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접종률 발목, 상용화된 치료제도 없어
국민 76% 반대…정부도 "논의 안해" 선 그어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코로나19 4차 유행이 통제되지 않으면서 확진자 수가 아닌 위중증, 사망자 숫자를 기준으로 방역 체계를 정비하자는 주장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국내 접종률과 백신·치료제 개발 상황을 고려하면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정부도 현 상황에서 치명률 중심 방역 체제 전환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13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신규 확진자 수는 1987명이다. 지난 11일 2223명에 이어 이틀 연속 2000명 안팎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지난달 7일부터 37일째 1000명대 유행이 이어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델타형 변이 확산으로 유행이 급증하면서 방역 체계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일부 나오고 있다.
현재 개발한 백신으로는 델타형 변이 예방 효과가 떨어지지만, 중증화율과 사망률은 낮추기 때문에 인플루엔자(계절 독감)처럼 코로나19를 관리하자는 주장이다.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개발에 참여한 앤드루 폴라드 옥스퍼드대 교수 역시 최근 "집단면역이 가능하지 않다고 본다"며 중증 치료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 같은 방식을 시행하는 국가로는 싱가포르가 있다. 싱가포르는 6월 코로나19 관리 기준을 확진자 수에서 치명률로 전환했다. 또 경증 환자는 재택에서 자가치료를 하는 방식을 적용했다.
다만 이 같은 방식을 우리나라에 적용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우주 고려대학교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싱가포르는 작은 도시국가이고, 접종률이 70%에 달해 우리나라와는 상황이 다르다"라고 말했다.
싱가포르는 1차 접종률이 70%가 넘지만 인구 수가 590만여명에 불과하다.
국내에서는 1차 접종률이 42.5%, 접종 완료율은 16%에 불과하다.
인플루엔자와 달리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위험도가 여전히 불명확한 점도 우려 사항이다.
질병관리청은 독감 치명률 자료를 별도로 산출하지는 않지만, 일반적으로 0.05~0.1% 정도로 알려져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코로나19 치명률은 0.98%로 독감보다 약 10배 높다. 최근엔 4차 유행으로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모수(母數)가 늘어나 치명률이 감소하고 있는데, 1000명대 확진자가 발생하기 전이었던 7월6일 기준 치명률은 1.26%였다.
여기에 델타형 변이 바이러스는 치명률, 위중증화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 상황이다.
또 인플루엔자의 경우 치료제가 있어서 동네 의원에서도 처방 받을 수 있지만, 코로나19의 경우 이 같은 일상적으로 상용화된 치료제가 없는 상황이다.
지난 11일 유명순 서울대학교 교수가 발표한 조사 결과를 보면 확진자 대신 치명률 중심으로 방역체계를 전환해야 한다는 '위드 코로나' 주장에 대해 현재 국내 백신 접종률이나 확진자 숫자 등을 감안하면 때 이른 얘기라는데 76.1%가 동의했다.
김우주 교수는 "코로나를 독감처럼 관리하려면 백신이 대중화돼야 하고 치료제가 상시적으로 구입 가능해야 하며 일상적인 개인 위생 준수로 유행이 없어져야 한다"라며 "이 같은 조건을 달성하지 못한다면 2~3년이 지나도 독감처럼 관리하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정부 역시 당장 방역 체계의 기준을 바꾸는 체제 전환은 없다고 강조했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지난 12일 기자 설명회에서 "확진자 대신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수를 기준으로 새 방역체계를 만드는 것은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는 것"이라며 "이런 수준으로 논의하고 있지 않다"라고 말했다.
배경택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상황총괄반장도 브리핑을 통해 "구체적인 검토는 없다"라며 "향후에 개편들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추후에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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