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 적정인력 기준 마련 등 8대 요구사항 놓고 입장차
정부, 인력 확충 취지에 공감하지만 예산 반영에 난색
노동계 "정부, 실질적 대책 없이 고민하겠다는 말뿐"
파업 현실화되면 코로나19 대응에도 차질 불 보듯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간호사 등 의료인력 7만 7000여명이 소속돼 있는 보건의료노조가 총파업을 선언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의료 현장에서 인력 부족 문제가 심화되고 있음에도 정부가 실질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다.
보건의료노조는 조정 기한인 9월 1일까지 정부와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2일 오전 7시부터 총파업에 돌입하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노조의 요구 사항은 대부분 예산 반영이 필요한 사안이어서 양측의 입장이 절충점을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의료 현장에서 상당한 혼란이 예상되고 코로나19 대응에 큰 혼란이 예고된다.
28일 노동계와 의료계에 따르면 현재 보건의료노조는 정부에 공공의료 강화와 의료 인력 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대표적인 요구 사항은 ▲감염병전문병원 설립 ▲공공병원 확충 ▲코로나19 의료인력 기준 마련 ▲생명안전수당 제도화 ▲직종별 적정인력 기준 마련 ▲간호등급제도 개선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 ▲의사인력 확충 등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11차례나 이뤄진 노정 교접에서 양측은 접점을 찾지 못했다. 정부는 해당 요구사안들에 공감을 표시하면서도 단계적으로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반면 노조는 코로나19로 인해 의료 현장의 여건이 어려운 만큼 내년 예산 반영 등을 통해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직종별 인력기준 마련 문제의 경우 보건복지부는 2022년부터 간호사, 의료기사 등 우선순위를 정해 단계적으로 마련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노조 측은 보건의료종사자를 포함해 2022년 말까지 적정 인력 기준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교대제 개선 문제에 대해서는 복지부가 올해 안에 시범사업 방안을 마련해 추진하겠는 입장을 밝혔지만 노조 측은 시범사업에 참여한 의료기관에 대한 구체적인 재정 지원 방안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간호등급제 개선 문제는 구체적인 시행 시기에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노조는 정부가 코로나19 현장 인력 기준을 권고 수준으로 제시했고, 생명안전수당은 관계 부처와 협의를 통해 추진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감염병 전문병원과 공공병원 확충 문제도 정부는 추가 설립 계획을 명확하게 제시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현장 의료인력의 '번아웃'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 노조와 추가 협의를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노조는 정부가 예산 반영의 어려움 등을 들어 근본적인 대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어 총파업이 불가피하다는 생각이다.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는 "교섭 때마다 '공감한다', '고민해보겠다'는 말 뿐이었다"며 "그리고 나서 다음 회의 때는 기획재정부가 예산 때문에 반대한다는 등의 핑계만 대고 있다. 실질적인 정책이나 대안이 전무하다. 이런 과정이 1년7개월 동안 지속되다보니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노동쟁의조정 신청서를 낸 조합원은 5만6000여명이다. 전체 의료인력(약 80만명)의 10% 이내지만 파업의 파급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건의료노조 산하에는 국립중앙의료원과 24개 지방의료원을 비롯해 서울아산병원, 고려대의료원 등 29개 대형 사립대병원 등 주요 의료기관 노조가 소속돼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파업에 돌입하더라도 응급실, 중환자실, 분만실, 신생아실 등 필수 인력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전담 치료병동이나 선별진료소 등 근무자는 필수 인력에 해당하지 않아 파업이 시작될 경우 코로나19 방역 현장에서 인력난이 심화될 수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조정 기한인 1일까지 정부가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파업과 관련해서는 국민들이 우려하는 것보다 더 우리 조합원들이 걱정하고 있다"며 "그 전부터 인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일을 해 왔는데 코로나19로 인해 너무나 많은 업무가 증가하면서 한계점에 도달한 상황이다. 인력 문제 해결을 위해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정부는 바뀌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나 위원장은 "정부가 실제로 파업을 막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교섭을 요청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만약 정부가 교섭을 요청한다면 기꺼이 응하고 파업에 돌입하지 않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그러나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파업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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