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 상승률, 5월 0.10%→8월 0.21% '껑충'
노원·도봉 상승률 1, 2위…고가지역 키 맞추기
경기도 안성·화성·평택 등 외곽지역도 급등세
정부 규제 비웃듯 시장은 사각지대 찾아 투자
공시가 1억 미만 저가 매물 급속도로 소진 중
[서울=뉴시스] 이예슬 기자 = 정부의 잇따른 고점 경고가 무색하게 집값이 상승폭을 벌리고 있다. 신규 공급이 현실화될 때까지 기다려 달라는 게 정부의 의도지만, 정부를 믿었다가 집 사기만 더 어려워졌다는 '학습효과'에 수요자들의 패닉바잉(공황매수)이 계속되고 있다.
오히려 고점 경고 이후 상승세는 더 가팔라지고 있고, 핵심지역은 물론 한 동안 소외됐던 지역에서도 저가 매물이 빠르게 소진되는 중이다. 정부가 과도하게 올랐다는 위험신호를 보낼 때마다 외려 집값이 오르고, 거기에 더해 수도권 외곽으로, 지방으로 상승세가 퍼지는 '풍선효과'까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21% 상승했다. 이는 2018년 9월17일 0.26% 상승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수도권(0.30%→0.40%)과 경기(0.49%→0.50%)도 부동산원이 해당 통계를 작성한 2012년 5월 이래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정부에서 처음으로 고점 경고가 나온 것은 지난 5월24일 기획재정부 확대간부회의에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장관은 "외환위기 등 부동산 가격 급등 후 일정 부분 조정 과정을 거친 경험을 고려해 진중히 결정해 달라"고 발언했다. 이후 "서울 아파트값이 실질 가격 기준으로 2008년 세계 금융 위기로 조정을 받기 이전 수준인 과거 고점에 근접했다"거나, "서울 집값이 고평가됐을 가능성이 높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발언에도 상승세는 전혀 사그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5월24일 0.10%였던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5월31일 0.11%, 6월14일 0.12%, 7월5일 0.15%, 7월19일 0.19%, 8월2일 0.20%, 8월16일 0.21%까지 상승폭이 커졌다.
서울에서는 노원, 도봉구 등 상대적으로 저렴한 지역의 상승률이 더 높은 추세다. 16일 기준 각각 0.32%, 0.29% 올라 서울 내 1, 2위를 차지했다. 올 들어 누적 상승률을 봐도 노원구가 6.19% 상승해 서울에서 가장 많이 올랐다. 강남권 등 먼저 오른 지역들과 '키 맞추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수도권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8월 셋째 주 경기와 인천에서 가장 많이 오른 곳은 안성시(0.89%)였다. 앞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수혜를 입은 인천 연수구, 경기 의왕시와 안양시 등이 먼저 치고나갔다면 이제는 덜 오른 지역이 갭 메우기를 하는 중이다. 오산시(0.86%), 화성시(0.71%), 평택시(0.71%) 등 서울과 비교적 거리가 있는 외곽 지역의 상승률이 높은 양상이다.
외곽 지역 집값이 빠른 속도로 오르는 데에는 정부의 규제를 피해 투자 개념으로 접근하는 수요가 존재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최근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안성에서는 공도읍 일대의 공시가격 1억원 미만 저가 매물의 손 바뀜이 활발하다. 공시가격 1억 미만의 아파트는 취득세 중과에서 배제된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안성시 공도읍의 '주은청설'과 '주은풍림'은 올 들어 각각 408건, 406건 거래돼 경기도에서 가장 많이 거래된 아파트 순위 2, 3위에 올랐다. 수요가 늘며 주은풍림 아파트 전용 59㎡는 지난 1월20일 20층이 1억1000만원에 실거래 됐는데, 지난 17일 3층이 2억원에 팔리며 두 배 가까이 올랐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공급 없이 수요 억제를 위한 고점 경고만으로는 펄펄 끓는 집값을 잡을 수 없다고 조언한다.
고준석 동국대학교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집주인들이 거래세를 임차인들에게 전가하기 위한 전세의 월세전환이 빨라지고 있고, 임차시장 불안이 다시 집값을 자극하는 상황"이라며 "수요와 공급을 맞출 수 있도록 기존 주택이 시장에 나오려면 규제 완화 외에는 남은 방법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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