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가 50만원 육박…개인투자자에겐 부담돼
희망 공모가 최하단 이하 제시한 기관도 여럿
"기관 수요예측 결과에 청약 의욕 사라진다"
증권가 "크래프톤 공모 가격 비싼 거 아냐"
[서울=뉴시스] 김제이 기자 = 올 한 해 대어급 기업공개(IPO)로 주목받으며 화제를 만들어 온 크래프톤의 공모가가 최종 확정됐다. 다만 50만원이라는 높은 가격에 시장에서는 '비싸다'라는 여론이 강해 일반 청약을 앞두고 크래프톤 흥행 여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크래프톤은 최종 공모가가 49만8000원에 결정됐다고 밝혔다. 공모가 기준 공모 금액은 4조3098억원이며 예상 시가총액은 약 24조원으로 현재 게임 대장주인 엔씨소프트를 제치고 게임주 1위 규모다. 현재 게임 대장주인 엔씨소프트의 전날 시가총액은 18조4633억원으로 크래프톤의 예상 시가총액이 이보다 32% 더 높다.
게임 기대주로 꼽히며 장외시장에서부터 인기를 끌었던 크래프톤은 증권플러스 비상장 기준으로 주가 300만원을 넘어선 적도 있었다. 이후 5대 1 액면분할과 공모가 고가 논란을 거치며 장외가는 내렸지만 50만원 중반대로 여전히 높은 편이다.
크래프톤은 애초 공모가를 45만8000∼55만7000원으로 제시했으나 금융감독원의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를 받고 공모가 범위를 40만∼49만8000원으로 낮췄다.
특히 크래프톤의 기관 수요예측 결과를 보면 희망 공모가 최하단인 40만원 이하를 제시한 기관 비중이 20.6%로 적지 않았다. 공모가 최하단 101건, 최하단 미만 27건으로 집계됐다. 이 밖에 가격을 아예 적지 않은 '가격 미제시'도 172건이나 됐다.
개인 투자자들이 청약 수량을 많이 신청할수록 많은 물량을 가져가는 것처럼 기관 투자자들 역시 높은 가격을 제시해야 받을 물량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크래프톤의 청약이 기관 수요예측에서부터 시들해지자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기대감이 꺾인 모습이다.
국내 주식 개인투자자 커뮤니티에서는 여전히 크래프톤이 너무 비싸다는 여론이 압도적이었으며, 최소 청약(10주) 신청마저 꺼려지고 있다는 투자자들도 속출하고 있다.
올해 대어급 IPO에 대한 공모가 고평가 논란이 점화됐던 가운데 직전 대형 IPO였던 카카오뱅크의 공모가가 3만9000원으로 크래프톤의 공모가보다 훨씬 쌌기에 가격 부담이 더욱 크게 느껴지는 탓도 있다.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크래프톤의 기관수요예측 결과를 두고 "지금까지 이런 공모주는 없었다" "기관경쟁률이 무슨 일이냐" 등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최종 배정 물량은 청약금액과 경쟁률에 따라 달라지지만 최근 유행한 카뱅의 경쟁률과 비슷하다면 1억 넣어도 4-5주가 배정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나마 이것도 중복 청약이 가능한 3곳의 증권사(미래에셋증권·NH투자증권·삼성증권)에서 최소 수량으로 진행한다는 가정에서다. 이에 크래프톤 청약은 '패스'하겠다는 투자자들도 상당수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크래프톤 공모가에 대해 '적정하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시장의 '비싸다'는 반응은 상장 직후 주가 급등까지 고려했을 때의 의견이라는 분석이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크래프톤 공모가에 대해 시장에서는 고평가라는 반응인데 이는 기본적인 밸류에이션 자체가 비싸다는 불만이 아니다. 상장 직후 혹시 모를 주가 급등 가능성까지 감안할 때 '상장 시점 또는 직후 투자하려는 투자자' 입장에서 꽤 타이트한 공모가라는 반응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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