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방세연구원, 설탕세 과세 정책 보고서
美·유럽 등 가당 음료 소비 억제 위해 도입 중
음료 제조·수입업자 등에 지방세로 과세 가능
[세종=뉴시스] 오종택 기자 = 설탕이 많이 든 음료 등을 섭취할 경우 비만 위험이 높아지고 만성질환을 야기한다는 지적에 따라 국민 건강을 위해 '설탕세' 도입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미 미국과 유럽 등 45개국에서 도입하고 있는 만큼 당류 섭취를 억제하기 위해 담배소비세와 마찬가지로 지방세로서 과세체계를 설계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21일 한국지방세연구원이 발표한 '설탕세 해외사례와 지방세 정책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가공식품에 첨가된 당류(가당) 섭취는 하루 열량 섭취의 7.4%에 달한다. 하루 평균 1968㎉의 열량을 섭취하는데, 이 중 145.6㎉는 가공식품에 첨가된 당류로 인한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설탕 등 당류 섭취가 각종 만성질환 발병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고 당류를 하루 열량의 10% 이내로 섭취할 것을 권고했다.
한국인 30세 미만 가당 섭취는 WHO의 권고를 육박하거나 넘어선다. 특히 3~5세와 12~18세 아동·청소년은 10.1%와 10.3%를 기록하며 과잉 섭취가 우려된다.
과도한 가당 섭취는 비만, 당뇨병, 심혈관 질환, 충치 등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비만은 당뇨, 고혈압, 뇌졸증, 심근경색, 우울증, 지방간, 대사증후군, 불임, 암 등 각종 질환의 원인으로 꼽힌다. 어린이의 가당 과잉섭취는 고지혈증, 과잉행동장애(ADHD), 충치를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
정부도 국민들의 가당 섭취를 줄이기 위해 지난 2016년 제1차 당류 저감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관련 캠페인과 콘텐츠 제작, 교육지원, 당류 영양표시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효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따라서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해 과도한 가당 섭취를 줄일 수 있도록 가당 음료 등에 세금을 부과하는 이른바 설탕세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을 포함한 전 세계 45개 국가에서 가당 음료 소비를 억제하기 위한 조세 정책의 일환으로 설탕세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과 스페인은 지방정부 단계에서 설탕세를 과세한다. 2016년~2018년 미국의 8개 시정부는 가당 음료에 대한 설탕세를 도입했다.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정부 역시 2017년부터 당을 함유한 무알콜 음료에 설탕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보다 비만율이 낮지만 점차 증가 추세이고, 과체중·비만 아동·청소년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최근 배달음식 문화 확산 등의 영향으로 탄산음료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주 3회 이상 탄산음료를 섭취하는 청소년 비중도 2015년 35.3%에서 2019년 45.1%로 10%p 가까이 증가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가당의 과잉섭취를 억제하고 올바른 식습관을 유도하기 위한 주민 복리 증진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점에서 지자체 역할로 적절하다는 판단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최진섭 소득소비세제연구실 부연구위원은 "현재 담배소비세는 담배 제조업자 및 수입업자에게 부과되는 지자체의 종량세로서 운영되고 있다"며 "설탕세를 도입하는 경우 가당 음료 제조업자나 수입업자에게 지자체의 종량세로서 1ℓ당 일정액을 과세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