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유럽연합(EU)과 미국이 탄소배출량이 많은 수입품에 세금을 부과하는 '탄소국경세'를 동시에 부과할 경우 우리나라 수출이 연간 1.1% 감소할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탄소국경세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업·정부 차원의 대응방안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도 이어졌다.
29일 한국은행의 조사통계월보에 실린 '주요국 기후변화 대응정책이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탄소국경세를 중심으로'(한은 조사국 국제무역팀 김선진 과장·안희정 조사역·이윤정 조사역 작성)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EU와 미국이 탄소국경세를 도입할 경우 우리나라 수출에 적지 않은 충격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기후 문제의 심각성이 부각되면서 친환경·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위한 주요국의 기후변화 대응정책이 본격화되고 있다. EU와 미국은 기후변화 대응정책의 일환으로 수입품 생산으로 배출되는 탄소량에 따라 관세를 부과하는 탄소국경세 도입을 추진·검토 중이다.
연구팀은 EU와 미국이 탄소국경세를 부과하는 '기본 시나리오(톤당 50달러)'와 탄소국경세를 감면(톤당 35달러)받는 '감면 시나리오'로 구분해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경로별로 분석했다.
기본 시나리오에서는 EU와 미국이 탄소국경세를 도입할 경우 우리 수출은 EU의 도입으로 연간 0.5%(중위값 기준, 이하 동일, 약 32억달러), 미국의 도입으로 0.6% 감소(약 39억달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탄소국경세는 우리 수출제품의 가격경쟁력 저하(직접경로), 탄소국경세의 영향을 크게 받는 중국 등 주요 교역국에 대한 중간재 수출 감소(간접경로) 등을 통해 우리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별로 살펴보면 탄소집약도가 높고 수출비중이 큰 운송장비(자동차·선박, EU 부과시 0.16%p, 미국 부과시 0.15%p), 금속제품(철강, 0.10%p, 0.13%p), 화학제품(합성수지·의약품, 0.10%p, 0.09%p) 수출의 부정적 영향이 크고, 중국으로의 중간재 수출 감소 등으로 반도체 등 전기전자 제품(0.10%p, 013%p)도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감면 시나리오에서는 EU와 미국이 우리나라의 탄소배출권 거래제도를 통한 탄소가격 부담을 인정해 탄소국경세가 감면될 경우, 우리 수출 감소폭은 EU 및 미국 부과시 각각 0.3%, 0.4%로 축소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선진 과장은 "EU와 미국을 분리해 분석했는데, EU와 미국에서 탄소국경세가 동시에 도입되는 경우는 합산해서 생각하면 될 것 같다"며 "EU와 미국에서 탄소국경세가 동시에 도입되는 경우에는 우리나라 수출이 1.1% 가량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감면 시나리오에는 EU와 미국을 합치면 우리 수출 감소폭이 0.7% 가량인데, 그만큼 축소되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부연했다.
연구팀은 "우리나라는 정부차원에서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위한 장기 계획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으나, 탄소국경세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기업과 정부의 단기적인 대응방안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주요국은 친환경 경제로의 전환을 위한 그린뉴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향후 우리 기업들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시장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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