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 600조 넘나…코로나 재확산에 '건전성 뒷전' 우려

기사등록 2021/08/10 05:00:00

기재부, 예산안 내달 국회 제출 예정

부처 593조 요구…'600조 미만' 목표

나랏빚 급증에도 靑, 확장 재정 기조

"정부, 적극 재정으로 버팀목 돼줘야"

민간 전문가 "이제는 나랏빚 줄일 때"


[세종=뉴시스] 김진욱 기자 = 정부가 조만간 내년도 예산안을 확정해 국회에 제출한다. '금고지기'인 기획재정부는 급증하는 나랏빚을 우려해 600조원을 넘지 않도록 조절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청와대는 임기 마지막 해까지 "확장 재정"을 외치고 있다.

1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다음 달 초 2022년도 예산안을 국회에 낼 예정이다. 올해 본예산(558조원) 규모 기준으로 총지출 증가율이 7.6%보다 높을 경우 600조원 선을 넘어선다. 예산안 편성 작업에 한창인 기재부는 599조원에서 끊기 위해 증가율 '7%대 중반'을 넘기지 않겠다는 내부 목표치를 세웠다는 후문이다.

앞서 안도걸 기재부 제2 차관(당시 예산실장)도 지난 3월 정부서울청사에서 2022년도 예산안 편성 지침 사전 브리핑장에서 "2020~2024년 계획상 내년 예산 증가율은 6%로 잡혀 있다. 중기 계획상 총지출 증가율을 줄여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주된 근거는 각 부처의 예산 요구치다. 기재부가 지난 5월까지 전 부처로부터 받은 2022년도 예산안 및 기금 운용 계획 규모는 총지출 기준 593조2000억원이다. 증가율은 6.3%다. 이 수준에서 큰 폭의 증액 없이 일부 조정만 한다면 목표치를 맞출 수 있다.

재정 건전성을 사수하려는 노력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4년간 본예산은 2018년 7.1%를 시작으로 2019년 9.5%→2020년 9.1%→2021년 8.9% 증가했다. 4개년 증가율 평균치는 8.7%에 이른다. 전 정부 4개년(2014~2017년) 평균치(4.0%)의 2배를 상회한다.

기재부가 지난해 9월 내놓은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국가 채무액은 내년에 1000조원(1070조3000억원·국채 비율 50.9%)을 돌파한 뒤 2023년 1196조3000억원(54.6%), 2024년 1327조원(58.3%)까지 증가한다. 올해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따른 나랏빚 증가분이 반영되지 않은 수치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여전히 확장 재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최근 수도권에서 시작된 코로나19 제4차 대유행이 전국으로 확산하며 회복세를 보이던 경제에 찬물을 끼얹을까 우려해서다.

[서울=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민생경제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2021.07.2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민생경제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2021.07.2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제2차 추경이 편성된 직후인 지난달 29일 민생경제장관회의를 열고, 모두 발언을 통해 "정부가 재정을 적극적으로 운영해 민생의 버팀목이 돼줘야 한다"면서 "코로나19 방역이 어려워질수록 민생을 더 살펴야 한다.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모든 경제 부처가 각오를 새롭게 다져 달라"고 말했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당에서도 증액 요구를 할 가능성이 높다. 지역별 현안 해소 등 민원성 요구다. 특히 내년도 예산안을 "올해 제1·2차 추경 포함 총지출액(605조6000억원)을 기준으로 편성하자"고 주장할 경우 기재부의 노력은 공염불이 된다.

민간 전문가는 재정 적자를 줄여야 할 때라고 진단한다. 양준석 가톨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뉴시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올해 끝난다고 보고 있는데, 이 경우 내년부터는 자영업자 손실 보상액 등이 필요하지 않다"면서 "내년도 예산안에서도 확장 재정 정책을 이어갈 당위성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준석 교수는 이어 "전시와 평시를 구별해야 한다. 코로나19 확산 첫해 재정으로 경제를 살리겠다고 했던 문재인 정부의 주장에는 동의할 수 있지만, 우리 경제에 '내성'이 생긴 2·3년차에도 그래서는 안 된다"면서 "이제는 나랏빚을 줄일 고민을 해야 한다. 초과 세금 수입이 생기면 국채 상환에 먼저 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내·외 전문 기관에서도 국가 채무를 줄여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5월 "경기 회복세가 보이므로 최근 급증한 재정 적자를 축소할 계획을 마련하라"고 제언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도 같은 달 "국채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증가해 재정 규율 이력이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했다.

급증하는 나랏빚에 제동을 걸 '재정 준칙' 도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기재부가 "국가 채무 비율을 60% 이내로, 통합재정수지(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지표)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마이너스(-) 3% 이내로 관리하겠다"며 지난해 말 내놨지만, 이를 시행하기 위한 국가재정법 개정안은 8개월째 국회에 잠들어 있다.

기재부는 9월 정기 국회에서 재정 준칙 논의를 촉구하겠다는 계획이지만,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는 "준칙을 논할 때가 아니다"라는 목소리가 우세해 문재인 대통령 임기 안에 시행되기는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차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해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7.14.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차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해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7.14. [email protected]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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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2021/08/10 05:00:0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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