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이냐, 민심이냐'…4분기 전기요금 인상 여부 촉각

기사등록 2021/08/08 05:00:00

정부, 다음 달 중 4분기 전기요금 결정할 듯

2·3분기 전기료 국민 생활 여건 고려해 동결

연료비 올라도 물가·대선 등 발목 잡을 수도

인위적 조정 시 연료비 연동제 '유명무실화'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서울의 한 다세대주택 전력량계 모습. 2021.03.22.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서울의 한 다세대주택 전력량계 모습. 2021.03.22.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 고은결 기자 = 정부가 다음 달 4분기 전기요금 인상 여부를 앞두고 고심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국제 연료비 상승세 등 인상 압력이 커져도 물가 상승 등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 3월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국민 생활과 밀접한 전기료를 올리는 게 부담스러울 것이란 분석도 이어진다.

8일 정부 등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오는 9월 중 4분기 전기요금 변동안을 작성해 정부에 제출, 최종 인가를 받아 전기료 인상 여부를 발표한다.

전기요금은 국민 생활과 가장 맞닿은 공공요금인 만큼 정부가 인상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실제로 전기료는 지난 2013년 11월 이후 단 한 번도 오르지 않았다. 다만, 올해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하면서 전기요금 인상을 유보할 명분이 약해졌다.

한전은 지난해 말 전기요금 체계를 개편하며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했다. 이 제도는 전기 생산에 들어간 석유, 석탄, 액화천연가스(LNG) 등 연료 구매 비용을 3개월마다 요금에 반영하는 것이다. 국제 연료 가격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실적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서다.

이를 도입하면 저유가 시기에는 전기요금이 내려가고, 유가가 상승하면 연료비 조정요금도 오른다.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있는데도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으면 한전의 실적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인상이 현실화되면 국민 부담이 늘어난다.

이 때문에 정부는 연료비 연동제 도입 후에도 올해 2·3분기 전기료 인상을 유보해왔다.

당시 정부는 전기료 동결 배경으로 '국민 생활 안정'을 들었다. 한전의 연료비 조정요금 운영지침에 요금 조정을 유보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둬 인상에 제동을 걸 수 있다.

정부의 인상 유보 결정에 한전이 불평을 드러내는 것도 쉽지 않다. 공기업 특성상 국민 체감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고, 태생적으로 산업부와 관계에서 '을'일 수밖에 없어서다.

[세종=뉴시스] 한국전력 나주 본사 전경. (사진=한국전력 제공)
[세종=뉴시스] 한국전력 나주 본사 전경. (사진=한국전력 제공)

이 가운데 정부가 4분기 전기요금 인상도 유보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아직 3분기가 한 달 반 이상 남았지만, 연료비 연동제에 비춰보면 전기 생산에 쓰이는 연료비 상승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4분기 전기요금 인상 압박은 필연적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와는 별개로 정부 입장에선 고려할 게 한 두가지가 아니다.

일단 전기료가 오르면 가뜩이나 고공행진 중인 물가 상승에 더욱 압박을 가할 수밖에 없다. 현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개월 연속 2%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2021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에서 "연료비 연동제로 소비자 물가가 더욱 상승할 수 있다"고 봤다.

올여름 폭염에 국민들의 여름철 전기요금 부담도 한층 커진 상황이다. 특히 올해 하반기부터는 약 625만가구에 달하는 일반가구 전기요금이 주택용 필수사용공제 할인액 축소로 2000원 올라, 체감 변동 폭은 더 커질 전망이다.

여기에 내년 3월 대선도 전기료 인상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폭염 속 전력 수급 위기 우려가 불거진 상황에서도 일부 대선 주자가 전기요금 감면을 주장하고 나섰다. 그만큼 전기료가 민심·표심과 직결된다는 방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전기요금을 낮출 때는 요금 결정 전에 당정협의를 하며 공을 과시하지만, 인상할 때는 앞에 나서지 않는다"라며 "그만큼 전기요금 인상이 국민 정서상 민감하다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전력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23일 서울 중구 한국전력공사 서울본부 별관 로비에 설치된 모니터에 전력수급현황이 표시되고 있다. 이날 오후 4시 경 예비력은 11,470MW, 예비율은 12.9%을 기록하며 정상 수치를 나타냈다. 2021.07.23 livertrent@newsis.com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전력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23일 서울 중구 한국전력공사 서울본부 별관 로비에 설치된 모니터에 전력수급현황이 표시되고 있다. 이날 오후 4시 경 예비력은 11,470MW, 예비율은 12.9%을 기록하며 정상 수치를 나타냈다. 2021.07.23 [email protected]

다만 정부는 이미 2개 분기 연속으로 전기료 인상을 막아왔다. 국제 연료비 상승세 속에서 정부가 또 인위적 조정에 나선다면, 연료비 연동제가 유명무실해진다는 비판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도 이런 점을 의식한 듯 지난 3분기 전기요금 발표 당시 "하반기에도 현재와 같이 높은 연료비 수준이 유지되거나 연료비 상승 추세가 지속될 경우, 4분기에는 연료비 변동분이 조정단가에 반영되도록 검토할 예정"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 가운데 앞으로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압박은 더욱 커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 기조로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면 설비 투자 비용 등이 늘고 발전 원가가 비싸질 것이란 점에서다.

정부가 지난 5일 내놓은 세 가지의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을 놓고 우려가 늘고 있다. 1·2안은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탄소배출량을 반영했지만 3안은 온실가스 순 배출량 '0'을 목표로 한다. 말 그대로 수정 여지가 있는 '초안'일뿐이지만, 현실화되면 전기요금 인상 폭이 상당할 것이란 관측이다.

한국원자력학회는 최근 '에너지 믹스 보고서'를 통해 2050년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80% 수준으로 늘리면 태양광과 풍력 용량을 각각 154GW, 80GW로 늘려야 할 것으로 봤다. 학회는 그렇게 되면 2050년 전기요금은 91~123% 인상이 추정된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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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2021/08/08 05:00:0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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