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모적 논쟁하며 공사 사장으로 근무하는 것은 무리"
내정 사실 알려진지 일주일만에 자진사퇴로 논란 일단락
[서울=뉴시스] 김형섭 기자 = 음식 칼럼니스트 황교익씨가 20일 결국 경기관광공사 사장 후보직을 자진사퇴했다. 더불어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황씨를 내정해 '보은 인사'와 '자질론' 논란이 일었다.
지난 13일 경기도 산하 기관인 경기관광공사 사장에 내정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민주당 대선 경선판에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지 일주일 만이다.
황씨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경기관광공사 사장 후보자 자리를 내놓겠다"며 "소모적 논쟁을 하며 공사 사장으로 근무를 한다는 것은 무리"라고 밝혔다.
황씨는 "경기관광공사의 주인은 경기도민이다. 저의 전문성과 경영능력은 인사추천위원회 위원들로부터 이미 검증을 받았고 최종으로 경기도민을 대표하는 도의회 의원들의 선택을 받아 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일하고 싶었다"며 "그런데 국회의원 등 중앙의 정치인들이 경기도민의 권리에 간섭을 했다. 경기도민을 무시하는 일이 발생했다"고 썼다.
이어 "경기관광공사 사장이 되면 하고 싶은 일이 있었다. 신나게 일할 생각이었다"며 "그러나 도저히 그럴 수 없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중앙의 정치인들이 만든 소란 때문"이라며 자신의 자격을 문제 삼은 정치권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미 경기관광공사 직원들이 많은 피해를 입고 있는 듯하다.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또 "제 인격과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정치적 막말을 했다. 정중히 사과를 드린다"며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를 향한 도를 넘은 발언들을 사과했다.
그는 "정치적 의견이 달라도 상대의 인격과 권리를 침해하면 안 된다. 한국 정치판은 네거티브라는 정치적 야만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국민이 주권을 올바르게 행사할 수 있게 대권 주자 여러분은 정책 토론에 집중하길 바란다. 툴툴 털고 새날을 맞는다"고 덧붙였다.
황씨는 경기관광공사 사장에 내정된 뒤 중앙대 동문인 이 지사의 '형수 욕설' 논란을 옹호한 이력 등이 불거지면서 '보은 인사' 논란이 제기됐다.
특히 이 지사의 경쟁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 측에서 '친일 프레임' 공세를 꺼내들자 거칠게 반응하면서 정치적 논란을 키웠다.
앞서 이낙연 캠프 상임부위원장인 신경민 전 의원이 지난 17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일본 도쿄나 오사카관광공사에 맞을 분"이라고 주장하자 황씨는 "오늘부터 청문회 바로 전까지 저는 오로지 이낙연의 정치적 생명을 끊는 데에 집중하겠다"고 해 논란이 일파만파로 확산된 것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 내 다른 대선주자들은 물론 이 지사 캠프 내에서조차 "본인은 억울하겠지만 본인과 임명권자를 위해서 용단이 필요하다"(안민석 총괄특보단장)는 공개적인 거취 결단 요구가 나오기도 했다.
당초 황씨는 정치권의 압박이 커지는 와중에도 자진사퇴 가능성을 일축해 왔지만 친노좌장이자 이번 대선 경선에서 이 지사 쪽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이해찬 전 대표가 위로의 뜻과 함께 원만한 상황 수습을 당부하자 마음을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해찬 전 대표 시절 당 대변인을 지낸 이해식 의원은 전날 "이해찬 전 대표가 황교익씨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며 황교익씨를 둘러싼 현재의 정치적 상황이 원만하게 수습되기를 바라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이해찬 전 대표는 "황교익씨는 문재인 정부 탄생에 기여한 분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 총선과 지방선거에서도 민주당의 승리에 여러모로 기여했다"며 "이번 일로 마음이 많이 상했으리라 생각한다. 정치인들을 대신해 원로인 내가 대신 위로드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너그럽게 마음 푸시고 민주당의 정권 재창출을 위해 앞으로도 늘 함께해주리라 믿는다"고 당부했다.
황씨 논란이 이 지사에게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하자 후원자 격인 이해찬 전 대표가 직접 교통정리에 나선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황씨가 캠프 측의 자진사퇴 요구에도 뜻을 굽히지 않자 그를 달래면서 '결단'을 설득했다는 것이다.
황씨는 이날 자진사퇴 입장문에서도 "이해찬 전 대표가 저를 위로해줬다. 고맙다"고 썼다.
황씨를 향한 '친일 프레임' 공격으로 논란을 키웠던 이낙연 전 대표 측에서 간접적으로 사과의 뜻을 밝힌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 전 대표는 전날 국회 소통관에서 중소벤처기업 발전전략을 발표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저희 캠프의 책임있는 분이 친일 문제를 거론한 것은 지나쳤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결국 이해찬 전 대표의 '위로'와 이낙연 전 대표의 '사과'가 황씨에게 명예로운 퇴진의 명분을 만들어줌으로써 민주당 대선 경선판을 뜨겁게 달궜던 '황교익 논란'도 일단락됐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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