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 놓아 귀신반응 보자" 무면허로 사람 죽인 승려 집유

기사등록 2021/08/29 05:00:00


[광주=뉴시스] 신대희 기자 = 자신의 절을 찾아온 환자에게 불법으로 침을 시술해 숨지게 한 60대 승려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광주지법 형사 8단독 박상수 부장판사는 업무상 과실치사와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승려 A(66)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고 29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월16일 오후 2시30분께 자신이 주지로 있는 전남의 사찰에서 환자 B씨의 배꼽 왼쪽에 있는 동맥혈에 길이 약 6㎝인 침 2개를 약 4.5㎝ 깊이로 찔러 넣고 3분이 지나 뽑은 뒤 손으로 복부를 강하게 주물러 무면허 의료 행위를 한 혐의다.

A씨는 이러한 과실로 B씨의 혈관에 있던 혈전이 떨어져 나가게 했고, B씨의 양쪽 다리로 가는 심부 대퇴동맥과 오금동맥 등의 동맥혈을 막게 해 다음 날 치료 중 B씨를 두개강 출혈로 숨지게 한 혐의로도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당시 신자의 소개로 찾아온 B씨를 처음 봤다. A씨는 B씨가 다리와 배의 통증을 호소하자 "그곳에 귀신이 머물러 병을 일으킨 것일 수 있다"며 "침을 놓아 귀신의 반응을 살펴보자"고 했다. 이후 B씨가 통증을 호소하는 배의 딱딱한 부분 근처에 침을 찔러 넣고 뽑은 뒤 주물렀다.

B씨는 해당 통증을 일부 호소한 것 이외에는 지병이 없었다. A씨는 평소에도 절을 찾은 환자들에게 무면허 의료 행위를 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무면허 의료 행위를 인정하면서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부인했다. B씨의 배에 침을 놓았고, B씨의 사인은 뇌출혈이어서 자신의 행위로 B씨가 숨진 게 아니라는 주장이다.

재판장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대한의사협회·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감정 결과를 토대로 A씨의 과실과 B씨의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 관계가 있다고 봤다.

국과수·의사협회 등은 '침을 놓은 행위로 대동맥류에 물리적인 손상이 발생, 혈전이 쌓여 혈류가 막혔던 것으로 추정된다. 침과 복부 마사지 뒤 발생한 하지 동맥의 급성 폐색으로 혈압 상승이 지속적으로 일어났고, 높아진 혈압에 따른 뇌출혈 위험성이 있다'는 등의 감정 의견을 제시했다.

재판장은 "감정 결과에 따르면, A씨가 B씨의 복부 부위 만을 자극했더라도 사람 몸의 곳곳을 이동하는 혈액 특성상 뇌출혈에 이를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A씨의 무면허 의료 행위로 B씨가 숨지는 비극적인 결과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재판장은 "A씨가 자신의 절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여러 번 침술을 해 효과를 봤더라도 결코 무면허 의료 행위가 정당화될 수 없다. A씨가 대체로 B씨에게 피해를 준 사실관계 자체는 인정·반성하는 점, 2700만원을 공탁한 점 등을 두루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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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 놓아 귀신반응 보자" 무면허로 사람 죽인 승려 집유

기사등록 2021/08/29 05:00:0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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