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회사서 통역관으로 일하던 女, 공항 갔다가 2살배기 딸 참변
[서울=뉴시스] 김혜경 기자 = 이슬람 무장 단체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장악으로 수도 카불 공항이 탈출 인파로 아수라장이 된 가운데 21일(현지시간) 2살 여아가 공항에서 짓밟혀 압사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2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보도에 따르면 카불에 위치한 한 미국회사에서 통역관으로 일했던 여성은 두 살배기 딸과 남편, 장애를 가진 부모와 세 명의 자매, 사촌 등과 함께 아프간을 탈출하기 위해 카불 공항 게이트를 향하는 무리에 합류했다.
그러나 밀려드는 인파에 온 가족이 땅에 넘어지면서 군중들의 발길에 짓밟혔다. 여성은 몇 시간이 지나서야 정신이 들었다. 그는 NYT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누군가가 내 휴대폰을 밟아 부수고, 또 다른 사람은 내 머리를 발로 찼다"며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힘겹게 일어서면서 2살난 아기를 찾았지만, 아기는 이미 사람들의 짓밟혀 사망한 뒤였다. 이 여성은 "완전한 공포를 느꼈다""난 아기를 구할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현재 미군 또는 미 정부 관련 단체에서 일한 이들은 탈레반의 보복을 우려해 숨어 지내고 있다. 탈레반은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이들을 색출하고 있다.
미군 및 서방 구호단체에서 통역관으로 일했던 한 남성(39)은 아내 및 두 자녀와 함께 카불의 한 가정집에 숨어 지내고 있다. 그는 NYT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탈레반이 전화를 해 "너를 죽일 것"이라고 위협했다고 밝혔다.
이 통역관도 아프간 탈출을 시도했지만, 탈레반 무장세력을 뚫고 공항까지 가는게 쉽지 않아 두 번의 시도 끝에 포기했다. 그는"희망을 잃었다", "탈출은 불가능하다"며 낙담했다.
그는 탈출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아이가 짓밟힐 수 있다"며 "아이를 잃은 후 미국이 나에게 온 우주를 준다고 해도, 그것은 아무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카불 인근에 거주하는 한 아프간 여기자는 지난 15일부터 실내에 숨어지내다 최근에서야 전신을 가리는 검은색 통옷인 아비야를 착용하고 밖으로 나왔다고 한다. 그는 "(옷이) 너무 무거워서 속이 메슥거렸다"며 "아프간 거리에는 음악도 흐르지 않고, 아무것도 없다, "TV와 라디오에서는 탈레반이 이야기하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현 상황을 전했다.
아프가니스탄 동부 쿠나르주에서는 한 기자가 자택에서 숨어 지내고 있다고 한다. 그는 과거 탈레반의 잔학 행위에 대해 보도한 적이 있는데, 현재 탈레반은 언론인을 색출하고 있다. 그는 "탈레반이 동료들을 죽인 것처럼 나와 내 가족을 죽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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