까지 부패를 방치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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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아프간 철수…주민들, 탈레반보다 경제난 더 두려워

기사등록 2021/08/31 07:11:43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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