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결산⑧]효자종목 태권도·유도·레슬링의 몰락…이유는?

기사등록 2021/08/09 10:02:00

태권도 종주국의 몰락…21년만에 첫 노 골드

유도·레슬링 엘리트선수 발굴·육성 필요

[지바(일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이대훈이 25일 지바 마쿠하리 메세 A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 태권도 68kg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공격을 하고 있다. 2021.07.25. myjs@newsis.com
[지바(일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이대훈이 25일 지바 마쿠하리 메세 A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 태권도 68kg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공격을 하고 있다. 2021.07.2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문성대 기자 = 태권도와 유도, 레슬링은 올림픽이 열릴 때마다 한국 스포츠 팬들에게 큰 인상을 남긴 종목이었다.

대한민국의 국기 태권도는 전통적인 금메달 밭이었고, 유도는 수 많은 스타 선수를 배출했다. 레슬링은 깜짝 선수의 등장으로 늘 팬들을 설레게 했다.

태권도는 도쿄올림픽에서 '노골드'에 그쳤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여자 67㎏초과급의 이다빈(서울시청)이 은메달, 남자 80㎏초과급의 인교돈(한국가스공사)과 58㎏급의 장준(한국체대)이 나란히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간판스타 이대훈(29·대전시청)은 도쿄올림픽에서 복병에 덜미를 잡힌 후 은퇴를 선택했다.

2000 시드니올림픽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태권도에서 한국이 노골드로 물러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하계종목에서 양궁(금메달 27개)에 이어 가장 많은 금메달을 일군 태권도(금메달 12개)의 노메달은 충격적이었다.

[지바(일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이다빈이 27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 A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 태권도 67kg 초과급 결승 세르비아 만디치와의 경기에서 패하며 은메달을 획득한 뒤 만디치에게 엄지 손가락을 들어 올리고 있다. 2021.07.27. myjs@newsis.com
[지바(일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이다빈이 27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 A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 태권도 67kg 초과급 결승 세르비아 만디치와의 경기에서 패하며 은메달을 획득한 뒤 만디치에게 엄지 손가락을 들어 올리고 있다. 2021.07.27. [email protected]
태권도는 2000년대 초반부터 꾸준하게 퇴출이 거론돼 왔다. 재미 없는 경기, 심판이 경기 결과를 좌우할 수 있다는 비판을 들었다.

때문에 태권도는 전자호구 시스템을 도입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 때부터 전자호구를 이용한 채점 방식으로 바뀌게 됐다.

그러나 이 시스템이 태권도를 망쳐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본래 위력적인 태권도의 발차기가 아닌, 전자호구를 타격하는 경기로 변질됐다. 강하게 타격할 필요도 없고, 모양새가 조금 우스워도 전자호구만 타격하면 득점으로 인정됐다.

도쿄올림픽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태권도가 재미가 없다고 느끼는 건 선수들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다.

과거 태권도 경기는 '킥'의 진수를 보여줄 수 있는 무대였다. 공격적인 성향의 선수들이 많아, 수 많은 명승부가 연출됐다. 그러나 지금은 '발펜싱', '발무용'이라는 조롱을 듣고 있다.
[도쿄(일본)=뉴시스] 이영환 기자 = 대한민국 유도 대표 조구함이 29일 오후(현지시간) 일본 도쿄 무도관에서 열린 남자 -100kg급 메달 시상식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1.07.29. 20hwan@newsis.com
[도쿄(일본)=뉴시스] 이영환 기자 = 대한민국 유도 대표 조구함이 29일 오후(현지시간) 일본 도쿄 무도관에서 열린 남자 -100kg급 메달 시상식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1.07.29. [email protected]
세계태권도연맹이 획기적으로 경기운영을 바꾸지 않는다면 태권도의 몰락은 가속화될 수도 있다.

한국 유도는 1984 LA올림픽부터 금메달부터 따냈다. 당시 안병근과 하형주가 금메달을 거머쥐어 국민적인 영웅이 됐고, 1988서울올림픽에서는 김재엽이라는 스타가 탄생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이원희, 최민호, 김재범 등 세계적인 유도 선수들이 나왔다.

도쿄올림픽에서는 금맥이 끊겼다. 올림픽 2회 연속 '노골드'로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비인기 종목의 한계, 엘리트 체육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들이 있다. 선수층이 얇을 수밖에 없다.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경쟁하는 구조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리우올림픽에도 출전했던 국내 체급별 최강자 김원진과 안바울, 안창림, 곽동한, 조구함은 별다른 경쟁 없이 이번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이는 경쟁력 저하를 가져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도쿄=AP/뉴시스] 류한수(왼쪽)가 3일 일본 지바의 마쿠하리 메세 A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남자 67㎏급 16강전에서 무함마드 엘 사예드(이집트)와 경기하고 있다. 류한수는 알 사예드에게 6-7로 석패하며 올림픽 무대를 마감했다. 2021.08.03.
[도쿄=AP/뉴시스] 류한수(왼쪽)가 3일 일본 지바의 마쿠하리 메세 A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남자 67㎏급 16강전에서 무함마드 엘 사예드(이집트)와 경기하고 있다. 류한수는 알 사예드에게 6-7로 석패하며 올림픽 무대를 마감했다. 2021.08.03.
코로나19로 인해 국제대회를 치르지 못한 것에 따른 경기 감각 저하, 훈련량 부족 등도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레슬링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레슬링은 단 하나의 메달도 수확하지 못했다.

한국 레슬링이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지 못한 것은 1976 몬트리올림픽에서 양정모가 한국 역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건 이후 45년 만이다.

한국 레슬링에서는 세계 최초로 2체급에서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심권호라는 세계적인 스타가 나오기도 했다.

레슬링은 신체적 열세를 딛고 '언더독'의 반란을 일으켜 주목을 받기도 했다.

걸출한 젊은 선수들이 나와야 세대교체가 가능한데, 33세의 류한수가 간판 선수로 뛰고 있는 실정이다. 류한수는 메달에 도전했지만, 끝내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도쿄=AP/뉴시스] 류한수(왼쪽)가 3일 일본 지바의 마쿠하리 메세 A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남자 67㎏급 16강전에서 무함마드 엘 사예드(이집트)와 경기하고 있다. 류한수는 알 사예드에게 6-7로 석패하며 올림픽 무대를 마감했다. 2021.08.03.
[도쿄=AP/뉴시스] 류한수(왼쪽)가 3일 일본 지바의 마쿠하리 메세 A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남자 67㎏급 16강전에서 무함마드 엘 사예드(이집트)와 경기하고 있다. 류한수는 알 사예드에게 6-7로 석패하며 올림픽 무대를 마감했다. 2021.08.03.
유력한 메달 후보였던 김현우가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아 도쿄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한 것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만 33세인 류한수와 김현수의 시대는 이미 지나버렸고, 김민석이 출전한 초중량급에서는 한계가 있다.

이들을 대체해 올림픽에 나갈 만한 선수는 아직 전무한 상황이다. 엘리트 선수의 육성 방안과 함께 에이스 선수를 발굴할 프로젝트가 필요한 때이다.

효자 종목에서 메달이 많이 나오지 않으면서, 한국 선수단은 목표했던 톱10 진입을 달성하지 못했다. 금메달 6개, 은메달 4개, 동메달 10개를 기록해 종합 16위에 머물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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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 결산⑧]효자종목 태권도·유도·레슬링의 몰락…이유는?

기사등록 2021/08/09 10:02:0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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