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례 항소심 불출석, 증거 신청 제한 불이익 고지하자 출석해
재판 내내 졸다가 "가슴 답답" 호흡 불편 이유로 7분 퇴정·휴식
1심 때도 구인장 발부 소식 듣고 출석, 사죄 없이 떠나자 '공분'
헬기조종사 4명, 회고록 집필 관여 전 비서관 등 5명 증인 채택
[광주=뉴시스] 신대희 변재훈 기자 = 회고록을 통해 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전두환(90)씨가 항소심 법정에 처음 섰다.
증거 신청 제한 불이익 고지에 마지못해 법정에 선 전씨는 1심 때(3번 출석)와 마찬가지로 졸기만 했다. 호흡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재판장의 허가를 받고 7분가량 퇴정한데다 사죄 없이 떠나자 5·18 유족과 시민의 공분을 샀다.
그는 1심 당시에도 출석을 피하려 발버둥치다 강제 구인장 발부 소식을 듣고 재판정에 선 바 있다. 죗값을 치르겠다는 그의 모습은 단 한 차례도 없었고, 골프장 나들이와 12·12 오찬을 하며 혐의를 부인하기 바빴다.
◇'졸다가 가슴 답답'…끝내 사죄 안 했다
광주지법 제1형사부(항소부·재판장 김재근 부장판사)는 9일 오후 1시 57분부터 오후 2시 29분까지 201호 법정에서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는 전씨에 대한 항소심 3번째 공판을 열었다.
1심 유죄 판결에 불복해 항소해놓고도 출석을 미루던 전씨는 앞선 공판에서 재판장의 '증거 신청 제한 불이익 고지(정당한 사유 없이 불출석에 따른 제재)'에 비로소 광주법정에 섰다.
1심 때 3차례 출석에 이어 4번째 법정 출석에도 전씨는 끝내 사죄하지 않았다. 오히려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했다.
청각 보조장치를 착용한 전씨는 인정신문 당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신뢰관계인 자격으로 동석한 부인 이순자씨가 전씨에게 귓속말로 질문 내용을 일러줬고 답변을 거들기도 했다.
전씨는 고개를 떨군 채 재판 내내 졸았다. 재판 시작 22분 만인 이날 오후 2시 19분 부인 이씨는 경호원을 통해 재판부에 '전씨가 식사를 못해 가슴이 답답한 것으로 보인다. 호흡이 불편하다'고 알렸다. 재판부는 전씨가 잠시 휴식을 취하도록 퇴정을 허가했다.
대기실에서 7분간 쉰 전씨는 경호원 부축을 받으며 피고인석으로 돌아왔다. 자리에 앉은 지 2분만에 재판은 끝났다. 전씨 일행은 삼엄한 경비 속 법원을 빠져나갔다.
◇법정 안팎 '부글부글'…"엄벌로 민주·정의 세워야"
참회는 커녕, 국민과 사법부를 우롱하는 듯한 전씨 태도에 법정 안팎은 분노로 들끓었다.
휴식을 위해 재판부 허가를 받아 전씨가 퇴정할 때엔 방청석에서 '피', '치'라는 야유성 탄식이 잇따랐다. 급기야 한 방청객은 "기가 막힌다"고 격노하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법원 밖에선 "29만 원으로 40년간 잘 살았냐", "전두환 사죄하라"는 외침도 이어졌다.
5·18단체는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판부가 엄정하고 신속하게 법의 심판을 내려야 한다"며 "국민과 광주시민, 희생자와 유족들이 재판을 주시하고 있다. 민주주의와 역사적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전두환을 비롯한 책임자들이 1980년 5월 이후 부와 권력을 누렸지만 어떠한 자기 반성도 하지 않아 분노가 인다"고 말했다.
◇ 증인 신청 공방
전씨 측은 5·18 당시 계엄군 지휘관과 헬기 조종사 9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5·18 헬기 사격 탄흔이 남은 광주 동구 전일빌딩 재검증과 함께 헬기 사격 관련 자료도 증거로 다룰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반면 검사는 "1심이 1980년 5월 21일·27일 계엄군이 500MD·UH-1H 헬기에서 총을 쏜 사실을 인정한만큼 전씨가 회고록으로 조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것은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검사는 또 육군 제1항공여단장이었던 송진원 씨가 1심 재판에 전씨 측 증인으로 출석해 5·18 당시 광주에 오지 않았다고 허위 진술을 한 혐의(무고)로 기소된 사실을 언급하며 전씨 측의 증인 신청을 불허해달라고 요구했다.
계엄군 지휘관과 헬기 조종사는 객관적인 3자로 보기 어려운 점, 군사 작전에 대한 모든 것을 알기 어려운 점, 원심 때에도 대부분 출석을 거부하거나 연락이 닿지 않아 신문을 하지 못한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전씨 측은 5·18 당시 계엄군 지휘관과 헬기 조종사 9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5·18 헬기 사격 탄흔이 남은 광주 동구 전일빌딩 재검증과 함께 헬기 사격 관련 자료도 증거로 다룰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반면 검사는 "1심이 1980년 5월 21일·27일 계엄군이 500MD·UH-1H 헬기에서 총을 쏜 사실을 인정한만큼 전씨가 회고록으로 조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것은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검사는 또 육군 제1항공여단장이었던 송진원 씨가 1심 재판에 전씨 측 증인으로 출석해 5·18 당시 광주에 오지 않았다고 허위 진술을 한 혐의(무고)로 기소된 사실을 언급하며 전씨 측의 증인 신청을 불허해달라고 요구했다.
계엄군 지휘관과 헬기 조종사는 객관적인 3자로 보기 어려운 점, 군사 작전에 대한 모든 것을 알기 어려운 점, 원심 때에도 대부분 출석을 거부하거나 연락이 닿지 않아 신문을 하지 못한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 헬기 조종사 4명, 회고록 집필 관여 전 靑비서관 증인 채택
재판부는 1980년 5월 21일 광주에 급파된 506항공대 헬기 조종사 4명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항공대 작전(군 문서)에 '헬기 사격 지시' 내용이 담긴 점, 이들이 1심에서 진술하지 않은 점, 조 신부가 헬기 사격을 목격한 날 출동한 점 등을 고려한 판단이다.
재판부는 회고록 원고 작성과 출간·편집을 지시받고 주도한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도 증인으로 부르기로 했다. 어떤 취지로 집필했는지 설명할 기회를 달라는 전씨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전일빌딩 현장 검증은 41년 전과 동일한 조건을 재현할 수 없고, 군 헬기를 동원하는 것도 법원 밖 권한이라며 기각했다.
전씨는 2017년 4월 발간한 회고록에 '5·18 당시 헬기 기총 소사는 없었던만큼 조비오 신부가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것은 왜곡된 악의적 주장이다. 조 신부는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다'라고 써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 11월 30일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지역 법조계에선 전씨가 이날 공판 이후 불출석 허가서를 제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전씨는 1·2심 모두 재판부 이송 신청과 관할이전 신청을 잇달아 내면서 재판을 고의로 지연시키려 한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1심 당시 광주를 오갈 때에는 "말조심해, 이놈아" "이거 왜 이래"라며 뻔뻔한 태도로 일관했다.
1심 재판 중인 2019년 11월 골프장 나들이에 이어 12·12 오찬까지 후안무치한 전씨의 행보에 전국민적 공분이 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