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천국에서의 춤', 13일~15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예술의전당에 올 때마다 기분이 좋아요.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은 극장이잖아요. 하하. 무엇보다 오래 있었던 곳이라, 친정 같은 곳이죠. 다니다보면, 직원분들과 인사도 하게 되고 항상 그리운 느낌이 있어요."
'끝은 새로운 시작'이라는 명제를 발레리나 김지영(43)을 보면서 새삼 깨닫는다. '영원한 프리마 발레리나'로 통하는 그녀는 지난 2019년 6월 예술의전당 상주 단체인 국립발레단에서 수석무용수로 퇴단했다. 1997년 입단 이후(2002~2009년 네덜란드 국립발레단) 22년 만이었다.
퇴단한 그해 9월 경희대 무용과 교수로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학생들 사이에서 '좋은 스승'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무용수로서 전성기도 여전하다. 변함 없이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장르, 형식 측면에서 선택지가 더욱 넓어졌다.
예술의전당이 광복 76주년을 맞아 선보이는 창작발레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13일~15일 CJ토월극장)도 그 중 하나다. 2015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최 무용창작산실 우수작품 제작지원 작품으로 선정돼 M발레단(예술감독 문병남)이 그 해 초연했고, 이번에 재창작됐다.
도마 안중근(1879~1910)의 인간적인 면모를 조명한 작품. 김지영은 안중근과 가슴 아픈 사랑을 나누는 아내 '김아려' 역을 맡는다. 그녀에 대한 역사적인 자료가 부족하고, 복잡다단한 감정을 갖고 있던 인물로 알려져 표현이 쉽지 않다. 그래서 춤이 가장 정확한 언어다.
최근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김지영은 "형언할 수 없는 것을 전달할 때, 춤만큼 좋은 것이 없다"고 말했다. 다음은 그녀와 나눈 일문일답.
-가슴 아픈 사연이 많을 거 같은데 자료가 없어서, 김아려를 표현하시는데 어려움이 많을 거 같습니다.
"심지어 사진도 찾기가 힘들더라고요. 안중근 의사가 로맨틱해서 편지를 주고 받으신 걸 보면 애틋한 정이 크지 않았나 해요. 우리 작품은 안 의사의 인간적인 면을 보는 작품인데, 표현하기 힘든 감정들이 있죠. 함부로 재단할 수 없는 감정을 표현하는데 춤의 최고의 언어가 아닐까 합니다. 말로 하지 않아도, 온몸이 그 감정을 표현할 수 있죠."
-김아려 캐릭터의 춤의 특징이 있나요?
'끝은 새로운 시작'이라는 명제를 발레리나 김지영(43)을 보면서 새삼 깨닫는다. '영원한 프리마 발레리나'로 통하는 그녀는 지난 2019년 6월 예술의전당 상주 단체인 국립발레단에서 수석무용수로 퇴단했다. 1997년 입단 이후(2002~2009년 네덜란드 국립발레단) 22년 만이었다.
퇴단한 그해 9월 경희대 무용과 교수로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학생들 사이에서 '좋은 스승'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무용수로서 전성기도 여전하다. 변함 없이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장르, 형식 측면에서 선택지가 더욱 넓어졌다.
예술의전당이 광복 76주년을 맞아 선보이는 창작발레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13일~15일 CJ토월극장)도 그 중 하나다. 2015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최 무용창작산실 우수작품 제작지원 작품으로 선정돼 M발레단(예술감독 문병남)이 그 해 초연했고, 이번에 재창작됐다.
도마 안중근(1879~1910)의 인간적인 면모를 조명한 작품. 김지영은 안중근과 가슴 아픈 사랑을 나누는 아내 '김아려' 역을 맡는다. 그녀에 대한 역사적인 자료가 부족하고, 복잡다단한 감정을 갖고 있던 인물로 알려져 표현이 쉽지 않다. 그래서 춤이 가장 정확한 언어다.
최근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김지영은 "형언할 수 없는 것을 전달할 때, 춤만큼 좋은 것이 없다"고 말했다. 다음은 그녀와 나눈 일문일답.
-가슴 아픈 사연이 많을 거 같은데 자료가 없어서, 김아려를 표현하시는데 어려움이 많을 거 같습니다.
"심지어 사진도 찾기가 힘들더라고요. 안중근 의사가 로맨틱해서 편지를 주고 받으신 걸 보면 애틋한 정이 크지 않았나 해요. 우리 작품은 안 의사의 인간적인 면을 보는 작품인데, 표현하기 힘든 감정들이 있죠. 함부로 재단할 수 없는 감정을 표현하는데 춤의 최고의 언어가 아닐까 합니다. 말로 하지 않아도, 온몸이 그 감정을 표현할 수 있죠."
-김아려 캐릭터의 춤의 특징이 있나요?
"결혼식을 할 때 몸짓과 안중근 의사가 뤼순(旅順)에 갇혀 있을 때 하는 듀엣(부부가 실제 감옥에서 마주하지 않았지만 문학적 상상력을 발휘한 장면)에 같은 동작이 있어요. 하지만 감정은 완전히 다르죠. 같은 동작이라도 행복 또는 슬픔, 어떤 감정을 집어넣느냐에 따라 느껴지는 부분이 달라지죠."
-몸을 어떻게 써야 감정이 잘 전달되는지, 점차 터득하시게 되나요?
"특정 감정을 보여주기 위해 스킬을 사용하기보다, 점차 절제를 하게 됩니다. 슬프다고 팔을 크게 휘두르는 게 아니라 조금만 들어도, 그 슬픔이 보여지도록 하는 거죠. 감정에 너무 깊숙하게 들어가는 것보다 과장하지 않아도 전달이 가능하다는 걸 느끼고 있어요. 그것이 더 감정에 근접하는 방법이죠."
-퇴단 이후 다양한 무대에 서시게 되면서 생긴 변화가 있나요?
"아무래도 고전 발레 작업보다는 개인에 대한 책임감이 더 커졌어요. 특히 창작 발레에서는 춤에 대해 더 능동적으로 연구를 해야 하니까요. 감정 표현 방식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런 부분이 재밌어요. 답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틀을 깰 수 있는 용기가 생기죠."
-안중근 의사처럼 역사적인 소재를 발레로 다룰 때 생기는 시너지가 있을까요?
"역사수업이 아닌, 드라마가 만들어지죠. 특히 무용은 안중근 의사의 삶을 시(詩)적으로 표현할 수 있어요. 안 의사의 삶을 하나부터 열까지 연대기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부분적으로 펼쳐놓으니 더 그러하죠. 관객들이 안 의사에 대해 더 상상할 여지를 준다고 봐요."
-지영 씨를 비롯 윤전일, 이동탁, 박예은 등 '발레계 어벤저스'가 뭉친 느낌입니다. 군무진도 많이 출연하고요.
-몸을 어떻게 써야 감정이 잘 전달되는지, 점차 터득하시게 되나요?
"특정 감정을 보여주기 위해 스킬을 사용하기보다, 점차 절제를 하게 됩니다. 슬프다고 팔을 크게 휘두르는 게 아니라 조금만 들어도, 그 슬픔이 보여지도록 하는 거죠. 감정에 너무 깊숙하게 들어가는 것보다 과장하지 않아도 전달이 가능하다는 걸 느끼고 있어요. 그것이 더 감정에 근접하는 방법이죠."
-퇴단 이후 다양한 무대에 서시게 되면서 생긴 변화가 있나요?
"아무래도 고전 발레 작업보다는 개인에 대한 책임감이 더 커졌어요. 특히 창작 발레에서는 춤에 대해 더 능동적으로 연구를 해야 하니까요. 감정 표현 방식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런 부분이 재밌어요. 답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틀을 깰 수 있는 용기가 생기죠."
-안중근 의사처럼 역사적인 소재를 발레로 다룰 때 생기는 시너지가 있을까요?
"역사수업이 아닌, 드라마가 만들어지죠. 특히 무용은 안중근 의사의 삶을 시(詩)적으로 표현할 수 있어요. 안 의사의 삶을 하나부터 열까지 연대기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부분적으로 펼쳐놓으니 더 그러하죠. 관객들이 안 의사에 대해 더 상상할 여지를 준다고 봐요."
-지영 씨를 비롯 윤전일, 이동탁, 박예은 등 '발레계 어벤저스'가 뭉친 느낌입니다. 군무진도 많이 출연하고요.
"아무래도 발레단에 들어갈 수 있는 무용수의 수는 굉장히 적어요.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 같은 무대는 발레단 바깥에 있는 무용수들이 좋은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죠."
-이제 곧 강단에 서신 지 꼭 2년이 됩니다.
"작년에 코로나19로 인해 특히 1학년생들이 고생이 많았어요. 제대로 대면도 못하고요. 처음엔 학생들을 이해하는 것이 힘들었는데, 점점 배우면서 많은 걸 깨닫고 있어요. 인간적으로든, 무용적으로든요. 앞으로 더 배워나가야 할 것이 많습니다."
-해외 진출이 드물 때 네덜란드에서 활약하셨고, 전성기 기량에도 발레단을 퇴단하신 뒤 새로운 삶을 살고 있습니다. 후배 무용수들이 따라갈 수 있는 길을 잘 만들어주고 계세요.
"저는 능동적인 사람이 아니에요. 사명감을 가지고 일을 택한 것도 아니고요. 제 코가 석자인 걸요. 하하. 운명에 저를 맡기다 보니, 여기까지 온 거 같아 안도할 뿐이에요. 지금 제가 주어지는 것들을 잘 감당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서죠."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이제 곧 강단에 서신 지 꼭 2년이 됩니다.
"작년에 코로나19로 인해 특히 1학년생들이 고생이 많았어요. 제대로 대면도 못하고요. 처음엔 학생들을 이해하는 것이 힘들었는데, 점점 배우면서 많은 걸 깨닫고 있어요. 인간적으로든, 무용적으로든요. 앞으로 더 배워나가야 할 것이 많습니다."
-해외 진출이 드물 때 네덜란드에서 활약하셨고, 전성기 기량에도 발레단을 퇴단하신 뒤 새로운 삶을 살고 있습니다. 후배 무용수들이 따라갈 수 있는 길을 잘 만들어주고 계세요.
"저는 능동적인 사람이 아니에요. 사명감을 가지고 일을 택한 것도 아니고요. 제 코가 석자인 걸요. 하하. 운명에 저를 맡기다 보니, 여기까지 온 거 같아 안도할 뿐이에요. 지금 제가 주어지는 것들을 잘 감당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서죠."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